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2_결단력은 마지막에서야 빛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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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왜 간판타자인 임동규를 내보려고 했을까?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백승수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그 때 날아오는 강속의 야구공 소리. 알고보니 백승수의 결정에 마음이 들지 않았던 임동규가 찾아와서 겁을 주는 것이었다. 몇번이나 백승수를 세워놓고 야구공을 세차게 때려서 겁을 주는 임동규의 얼굴에는 스포츠맨쉽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소리에 근육들이 움직이는 표정만 보인다.
니가 한 말이 얼마나 개소리인지 아냐고?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 셀수 없는 좋은 말들을 제치고 '결단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물쭈물 대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리더는 사실 그 자체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사람들 안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볼 수 있는 센스메이킹, 앞으로 이러한 결정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책임을 질 수 있는 강인한 마인드. 그래서 결단력있게 선택하는 리더들에게 매력을 느끼기 나름이다. 물론 이 매력은 필요할 때가 있고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는 결단력이 독재가 될 수 있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모두를 살리는 리셋버튼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백승수를 결단력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너 기억안나? 나 씨름단에서도 버텼어~
임동규는 결국 자신의 후배들까지 동원해서 백숭수에게 겁을 주었다. 여러대를 맞고 돌아온 백승수를 걱정하는 동생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승수는 자리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고민하기 시작한다. 동생을 안심시키면서 던지는 한마디~! "나 씨름단에서도 버텼어~" 무엇인가 있는 것이다. 사람은 항상 그렇다. 처음에 경험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재치와 운이 따를 수 있지만 반복되는 것들은 실력이다. 백승수는 실력으로 이 상황을 해결해 갈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그 동안 타자들의 타율과 볼에 대한 타점, 시즌별 활약, 날씨에 따른 상태변화를 체크한다. 요즘에는 너도 나도 데이터드리븐 혹은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경험의 패러다임을 소개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스티브잡스나 일론머스크처럼 자신이 스스로 그 기술을 다룰 수 없는 리더들은 자신이 해 놓고 그것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백승수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신이 내린 결단에 대한 증거와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당연히 이러한 분석은 스토브 리그가 끝나고 시즌이 개막하면 꽃을 피우겠지만, 사람들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결단력에 스스로가 힘을 실어서 간다. 마치 체인지 업을 던지면 타자 앞에서야 뚝 떨어지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잘못 던졌다고 하는 것처럼. 그러나 공은 마지막에서야 포수의 사정거리 안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던가?
백승수는 바이킹스 감독을 찾아갔다. 특유의 재치와 무표정으로 사람좋고 귀가 얇은 바이킹스 감독과 딜을 한다. 그래도 꽤나 잘 던지는 투수인데, 임동규와 트레이드를 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바이킹스 안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 진다. 그 사이로 걸어오는 비장한 표정의 바이킹스 에이스, 국가대표 강두기. 그는 원래 바이킹스가 아니라 드림즈 소속이었으나 임동규와의 불화로 인해서 팀을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드림즈를 누가 가냐고? 드림즈가 팀이야?
"드림즈는 팀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년 꼴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꼴찌팀은 그래도 임동규라는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드림즈는 스포츠를 하는게 아니라 임동규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 가끔 업의 본질을 잊어 버리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업의 본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부수적인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하수들은 항상 '돈'이 먼지이고 그 다음에 컨텐츠를 생각한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돈'에 의해서 망한다. 업의 본질은 사회에서, 세상에서 어떤 '미션'을 수행할 것인가?이다. 이것을 잃어 버리는 조직은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대표부터 시작해서 신입간사까지 이리저리 헤머이다가 결국은 뿔뿔히 흩어진다.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이 스포츠가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잊어 버렸을 때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닌게 된다.
드림즈도 팀이다~!
강두기는 진정한 스포츠맨이었다. 공평함과 열정을 가지고 사람들 안에서 '인간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드림을 품게 해줄 수 있는. 그래서 비록 임동규 때문에 드림즈를 떠나서 바이킹스에 오게 되었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요즘들어서 '동기부여'가 되는 조직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러나 핵심인재들은 오히려 '동기'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까지 부축여서 일어서게 만드는 사람이다. 강두기 있는 팀은 그 자체로 두려움이 없는 조직을 넘어서 꿈을 꾸는 조직이 된다. 효능감이란 '미래에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것이고 알버트 반두라는 이것을 위해서는 직접경험, 대리경험, 언어적 설득, 감정적 감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지 피칭실력이나 무실점이 중요한게 아니라 강두기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 감동과 언어적 설득 그리고 대리경험으로서의 국가대표의 자격은 그 자체로 팀을 이어주고 빛나게 했다. 백승수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백승수는 드림즈 구단 사람들에게 모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또 이 사람이 무슨 사고를 칠려고 하나?라며 볼멘소리 가득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백승수는 들어오자 마자 발표를 시작한다. 임동규를 드림즈에서 퇴출하는 이유들이 시작된다. 이제 백승수의 결단력이 빛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과연 빛이 나는 결단이었는지 아니면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상황이다.
아니~ 어떻게 설득한데요? 임동규 선수 부상도 없다는데?
임세영 팀장이 마음이 조금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백승수의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동규가 나가면 우리 망한다~라는 생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감추어야 하는데, 백승수 단장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상식에서 멀어지는 둘 중에 하나다. 혁신을 하던가 아니면 실수를 하던가. 이제 백승수의 승부사가 던져진다.
왜 임동규는 나가야 하는가?
백승수는 거침없이 분석을 쏟아닌다. 임동규는 새가슴이다. 다시 말하면 어려울 때는 쫄고, 잘될 때는 잘 때린다. 임동규의 타율은 3할 7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승타가 2할 7푼을 치는 선수보다 낮다. 결승타가 낮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결정적인 순간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동규의 약점은 스택관리의 부족이다. 임동규는 더위에 약하다. 그 말은 순위가 한참 올라가야할 때 간판스타 임동규는 순위를 올려야 하는 여름에는 활약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간판스타라고 해도 중요한 순간에서는 결승타를 못 때리고 그것이 팀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그러고 나서 시즌이 막을 내리기 전에 임동규가 타율을 높이면 팀은 여전히 꼴찌지만 임동규는 계속해서 고액의 연봉을 챙기면서 팀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꼴찌가 결정된 다음에 홈런을 뻥뻥 때리는
임동규 선수가 왜 필요한 겁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백승수가 분석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깐. 결국 임동규가 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백승수의 결단력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리더십은 언제까지는 의구심과 불안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때가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못하거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결단력의 의심을 품으면서 막으려고 하거나 핀잔을 주거나 냉소적이 되는 때가 많다. 그러나 만약 그 결단력의 중심에 실력이 있고, 그 실력이 심지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리더십은 단지 지위가 아니라 '실력과 능력'이다. 어디가서 좋은 자리에 앉아서 거드름 피우는 사람이 리더가 아니라 진짜로 보여주는 사람이 리더인 것이다.
단장님이 공부를 많이 하셨네?
임동규는 거포로 유명했다. 홈런을 많이 치는 임동규는 유명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드림즈 구장의 거리가 짧기는 하지만 이것은 임동규에게만 유리한게 아니라 상대팀 타자들에게도 유리한 것이다. 임동규는 거포가 아니라 중장거리 타자였다. 그러나 간단간단한 홈런에 자기도 새가슴이 되고 사람들도 새가슴이 되었다. 이전까지 실질적으로 리더는 '임동규'였다. 감독도 눈치를 보면서 임동규의 성깔에 맞추어서 선수단을 꾸려갔고, 임동규는 갖은 폭력과 뇌물, 정치질로 드림즈를 이끌어 왔다. 그래서 드림즈는 만년 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백승수는 정확히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이것을 보통 '방안의 코끼리'라고 부른다.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도 말 할 수 없는 문제. 그 무게를 누르고 백승수는 정곡을 찔렀고 이제는 변화의 기회가 생기고 있었다.
임동규는 사실 거포가 아니라 중장거리형 타자입니다
투수들 내 밑으로 집합~!!!
"네 번째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네요? 바로 그의 인성입니다." 18승에 방어율 2점대를 보고 내고 있는 강두기를 쫓아낸건 다름 아닌 임동규였다. 임동규의 권위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면모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했지만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러나 강두기는 그걸 찾지 못하고 임동규에게 정신차리라고 한다. 이러한 갈등 상황 때문에 팀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불안함과 두려움에 떨며 훈련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백승수는 마지막으로 결승타를 친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분석을 마치고서 대안을 꺼내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동규를 내 놓고 드림즈에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어떻게 데리고 올 것인가? 백승수는 전화를 받는다. 바이킹스의 감독이다. 오케이 싸인이 떨어진 것이다. 상대방의 에이스에도 밀리지 않는 1선발이 필요하지만, 그 선수가 임동규가 있다면 돌아오지 않는다면.
임동규가 있으면 절대 안오지만, 동료들을 다독이면서 사기를 끓어 올리고 우리 팀에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 지역출신으로 골든글러브 투수라면 어떻습니까?
백승수는 강두리를 데려오기로 한다. 임동규를 내 보내고 강두리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딜이 성공한 것이다. 물론 고교졸업생 지명권을 포기하고 다른 투수 한명도 데리고 오는 조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승리기여도가 대세이다. 임동규보다 강두기의 승리기여도가 훨씬 높다. 불이 켜지고 백승수의 발표는 끝났다. 사람들은 입이 벌어져서 다물지는 못한다.
강두기요? 강두기 선수가 우리팀에요?
강두기는 리그 1위인 세이브스 상대로 방어율이 낮다. 유독 세이브스 상대로만 낮다. 리그 2위인 바이킹스에게는 2위에서 1위로 만들어준 사람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1위를 꺽기 위해서는 리그 마지막에 장타를 날려줄, 가을에 장타를 날려줄 임동규가 바이킹스에 필요한 것이다. 딜이 성공한다. 상황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공시적 판단과 통시적 판단이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어디까지 볼 것인가가 통시적 판단이라면, 현재 돌아가는 팀들간의 관계와 수치를 살펴보고나서 내리는 것이 공시적 판단이다. 백승수는 이 모든 것을 통합해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임동규가 아니라, 강두기다. 드림즈는 꼴찌를 면하는게 목표가 아니라 시즌 우승이 목표이다.
그 어려운걸 해내서 아쉽습니까?
"바이킹스에 전화해도 되겠죠? 반대하는 사람 있으면 제 이름 불러 주세요, 저 천천히 걸어나가겠습니다" 아무도 막지 못한다. 결국 백승수의 결단력이 빛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꿈을 품게 만들었다. 한나아렌트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현재가 있는게 아니라 우리가 있다'라고 했다. 그 과거를 끌어 온 것도, 미래를 열어가는 것도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바로 주체인 것이다. 이러한 주체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결단력과 분석력, 판단력이 필요하다.
머? 강두기가 온다고?
임동규도 이제 말을 잇지 못한다. 강두기가 오기 때문이다. 지역팬들은 오히려 강두기를 만날 설레임에 임동규가 나간다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 이상 임동규가 발 붙일 곳이 없다. 이런 통쾌함이 있나. 백승수는 완전히 백승을 거두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엄마 어쩌면~ 내년에는 우리팀...꼴찌 안할꺼 같애~~
운영팀장 세영이도 엄마와 대화하면서 말한다. 이제는 꼴찌를 안하게 될 것 같다고. 스티븐코비 2세가 쓴 신뢰의 속도라는 책에서는 신뢰를 주는 요소를 '성실함, 의도성, 역량, 성과'라고 본다. 그리고 신뢰의 속도는 어떤 것보다 빠르게 바뀐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 것도 3차 밖에 안 걸리지만, 누군가를 신뢰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3초 밖에 안걸린다. 백승수는 이 뒤집어지는 상황을 보고서 처음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에 가서야 신뢰를 다시 얻었다. 리더는 흔히 외롭다고 한다. 왜냐하면 결단력을 보이고 그것이 현실에서 결과를 만들어내기 까지 힘겹게 외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결과가 나오고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치면서 찌르려면 무기를 내려놓는 순간에 허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들도 바뀌고 문제도 해결된다면 그 외로움을 버티는 힘을 기르는게 중요하겠지.
점점 가스스토브처럼 달구어져 간다. 준비된 만큼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뜨거운 맛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날마다 새로운 생각을 지을 수 있고, 준비된 자에게 오는 기회는 그전까지의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만루홈런과 같다. 준비하고 분석하고 결단을 보이는 리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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