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모시고 해남을 여행하기
남도에 가면 절로 흥이 난다. 자연스러운 산의 능선과 엷은 정오의 햇빛이 그을린 피부를 만든다. 밭에는 무럭무럭 채소가 자라고 황토흙 땅속엔 고구마가 무더기로 붙어 있다.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외갓집에서는 아직도 정성스레 제사를 지낸다. 물론 모두가 제사를 정성스레 지내지만 우리어머니의 외가인 박씨집안은 조금 더 유난을 떠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매일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 아버지의 걱정이 들렸왔다. "이거 장도 보고 산소에 음식도 날라야 하는데 택시를 잡을려니깐 힘드네, 장을 보려면 읍내에도 가고 우수영에도 가야하는데 어떻게 하지?"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부모님의 허리 휘는 소리를 차마 흘러듣지 못하고 마음으로 받았다. 그래서 2일 반이나 휴가를 내고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남도로 떠났다. 해남 땅끝마을, 그 유명한 해남고구마와 해남배추가 푸르르게 자라나고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