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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Dec 04. 2022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놓지마라

베르톨트 브레히트_임시야간 숙소

임시 야간 숙소

 

듣건데,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한 구퉁이에


겨울철이면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無宿者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_임시야간 숙소 (1931)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이 책을 놓지 않는다


그런 방식으로는 세상이 안 바뀌기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책만 읽을 수 없기에

임시 야간 숙소에 다녀와야 한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희망들이 쌓여간다


한숨과 비판도 한철이지

그런식으로는 이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


글을 쓰는 친구여

그 손가락을 놓지 말아라


여전히 그 손가락으로 사람들도 일으키고

수 많은 제도들도 옮겨놓어야 하니


그 손을 놓지 말아라

희망이든 절망이든 부지런히 써라


언젠가 너의 이야기가 다른 방식으로

이 세계를 바꿔놓을 것이니


생각하는 것도 놓지 말아라

마지막 한순간까지도 놓치지 말아라


그러나 그런 방법만으로는 이세계가

꿈쩍도 안할터이니


계속해서 다른 방법들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라


언젠가 너의 글이, 생각이, 움직임이

빛이 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읽는 책을, 글을 쓰는 손가락을

흰머리가 돋아나도록 하는 생각을


멈추지 말아라

놓치말아라


임시야간 숙소의 불은 오늘도

깜빡깜빡 왔다 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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