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유용한 생각들_첫번째 이야기
글을 쓰려면 먼저 생각을 해야한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글이라는 상징으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어렵다. 머릿속에 흘러다니는 생각들 중에서 가장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단어와 단어의 조합들인 문장에 녹여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먼저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까라마조프형제를 쓴 도스도예프스키는 몇년동안이나 작품을 쓰기 위해서 생각하고 메모하기를 반복했고 결국은 위대한 작품을 써냈다. 인물 하나하나에 역사적인 상징들을 연결시켜서 형제들 각각이 하나의 시대나 계층, 지도자의 상을 담아내기에 이르렀으니깐 말이다. 물론 소설 말고도 우리는 에세이도 쓰고 일기도 쓴다. 일을 하면서도는 메일도 쓰고 대화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사실 연결되어 있다. '내 생각'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글을 잘쓰게 될까?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떤방식으로 글을 쓰면 효과가 있을지를 고민해보았다. 많은 글을 써왔지만 집중해서 각잡고 쓸때랑 대충 정보만 나열할 때랑은 차원이 다른 생각을 해야하기에 이것을 한번 정리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을 잘 다듬고 정리하고 그에 맞는 컨셉과 방향을 정하고 알맞게 배치하는 것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여기도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일단은 한번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봐야 겠다.
컨셉이란 하나로 모으다라는 뜻이다
컨셉이란 글의 전체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깐 컨셉에는 방향성과 미래, 그에 대한 나의 태도와 어조, 단어의 선택과 문장의 길이와 흐름이 정해지는 것이다. '밝은 느낌'의 컨셉도 있고 '신선한 컨셉, 희망찬 컨셉'과 같은 단순한 컨셉도 있지만 글을 쓸때는 크게 2가지의 컨셉이 존재한다. 하얀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두 가지의 방향이 생긴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작은 부분을 세밀하게 채워가는 방향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큰 그림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도 하이컨셉과 로우컨셉이 있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하이컨셉과 작은그림부터 빌드업해가는 로우컨셉은 글쓰기에는 보통 두괄식이나 미괄식이다 혹은 연역적이다 귀납적이다라고 불린다.
하이컨셉
하이컨셉은 큰그림인데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만약~머라면'이라는 가정법이다. 만약 '주인공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이라던지 '만약 공용이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이라던지 '만약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장남감들이 돌아다닌다면?'이라던지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만약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방향이 생기고 그에 맞는 컨셉들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이컨셉은 거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사람들의 환기를 불러 오거나 자신의 상상력이 미친듯이 재밌을 때 사용한다. 우리 주변에서 하이컨셉을 이용한 글쓰기나는 최근에는 아주 많지만 유명한 작품으로는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이 있다.
어느날 그레고리 잠자라는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자신이 '작은 벌레'가 되어 있었다. 변신한 잠자는 벌레의 관점에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써 보는 것이 카프카의 '변신'이다. '인간은 환생해서 지금 인간이 되었지만 죄를 지으면 벌레가 됩니다'라고 하는 말을 할 필요도 없이, 벌레가 되어 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상상력은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가 된다. 사실 요즘에 재미있다?라는 느낌이 드는 글이나 영화나 시나리오는 대부분 하이컨셉이 많다.
로우컨셉
하이컨셉이 큰 그림을 그린다면 로우컨셉은 작은 그림에서 시작한다. 로우컨셉은 기존에 있던 컨셉에서 '그리고 그다음에는?'이라고 해보는 것이다. 하이컨셉이 'What if'였다면 로우컨셉은 'So what?'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으 글들은 로우컨셉이다. 기존에 있던 지식이나 컨셉, 이미지나 개념을 가지고 와서 설명을 하거나 묘사를 하기 때문에 로우컨셉에 속한다. 'AI는 자율신경망을 가진 인공지능을 말하는데 AI가 발전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인간을 넘어서는 지능을 가지게 될꺼야. 그럼 우리는 기계랑 싸울 것인지 아니면 같이 살것인지를 고민해야하지'(제2의 기계의 시대)라는 것과 같다. 로우컨셉과 하이컨셉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은 글을 쓴다. 어느 글이나 영화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컨셉 자체가 너무 로우컨셉에 치중해 있거나 아니면 말도 안된다는 하이컨셉을 넘어간 것일테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처럼 아예 처음부터 자신의 컨셉은 '하이컨셉'이다라고 말하고서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을 로우컨셉으로 구성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글이나 영화를 연재를 할 것이라면 적절한 하이컨셉에 로우컨셉으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지루한 부분이 나오는 것은 그 책에서 그 부분은 로우컨셉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을려면 책의 '하이컨셉'을 먼저 발견하고 그 컨셉에서 로우컨셉을 붙여 나가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로우컨셉은 우리가 이미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일테니 이 책이 아니여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하이컨셉을 적절하게 제시하면서도 구성에 있어서 컨셉들이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컨셉을 정했다면 이제 세부적인 방향을 정해야 한다. 보통 메타인지라고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표이긴 한데 글을 쓸 때도 이런 부분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인간이 생각하는 방향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한가지는 현상에서 본질인 정신으로 들어가는 정신분석학과 정신의 근원에서 펼쳐져서 나와서 현상으로 나오는 정신현상학이 그것이다. 정신현상학적 방법은 글을 쓸 때는 개념이나 정의에서 시작해서 구성요소와 운영원리 그리고 실제 현실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가 된다. 그래서 이것은 '무엇~이라고 부른다'라고 정리를 내린다. 반대로 분석학은 현상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이것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움직일 때는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런 움직임은 어떤 원리가 있다'라는 식으로 흐름이 생긴다.
물론 이 5가지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나누어서 2개만 사용하거나 3개면 흐름을 보여주거나 할 수도 있지만 방향에 있어서는 현상에 더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본질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측면에서는 글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게 사람들은 본질에서 시작하면 지루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들은 특수한 현상이나 어떤 사건, 특정한 개인이 겪은 일을 통해서 글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례들을 통해서 그 사례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도 글쓰기 방법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쓰인 글들이 보통 사례에서 원인과 본질로 가는 반면 유럽에서도 독일에서 쓰인 책들은 본질에서 시작해서 현상과 사례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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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무명일 때 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거장이며 헐리우드의 시나리오 거장인 레이먼드 챈들러이다. 인스퍼레이션은 '영감'이라고 부르는데 감각이나 지성의 영역을 뛰어 넘는 영역을 말한다. 그러니깐 번쩍하고 깨달음이 오거나 어떤 상상력, 감동이 오는 것을 말하는데 챈들러는 그러한 영감을 가득 담고 쓰는 사람이 앞으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아직은 신인이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감'을 챈들러는 본 것이다. 하루키와 챈들러처럼 번쩍이는 영감을 중심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 깨달은 것'들이 다가오면 한참 그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고 글을 바로 쓴다. 마치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가 '햇빛이 있는 동안 작품을 그린다'라는 원칙을 지켰던 것처럼 영감이 오면 바로 글을 써 버리는 작가들이다.
반대로 영감이 아니라 전략과 세세한 묘사, 오랜시간의 관찰을 통해서 인물과 사건을 만들고 배경을 구성해내는 작가들이 있다. 이른바 극중 인물인 '페르소나'를 관리해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페르소나 매니지 먼트는 하나의 깨달음으로 인물이 만들어지고 소재를 전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출처들을 모으고 관찰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태어난 글은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에게 스며들고 여러가지 복선들이 후반부의 클라이막스에서 터지기도 한다. 물론 지루한 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루하지 않게 재미의 요소를 중간중간 안매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럼 어떤 글쓰기를 해야할까?
비슷한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야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인간의 두뇌가 받아들이기에 딱 알맞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한다. 보통 한 화면에 정보의 양은 '선'이 얼마나 많은지 아닌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선이 많아지면 면이 많아지고, 면이 많아지면 색상이 다양해진다. 그러니 선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 정보의 양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를 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보의 양을 측정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제자들이었고,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런것을 생각하지 않고 영감을 받으면서 그렸다고 한다. 그 대신에 약간 비어 보이거나 공백이 필요하면 배경음악을 삽입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글쓰기와 애니메이션은 비슷하다.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한 인물에 대한 감정과 느낌을 글쓰기는 텍스트로 만들어가고 애니메이션은 그림으로 만들어 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있는 생각과 느낌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는가?만 다른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도구이다. 글쓰기도, 애니메이션도 도구이다. 본질은 우리의 생각이고 우리의 감각이다. 그러니 디자이너들이 철썩같이 믿고 있는 한마디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며 누구라도 조금씩 혹은 한번 확! 글을 잘 쓰지 않을까? 그 한마디는 다음과 같다.
많이 본 사람이 이긴다
아래 내용은 내용은 에디터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이다. 여러가지 알고 있는 것들을 모아보니 간단한 강의가 되었다. 앞으로 계속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