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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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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n 08. 2016

가난과 눈물

불편함을 안고 현실로

 노동자가 의사에게 하는 말

베르톨트 브레히트, 『스벤보르 시편』, 1939.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지 압니다!


우리가 아플 때마다 사람들은 선생님이

우리를 낫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선생님께선

사람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근사한 학교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법을 배우셨다고

또 선생님의 지식을 위해 돈을 쓰셨다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선 저희를 낫게 하실 수 있겠지요.


저희를 치료하실 수 있나요?


누더기 옷이 벗겨진 채

선생님 앞에 서면


선생님은 저희의 벗은 몸을 구석구석 진찰하십니다.


우리가 아픈 이유를 찾으시려면

누더기를 한번 흘끗 보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우리의 몸이나 옷이나

같은 이유 때문에 닳으니까요.


제 어깨가 아픈 것이

습기 때문이라고 그러셨지요.


그런데

저희 집 벽에 생기는

얼룩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말씀해 주세요.

그 습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지요?


너무 많은 노동과 너무 적은 음식이

우리를 약하고 마르게 만듭니다.


선생님은 처방전을 내주셨지요.

몸무게를 늘려라


그렇다면 선생님께선 갈대에게

젖지 말라고 말할 수도 있겠군요.


선생님께선 저희를 위해

얼마나 시간을 내실 거죠?


선생님 댁의

카페트가 보이네요.


오천 번 쯤 진료하면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마도 선생님은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시겠죠.


저희 집 벽 습기찬 얼룩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불편하게 하는 글

브레히트의 글은 항상 불편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권리가

사실은 이웃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것임을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악한 구조가 개인의 선함으로는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가 되었다


누군가는 시를 읊으면서

눈물을 흘릴 것이고


누군가는 시를 안고

그곳으로 가겠지


울다 지치기 전에

그 곳으로 나아가자


현장, 일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

필요와 욕구의 소용돌이로 들어가자


인생이 걸린 문제

나는 장발장이 될 것인가

꺼삐딴 리가 될 것인가


눈물 흘리면서

그래도 걸어가는 길


오롯이 구불구불하지만

걸어보면 직선인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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