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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n 26. 2022

분주한 마음을 비우고

오늘만큼은 그렇게 해보자

마음 속에 오물이 가득한 것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몇년을 살았다. 


아무리 스스로 갈 길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나 스스로 마음에 채찍질을 하는 시간들이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 마음 한편이 꺼져 있는 것 같아서 한숨이 계속 새어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숨을 가다듬고 코에서 들어온 공기가 폐를 지나서 온 몸의 모세혈관으로 퍼져가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분주했던 마음을 비우고 잠시 하늘을 올려도 본다. 빨라진 삶의 리듬이 심장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 시간은 의미를 잃어 버린다. 마치 삶이 내게 명령하는 것 같이, 무엇인가가 미친듯이 충성하면서 달려보지만 나중이 되면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야'라면서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일도 생기니깐. 



자신을 무대 위에 세워서 그 이야기를 들어 보는 시간은 소중하다.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이 그 동안 보았지만 해석하지 않았고 들었지만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기에, 스스로 진실하면서도 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의식의 가장자리에서 기억이 날 것 같다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안개같은 에피소드들을 꺼내어 본다. 그날, 그때, 그자리에서 돌아서는 나를 보면서 쓴 웃음을 지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생각난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던 나를 보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흐느낌도 조그맣게 들린다. 어쩌면 이런 마음들이 마음 한편에 쓰레기처럼 가득 쌓여 있어서 마음이 그렇게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탈탈 털어서 햇볕에 널어 말리고, 뽀송뽀송한 촉감을 가진 마른 옷이 되었다면 나는 이 옷을 입으면서 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갔을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삶의 가장자리에 던져 놓았던 빨래감들이 냄새도 나고 보기도 싫었지만 새벽녘을 향해 달리는 느릿한 시간 속에서 하나하나 꺼내어 빨래를 한다. 깨끗해진 생각들과 여유있는 마음이 만나니깐 콧노래도 나오고 글도 써진다. 사실 한동안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영혼이 담긴 글. 원래 나 자신을 위해서 쓰려고 했던 글들은 글감들만 쌓여 갔지 사실 쓰지도 못하고 계속 서랍속에 넣어 놓았으니깐. 누군가 보고 있으니깐 의식하면서 글을 쓰는 것도 잠시 멈추고 이자리에 선다. 


무대 위에 독박을 하는 나에게 계속 묻는다.


 정말 그 때 왜 그랬냐고,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압박 때문에 너무 지나친 건 아니냐고. 독백을 하던 나는 잠시 머뭇거리고 이내 눈물을 흘린다. 원래 내 마음 속에 가득차 있던 삶과 사람에 대한 긍휼이 자기연민으로 빠지는 시간. 자기연민을 하는 사람을 너무 비판한 나머지 나 역시 자기를 돌보는 것까지 죄악시했던 것은 아닐까? 따뜻한 마음을 꺼낼 시간이다. 거의 죽어가던 마음이지만 그래도 원래 나의 것, 아름답고 소중한 나의 마음. 그러니깐 예민하다고 지나친 질타를 받았던 다른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돌봄의 마음. 따뜻한 마음이 무대를 환하게 밝혀준다. 


젊음을 생각한다. 생각이 늙으면 몸도 따라서 늙는 것만 같다. 어느새 노인이 되어 버린 마음 속에 나에게 따듯한 마음을 나누어 주고 다시 걸어가자고 손을 내민다. 어제까지 이불속에서 뒹굴뒹굴하던 나의 모습이었는데, 오늘부터는 힘을 얻고 앞으로 걷는다. 옆으로 걷지 않고 앞으로 직진한다. 이런 시간이 필요햇던 것 같다. 주변의 격려와 책에서 읽는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 그러니깐 나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에서 멈추어 보는 것. 그럼 나는 젊은시절의 나처럼 다른 것을 참조하지 않고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럼 나는 다른 사람들 눈치보지 않고 나는 사실 이게 하고 싶었어라고 말한다. 마치 내일이 없던 것처럼, 어제로부터 자유로웠던 한 젊은이의 말처럼. 


너무길지 않게 이 감정을 느끼다가 나가자. 무대 위의 나역시도 너무 많은 시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살면서 조금씩 여기에 들르자. 나 자신이 관객이 되고, 내 마음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무대. 그때는 하나님도 관객석에 앉아서 함께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내 기억 속에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마음을 들으려고 빼곡히 앉아서 박수칠 준비를 한다. 그러니 너무 오랫동안은 머무르지 말자. 그대신 자주 들리자. 하루에 5분이라도 이런 시간을 갖자.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무대 조명을 끄고 밖으로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lbZ3QyptY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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