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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n 07. 2022

전쟁을 기리는 나라에 평화란 없다

6월 현충원을 방문하며

해마다 6월이면 청포도가 익어가고
삶에 지친이들이 고개를 숙일 때쯤

호국 영역들이 깨어나 열정을 일깨운다
목숨이 사람의 것이 아니었던 시절

적군과 아군의 구분도 남들에게 넘겨주던
이들의 한숨소리가 비석이 되어버린 계절

40년째
같은 생각을 똬리틀다가

오늘은 빗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포화소리에
문득 인생의 잠을 깨는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보다는 추억으로
남겨두는 이들을 보며 잠시 웃다가

다시 쏟아지는 빗줄기에
다시 70년전의 그날, 50년전의 그때를 기리어

마음 속에 담아둔다
삶으로 살아내려는 다음세대가 되길




해마다 6월이면 국립현충원을 찾는다

31명의 무장공비가 넘어와서,
서울이 제정신이 아닐 때

소총집어들고 뛰쳐 나가던,
세상물정 모르던 상병 군인은
그 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 청년 군인은 큰 외삼촌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국가유공자셨다
34년간 매년 이 이야기들과 어울려 살았다

가난한 해남땅 고구마밭 일구며 살던
외가집 큰 손자.
군복무 마치고 돌아오면
고운옷 고이접어 귀한집 장가보내리
기다리고 기다리던 할머니의 가슴은 처참히
무너져내렸고, 집안의 기둥은 심하게 흔들렸다

...
이 많은 묘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의 이념과 안전을 위해
희생한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한가지, 오늘과 같은 때에야
겨우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쯤.

알고보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무수한 전쟁이 그렇고
수 많은 싸움들이 그렇다

미숙한 마음씀의결과이며
탐욕의 댓가이기도 하며
미련한 생각의 열매이기도 하겠지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의 번영.
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주어진 상황에
어쩔 수 없이, 호각소리에 뛰쳐나간 사람들.

전쟁영웅이라며 백선엽이니 누구니 불러대는
사람들의 입냄새가 싫다

전쟁에 영웅이 있다면
괄호안에는 역사 속에 살인자들이라 해야지

청년들의 생명이 떠나간 자리
정치가 떠나간 자리
남는 건 즐비한 묘들뿐.

역사를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하는
6월에는
이육사의 청포도가 익어가는 고향을
그리는 청년들의 함성이
6월 항쟁의 함성소리와 겹치는 듯하다

태극가 휘날리는
국립현충원에서
나는 서 있다
흘러가는 대한민국의 인생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곳에서
나는 서성인다

전쟁을 기리는 나라에는
평화란 없다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 남긴 방문록
왜 초라해보이는 것인가
묘역 앞에 느릿느릿가는 달팽이. 마치 우리 역사같이.
외갓집의 기념일.
우리는 무엇을 기념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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