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천상병_나무
사람들이 모두 썩은 나무라고 할 때
조그맣게 피어나는 싹을 기다리는 사람.
3년 내내 추위와 더위를 견뎌온 나무둥지를 보고
사람들은 쓸모 없이 자리만 차지한다 했다
나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그 나무 둥지가 3년동안 열심히 아래로 뿌리를 내린 꿈.
3년동안 버티고 버티어서
뿌리를 다 내린 나무는 그제야 위로 오르며 푸르름을 자랑했다
썩은 나무라고 실소를 했던 사람들은
나무가 살아 있다고 모두 놀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던 길을 갔다
가면서 또 썩은 나무를 나무랬다
길을 지나는 내내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땅밑으로 뻗은 인생의 뿌리를 본다
아직은 뽑히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3년이나 모진 세월 버티온 생명력이니
곧 위로위로 푸르름이 자라나겠지
나는 이제 걸어가면서도 꿈을 꾼다
민네이션_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