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예술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an 31. 2022

나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천상병_나무





사람들이 모두 썩은 나무라고 할 때

조그맣게 피어나는 싹을 기다리는 사람.


3년 내내 추위와 더위를 견뎌온 나무둥지를 보고

사람들은 쓸모 없이 자리만 차지한다 했다


나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그 나무 둥지가 3년동안 열심히 아래로 뿌리를 내린 꿈.


3년동안 버티고 버티어서

뿌리를 다 내린 나무는 그제야 위로 오르며 푸르름을 자랑했다


썩은 나무라고 실소를 했던 사람들은

나무가 살아 있다고 모두 놀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던 길을 갔다

가면서 또 썩은 나무를 나무랬다


길을 지나는 내내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땅밑으로 뻗은 인생의 뿌리를 본다


아직은 뽑히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3년이나 모진 세월 버티온 생명력이니


곧 위로위로 푸르름이 자라나겠지

나는 이제 걸어가면서도 꿈을 꾼다 


민네이션_나무



매거진의 이전글 초현실주의를 넘어 현실로 _살바도르 달리전을 다녀와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