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일기

파란나비_최산_프롤로그

몽양의 그림자에 숨지 않았던 진옥출을 기리며

by 낭만민네이션

사실 소설을 읽는 일은 쓰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다. 누군가의 세계가 내 안에 이야기로 자리 잡으면 평생을 잊지 못하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하나의 소설이 하나의 인생을 창조한다고 본다면, 여러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 속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내면에서부터 외부까지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소설일기'를 시작한다. 살아 오면서 다가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한편씩 정리해볼 생각이다. 한번에 안되면 여러번이라도 이야기들을 정리해가면서 나의 이야기도 만들어갈 생각이다.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감이 생긴다. 그리고 이 매거진에서는 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로 쓰고 싶어서 줄글로 한번 써 볼 생각이다.




파란나비라고 불리는 진옥출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 최산작가의 '파란나비'



그게 말이지, 그들과 대화하다가 보면
어느순간 그들의 이야기를 내 손으로 받아 적고 있는 거지!



최산작가를 만나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진옥출은 젊어서 탁구도 잘치고 예쁘기도 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나봐.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갑짜기 무장투쟁을 위해서 중국으로 홀홀단신으로 떠났다는게 이해가 안가더라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러다가 어느날 잠이 들었는데, 진옥출이 자기의 이야기를 꼭 써달라고 하더라고..." 작가는 진옥출의 이야기가 내심 궁금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그 자신이 항상 고민해왔던 '의로운 사람은 어떻게 의롭게 될까?'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여정을 시작한 듯 보였다. 때로는 진옥출에게 감정이입이 된 듯도 하다가, 언제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다가 다양하게 시선을 달리하면서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러는 작가의 눈빛에서 예전의 강단에서 만났던 작가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러니깐 제도의 친화성이 중요한 거지, 선거제도의 개혁은 시작이지 종결이 아니야. 중요한 건 정치와 경제, 복지제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이것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이론에 궁금하는 몇몇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어려운 논문들을 3시간이나 살펴보고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게중에는 너무 내용이 어려워서 발제 준비를 못해온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때는 잠시 쉬는게 아니라 아예 그 주제가 없어져 버렸다. 미련없이 준비되지 않은 시간은 넘어갔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괴짜라는 말이 나돌긴 했으나, 그 만큼 새로운 시대를 열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연한 의지'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제도의 친화성, 자유시장경제와 대조되는 조정시장경제, 사회적합의주의의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배워가면서 작가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사회적 자유주의' 이른바 사자주의에 대한 이념을 학생들도 함께 하기를 바랬다.



진올출에 관한 사실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1917년 충주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초등교육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서 숙명여고보, 이화여전을 거쳐서 일본여대에 유학을 다녀온 것이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그전에 알고 지냈던 몽양 여운영과 사랑에 빠져 딸 여순구(효기)를 낳았고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하여 중국 타이항산으로 갔다. 조선의용군에 합류하여 동료대원 허갑과 결혼했으나 허갑이 밀정으로 밝혀지면서 그 자리에서 쏴서 죽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작가는 몇 년을 그녀의 행적을 찾아서 중국과 충청도를 오가며 조사를 했다고 했다. 점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어떤 민족적인 염원이 담겨진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 같다. 진올출의 이야기는 이러한 단서로 시작해서 작가의 상상력과 인생이 담겨져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불현듯 그녀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진옥출이란 살마이 정말 있었는지 궁금해하던 초기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아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녀의 인생 여정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들었다. 당시 온 민족의 지도자로 추앙받던 몽양 여운영과 어떻게 남녀사이로 만나게 됐으며, 어떻게 30년 나이 차이를 넘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갓난 아이를 몽양에게 맡기고 항일 무장투쟁을 하겠다며 저 홀로 타이항산으로 떠나간 까닭은 대관절 무엇이었을까? 당시 조선의용군은 유일하게 남은 조선인 무장 세력이었고, 타이항상은 조선의용군이 중국 공산단 팔로군과 합세하여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곳이다. 그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떤 충칭같은 비교적 점잖은 곳이 아니라 왜 그 험지로 갔을까? 비누의 혁명가 무정 장군과는 또 어떻게 연결되었을까? 그리고, 아무리 밀정이었다고 할지라도, 어렵사리 결혼했을 자기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인 이유는 또 무엇일까?_프롤로그 중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진올출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작가는 한창 더불어민주당이 기세가 등등하던 현정부 초기에 정치개혁을 위해서 다양한 수고를 했다. 세력의 가지고 오는 것은 오래도록 붙잡아 둘 수 없고, 결국은 누구라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의인들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더랬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세대를 생각한다고 했을까?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윽고 민주당은 절대다수당이 되면서 점점 기득권이 되어갔고 보수화가 되어갔다. 그런 작가가 선택한 것은 어쩌면 지속가능한 이야기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남겨줄 '제도를 만들고, 시대를 넘어서 미래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첫 번째 책이었던 '청년의인당'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한때는 민주화운동에서 청년시절을 보냈고, 미국 유학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승님께 제도를 배우고 한국에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제도개편을 주장하는 작가. 그는 이 책에서 어떻게 진옥출의 삶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을까? 진옥출이 꿈꿨던 민주공화국이 이루어지고 난 후의 기독교사회주의는 과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일까? 작가 자신이 꿈꾸던 한국형합의제민주주의는 여전히 몽양 여운형의 말처럼 가능한 것일까? 25세의 나이에 1940년대의 자유인 여성은 여성이라는 젠더를 넘어서 사회적인 '독립운동가'로 어떻게 다시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들이 줄줄이 이어져 내려왔다. 책을 허트루 읽지 않고 꼼꼼히 한줄 한줄 장면을 상상해 가면서 읽었다.


작가의 일본에서의 경험이 상당부분 유학시절의 진옥출의 삶에서 드러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이 몽양 여운형과 진옥출의 대화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시대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시대에 구조적인 모순에 빠져 있는 조선과 일본의 지식들의 책무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앞으로 프롤로그를 지나서 각 장들을 넘나들면서 음미해볼 생각이다. 작가의 경험과 시대적 인식과 진옥출의 삶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삶과 생각이 서로 연결되어서 '스토리의 삼위일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p4vRk2kVw

마치 진옥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


http://www.cultur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2


https://youtu.be/MsYbe9q2ufU

혹시나 작가의 제안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