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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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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19. 2021

가만 두어라

요한복음 12장_메세지 성경


마르다는 시중을 들고

나사로는 사람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마리아가 아주 값비싼 향유 한병을 가지고 드렁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향유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미 그 때

예수를 배반할 준비를 하고 있던 가룟유다가 말했다


"왜 이 향유를 팔아서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습니까?


팔면은화 삼백은 충분히 받을 텐데"

이렇게 말한 것은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행의 공금을 맡고 있었는데


그것을 빼돌리기도 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 여자를 가만두어라.

그 여자는 내 장례식을 내다보고 예를 표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만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요한복음 12장_메시지 성경





무엇인가를 바꾼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먼저 가치를 매겨야 한다


자신이 바꾸고자 소유하는 것과

바꾸고 싶은 대상을 판단한 후에야


그것들이 동일한 가치인지 아니면

조금 손해보는 장사인지 계산하게 된다


사실 어떤 것도 정해진 가치는 없다

다만 그 사람이 보기에 따라서 달라지기만 한다


무엇인가에 가치를 매기고 가격을 매기는 사람들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그래프 위에서 자유롭게 풀어 놓은


손들이 계산기를 두드려서

결정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 둘씩 교환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가지고있지 않은 것들도

모두 교환의 대상으로 보게 된다


교환은 곧 화폐로 바꿀수 있고

화폐는 곧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권력이다


팔면 돈을 받고, 돈을 받으면 살 수 있다

자명한 진리처럼 보인다




가룟유다가 여인을 꾸짖으면서 하는 말은

'팔아서, 팔면, 돈으로' 교환의 논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나 논리 예수님을 은화 30에 판다

그리고 돈을 받고 또 무엇인가를 산다


사고 파는 머릿속에서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가룟유다는 결국 자신의 목숨으로

자신의 죄를 사려고 했다


이러한 논리로 이해하는 신앙은 고민이 된다

예를 들면, '예수님의 핏값으로 우리를 샀다'


라고 하면서 벌레같은 자신을 예수님의 가치로

샀다고 말하는 것은 불편한 부분이 많다


결국 나의 가치와 하나님의 가치를 내가 계산해야하고

그 가치의 교환에 대한 감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결국 판단하고 의미를 지우는 것도

'나 자신'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믿음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직도 그리스도의 은혜는 선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실존주의는 아주 흔하게 발견된다

마치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생각하거나, 이웃을 생각하거나

혹은 믿음이 깊은 것 처럼.


그러나 교환의 수단을 마음대로 정하고

방식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이처럼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양상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상식이 되어 버렸다




문화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는

인류가 태초부터 '증여'개념을 가졌다고 한다


그냥 주는 것이지 교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실제적으로도 교환할 수 있는 건 없다


중간에 매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 매개가 '돈'인 것 같지만, 사실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


이 당시 여인은 깨달았고

가룟유다는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곧 가룟유다는 그 핏값을

교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모멸감과 수치심에 자신을

부인하였다


내 삶에서 가룟유다를 본다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믿음을 깊이있게 표현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무엇인가로 바꾸어 주길 기다린다


나의 고난이 쌓여서 축복으로 교환될 것을 기다리고

나의 고통이 등가교환의 원리로 부요함으로 바뀌길 기달린다


이러한 정신상태라면 언젠가는

더 이상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예수님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또 바꿀 수 있는 걸 찾아다니겠지.


그것이 친구가 되었다가, 부모님이 되었다가

결혼할 사람이 되었다가.


결국 나 자신과 바꾸겠지

어리석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위험성.


가만히 두어라


예수님은 가만히 두라고 하셨다

그것을 바꾸지 말고 가만히 두라고 하셨다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가만히 두고

나의 고통도 가만히 두고.


무엇인가를 바꾸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도착증세가 멈춘다. 일중독, 성죽독, 쇼핑중독.


그리고 지금 가고 있는 길에서

내가 얻어야할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고


현실에서 문제들과 대면하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들과 맞닥드리기 시작한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바꾼다고 계속 거래했던 것들을 돌려놓고.


바꿀 수 없던 것들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


한참을 잘 못 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앞에만 보이는 등불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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