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저런사람 만나다 보면 다양한 삶의 얼굴이 보인다. 선택으로 만들어진 얼굴의 주름이 점점 깊게 페이는 사이 마음의 길도 보인다. 보이는 사이에 내 마음도 보인다. 사람들을 처음에는 판단하고 평가하고 멀리하다가, 결국 나혼자 밖에 안남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다시 그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을 한다. 결국 어떤 이의 말이 떠오른다. 삼류는 자신의 힘을 이용하고, 이류는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고, 일류는 다른 사람의 잠재력을 개발시킨다라는 말이다. 나는 삼류에서 이제 이류로 갈려고 하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것처럼 일류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일단은 기록해두고 싶어서 끄적여 본다.
1. 성과 가로채는 사람
자신이 해야할 일인데 귀찮거나 혹은 능력이 없을 때, 네트워킹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그 이용한 방식을 자신이 평가하는 사람이 모르게. 때론 의도적이고, 때론 무관심한 듯한 이러한 일처리가 도와준 사람이 열심히 했을 때 다른 태도로 돌변한다. 자신이 만들지 않았지만 나왔던 성과를 자연스럽게 성개알 훔치듯 훔치는 사람.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이용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냉소'는 다른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냉소'로 돌변하고, 조금이라도 성과가 있으면 그 냉소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느라 가로채고는 '어차피 이건 중요하지도 않아'라고 한다. 그래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저 사람은 되게 쿨하게 일한다라고 하거나 별로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네라고 오히려 칭찬한다. 자신에게는 냉소적이고 자신이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귀찮아하는 사람이 승진하는 원리이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사고 중에서 얻어 걸려서 좋은 결과가 나올 때. 이런 사람이 조직에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기 싫어한다. 자신에게 일을 맡기면 더 못하면서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말이다.
2. 능력이 없어서 당황하는 사람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때론 윽박지르는 사람이, 자신이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는 순순히 말한다. '제가 잘 몰라서요'라면서. 그런데 자신이 함브로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강박스럽게 다그치고 요구한다. 자기자신에게 했던 냉정한 평가를 더 냉정하게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착하고 순하기가 그지 없는데,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매정하게 대하는 것을 본다. 결국 능력없음이 의도의 변질을 가져오는 경우인데 스스로에게 '나는 그렇게 취급받아도 싸'라는 생각이 '너는 그렇게 취급받아도 싸'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자연스러운 생각이 나올려면 함브로 하는 대상에게 '윤리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네'라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은 계속해서 자신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사람의 윤리적 명분을, 함브로 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낸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면서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 이에게 능력없음은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이리 오라고 부르는 사람
일을 하다보면 질문이 생기거나 설명이 더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에 찾아가서 물어보는 법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질문에 답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깐 궁금하면 '이리와보세요~'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는 자신이 '호명'하는 그 대상보다 높다는 것을 으스대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그 조직 자체가 위계적이 되면서 경직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우울하냐는둥, 자유롭지 않다는 둥 하는데. 이건 자기기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도 알고 있고 은근히 자신의 권력을 누리는 형국이다. 유치하기 그지 없지만, 그 사람은 그 수준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세상은 권력의 전쟁터의 다름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호명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 권력을 가지지 못해서 피해의식이 있거나 기회주의적인 성격이 많다. 그런 사람은 눈을 보면 안다. 게슴츠레하고 촛점이 없다가 어느순간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결정이나 흐름이 나오면 반짝 빛나면서 폭력적인 언어로 사람들을 부른다.
왜 혼낼생각부터 할까? 알튀세르에 의하면 '호명'은 권력의 핵심이다
4. 스스로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도 바쁘게 만드는 사람
일을 하다보면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빠르게 판단하고 열심히 행동하는 척하는 사람을 만난다. 대게 이런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이 처음이거나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오버하는 경우이다. 자신이 바쁜 상황에서 똑똑한 행동을 한다는 것보다는 바쁜 상황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따라가기 힘들지만 일단 빨리 하고 본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빨리해야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방향으로 가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사회속에서 만들어지는 자기개념self-concept을 만들고 싶어서 난리치는 건데 자기개념은 사실 자아인식self-awareness가 높아야만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깐 스스로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자기개념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아인식의 일치가 힘든 경우다. 성과도 없고 변화도 없지만 스스로 보람있게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하루를 마친다.
역량이 없는 사람, 역할이 없는 사람, 열정이 없는 사람, 비전이 없는 사람, 지식이 없는 사람, 태도가 애매한 사람, 스킬이 부족한 사람 등등 역량과 연결된 수 많은 문제들을 본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모르는 사람은 더 많은 욕망을 추구하거나 더 적은 욕구를 가짐으로써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독특하고 탁월한 일들을 밀어낸다. 이러한 삶의 얼굴이 보이면 사람들은 실망하고 곧 후퇴한다. 자신도 후퇴하고 자신의 미래도 후퇴한다. 그래서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게 제일 편하니깐.
그런데 그 뒷걸음질 치는 과정에서 불현듯 질문이 생긴다. '그런데 만약 역량없는 사람이 역량이 생기고, 열정이 없는 사람이 열정에 불타고, 비전이 없는 사람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태도고 애매한 사람의 매력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고, 스킬이 부족한 사람이 다양한 스킬을 가지게 된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바뀌고 우리 사회는 얼마나 재미있어질까? 상상력이 필요하다. 비판과 상상을 같이 하는 상상력.
세상을 바꾸는 3가지의 방법 제도, 사람, 문화에서 일단은 '사람'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어쩌면 나는 지금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20년은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기쁨을 느끼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시대가 오길 바라면 그 하나하나 한땀한땀 만들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현실의 문제, 현상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푸념처럼 이런사람 저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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