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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n 22. 2022

오늘은 무슨생각을 했나?

일기에 대한 일기


점점 사는 것에 대한 묘사가 줄어드는 느낌이다.


일기에 대한 생각이 하찮게 여겨지는 이유는 평소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걸까? 아니면 생각이 없어져서 그런걸까? 그래서 생각날때마다 잠깐이라도 내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하고 있는 생각과 글들을 꺼내 보면 비판이 너무 날카로워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텐데, 아니 좋은 이야기보다는 힘이 되고, 인사이트가 있고, 긍정적인 이야기들. 태생이 그래서 그런지 삐딱하게 보기가 기본인 나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완전 이상적인 방식으로 보는거 아니면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나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오늘을 긍정할 수 없으므로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라고 했으니깐. 물론 이 말은 스피노자가 하지 않았고 스피노자의 철학을 해석한 사람이 했다. 무엇인가를 도전할 때, 그리고 그 도전한 것들이 충분히 나에게 무엇인가를 안겨줄 때 힘이 나는 것 같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열정, 이상, 즐거움, 재미, 의미를 추구하는 것들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주변에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실 이런 이야기를 잘 못 듣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희망을 들어본 적도, 말해본 적도 별로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 말이다.


흘러가는 구름은 너무 아름답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은 더 깊어져 가는 것 같다.


문득, 한강을 건너오다가 클로드 모네가 생각났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빛은 오직 우주에서 여기에서, 온 역사에서 지금만 비취기 때문에 그 빛을 담아서 그리기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던 모네. 그의 말처럼 나는 오늘 이 풍경이 마음 속에 내내 남아서 때론 눈물이 나게도 하고 때론 어린시절의 산동네를 떠올리게도 한다. 마음 속에 그늘들을 쓰는 이들과 어린시절의 따뜻한 햇빛을 쓰는 이들을 모두 축복한다. 아름다운 글을 사람의 마음을 빛나게 하고 그 많은 근심들을 흘려 보내는 것도 같다. 앞으로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네는 보았을까? 이 찬란한 햇살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4살짜리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야기, 아내 이야기를 들었어야 하는데 안들어서 집을 못샀다는 이야기, 요즘 회사에서는 이런 일을 한다는 이야기, '관능검사'라고 하는 제품의 매력도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고등학생 친구이야기, 아버지가 말을 안듣는다는 어머니의 이야기, 아구찜을 인스타에 올리고 싶다는 마산아구찜 사장님 이야기, 요즘은 시가 소설보다 더 좋다는 아는 동생의 이야기, 자격증 따느라 너무 힘들다는 친한 후배의 이야기,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일하기가 싫다는 친구 이야기 등등.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난다. 인간은 이야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이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도는 것 같다. 나는 오늘 또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오늘은 불현듯 폴리쾨르의 이야기와 타자라는 주제가 생각나서 다시 철학책을 펴들고 공부를 했다.


https://brunch.co.kr/@minnation/1189


사람은 언제 바뀔까? 바꾸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어떻게 바꿀까? 정말 사람은 바뀌기나 할까? 이런 고민을 해본다. 성장하기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배워야 한다, 변해야한다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럼에도 나도 '어차피 안된다니까'이러면서 돌아서면 결국 아무것도 안바뀌지 않나? 내가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이런식으로 자기검열을 하면서 다시 계속 그 길을 가기로 한다. 반대로 변하는 사람들은 언제 그 마음을 먹을까? 새로운 경험일까? 아니면 멘토와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할까? 이런 고민들도 해본 날들이었다. 나는 그럼에도 아직도, 아니 여전히,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싶다. 사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다고. 나 스스로 되내이면서 오늘을 마무리 한다. 오늘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물론 더 많은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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