베르톨트 브레히트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검붉은 색깔의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장미가 그곳에 피어 있기 전에는,
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장미가 그곳에 피었을 때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 출발도 한 적 없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하지만 모든 일이
워낙 이렇지 않았던가?
베르톨트 브레히트_아,우리가 어떻게 장미를 기록할 것인가
아,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물이 쏟아지는 폭풍우에도
가녀린 들풀은 자신의 생명력으로
땅을 붙잡고 버티듯이
쏟아지는 삶의 무게가 매일
억누른다고 해도 인생은
발에 땅을 붙이고 꿋꿋이
오늘을 어제로 밀어내지 않던가
책장에나 꽂혀 있을 책들의 맨 마지막 페이지 같이
의미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인생은 계속해서 버티고 일어서며
커튼을 걷어 제치고
내일을 맞이한다는 기대를 하지 않던가
언제나 그렇지 않던가
어떤 위대한 사람이 위대해지기까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겠지만
어느 순간 거대하게 솟은 위대함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계속 그 길을 가지 않던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구걸하지 않고
이해받지 못했다고 머무르지 않은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워낙 인생이 그렇지 아니한가
언제나 인생의 무게는 혼자서
버티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진정한 친구는 스스로 버틸 수 있게
위로해 주는 친구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 길을 가다가 피어 있는 장미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거 아닌가
워낙 우리의 인생이, 이 길에 피어난 장미가
이렇지 아니한가?
이런 인생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