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감정과 2차 감정 그리고 도덕감정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게 존재했다. 사회는 항상 무엇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거나, 과학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거나, 사상사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거나, 문화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거나. 이러한 다양한 관점들 사이에서 '감정사회학'은 감정의 기원과 확산, 그리고 감정이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석하는지를 탐구하는 분야이다. 사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이 일정한 감정에서 기원하며,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도 감정을 종착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지역감정'과 같은 오래된 병폐들은 한국정치를 후진국으로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며, 또 선거때마다 결과적으로 지역감정이 더욱 양상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은 '감정의 렌즈로' 사회를 바라보는 감정사회학에 대해서 알아보자.
contents
1. 이론적 정립
2. 1차 감정과 2차 감정
3. 감정의 방향
4. 감정사회학의 적용
서구역사가 그리스로마시대때부터 지금까지 '이성'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오다 보니, 실제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지성이나 생각'이라고 믿기 쉽다. 그런데 감정의 렌즈로 보면 역사의 대부분의 문제와 해결은 감정을 통해서 발생하고 해소되었다. 한나라의 전쟁은 '작은 질투'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으며, '증오심'으로 인해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자존감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감정과 비슷한 요소들을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정서나 느낌, 흥분이나 기분, 느낌이나 감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구분을 통해서 감정을 뚜렿하게 구분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복잡한 감정을 1, 2차 감정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도 있게 된다.
감정이론_소이츠Thoits의 감정을 구분하는 기준
appraisal : 상황적 맥락이나 자극에 대한 평가
change : 신체적 혹은 몸의 감각 안에서의 변화
the free or inhibited display of expressive gesture : 표현적 행위의 자유로운 혹은 금지된 전개
앞선 요소들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결합적 속성에 문화적으로 부여된 이름이다
느낌은 감정적 상태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충동적인 상태(배고픔, 고통, 피로)
정서는 대상이나 행위, 관념 등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 포함
분위기는 더욱 만성적이고 일반적인 어떤 상황에 대한 약하고 느슨한 정도
감상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감각, 표현된 동작, 사회적 대상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조직화된 문화적 의미와 연관(낭만적 사랑, 충성, 의미, 가부장적 은혜, 사회적 상실에 대한 슬픔, 시기, 긍지, 감사)
정서 혹은 정동_affect
정동 : 희노애락과 같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일어나는 감정, 진행중인 사고 과정이 멎게 디는 신체적 변화가 뒤따르는 강렬한 감정상태
정서 :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
정서는 감정과 분위기를 포함하는 조금 더 큰 개념이다.
분위기_atmosphere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느끼는 상태에 대한 이반화된 표현이다.
인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이기에 특정한 대상을 포함하지 않는다.
감정에 비해 덜 격정적이며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라는 특징이 있다.
감정_emotion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사건에 대한 중첩적 반응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은 행위동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감정은 행위자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섭동적인 측면을 가진다. 섭동은 주관과 객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주관적으로 느낀 것을 반응으로 연결한다.
섭동은 행위자의 행위 동기나 이유가 된다. 행위동기, 이유, 원인이 되기도 하며 욕구, 지식, 미음, 평가의 기제가 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행위자에 대한 경험에 대한 심리적 반응의 총체로서, 구체적인 화경적 요인에 기원한다.
느낌_feeling
신체변화에 의해 동시적으로 느끼는 유도된 인지과정을 말한다.
행복, 슬픔, 분노 환멸이 주요소이며 일상에서 감정 이전에 느낌이 먼저 온다.
베르그송이나 들뢰지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 대한 '인상과 이미지'는 느낌이 되고, 느낌이 축적되면서 감정이 된다고 말한다.
감정이 축적되어서 감정경험이 생기고,감정경험이 쌓여서 일정한 개념이 만들어진다.
종합 : 정서는 분위기, 감정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며 분위기는 특정한 행위자가 없는 상황, 감정은 구체적인 심리적 반응상태를 지칭한다. 정동은 지향성이 있어서 반응이 가능한 ‘동적인 것인’ 반면에 감정은 그렇지 않아도 가능한 ‘정적인’ 것이다.
감정에 대한 정리가 어느정도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 주요한 감정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지를 살펴보자. Kemper(1987)는 다양한 감정이 있지만 1차 감정이 원인이 되어서 2차 감정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1차 감정은 기본적으로 감정의 큰 흐름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 속에 1차 감정들의 혼합이 일어나면서 2차 감정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심경을 말로 표현못하고, 생각해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1차 감정과 2차 감정은 다음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다.
1차적 감정_원초적 감정
1차 감정의 4가지 : 공포(두려움), 분노, 우울, 행복(만족)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죄의식, 자긍심, 수치와 같은 2차적 감정이 만들어 진다.
1차 감정은 원초적 감정으로 모든 감정의 기본이 된다.
1차적 감정_주요 감정 공통특징
다른 영장류에게서도 나타나는 주요 감정
명확히 구분되는 심리적 반응
명확히 구분되는 선행사건의 존재
자율신경계의 반사적 반응과 표현적 반응의 일관성이 나타남
즉각적인 촉발
짧은 발현시간
자극에 대한 반사적 평가를 야기함
행위자에게 자신의 통제를 넘어서는 사건으로 경험됨
2차적 감정_1차감정의 조합 feat. Kemper 1987
공포 +우울 : 불안
공포 + 분노 : 증오, 질투, 시기
공포 + 행복 : 경탄, 경외, 희망, 수줍음
분노 + 행복 : 복수심, 우월감, 경멸, 고소함
우울 + 행복 : 향수, 동경
공포 + 분노 : 비탄
기본적으로 1차 감정은 공포와 분노, 우울과 행복으로 구분된다. 다양한 감정이 있지만 1차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데 2차 감정은 이러한 1차 감정의 결합으로 일어난다. 1차 감정의 민감성이 발전하지 않게 되면 당연히 2차 감정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소시오패스같은 경우에는 1차 감정중에서 하나 혹은 여러개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2차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이일때는 1차 감정에 충실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2차 감정이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감정은 짧은 시간에 촉발되기도 하지만 또한 사건으로 경험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느꼈던 1차 감정이 성인이 되면서 2차 감정으로 발전하여 자신의 성향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깐 공포와 불안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자신의 주요한 감정으로 자리잡는 사건들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불안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불안'그 자체가 감정이 아니라 1차적으로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와 함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우울감이 결합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증오, 질투, 경탄, 희망, 향수, 비탄 당의 감정들은 항상 1차 감정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돌아와서 '감정'이 원인이 된다면 그 감정이 해소되었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는 것이다. 머나먼 이야기이지만 감정은 우리 무의식을 개방해서 마음을 열게 만들고 사람들을 연결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작용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루에도 수만번의 감정변화가 있고, 그 감정들은 1차감정들의 다양한 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메타감정'이라는 단어도 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를 알아차리고 또 이해하고 또 적당하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이라는 방법론은 '원인-결과'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가설을 세우고 어떤 원인 때문에 일정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찾는 것이다. 가설은 그래서 검증을 받아야하고, 검증하려면 실험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학의 방법론을 자연현상에서 원인-결과를 찾을 때 자연과학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현상에서 원인-결과를 찾고 가설로 실험해보는 것을 사회과학이라고 한다. 사회학도 일종의 사회과학이라면 그래서 감정을 원인으로 혹은 결과로 사회를 바라본다면 감정사회학도 다양한 가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감정과 사회의 인과관계'이다. 감정모델은 크게 2가지의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감정의 내제성 inside-out : 감정은 내제하기 때문에 내면에서 시작해서 외부로 발산되어 타자에게 전해진다.
2. 감정의 사회성 outside-in : 감정은 뒤르켐의 집합감정이나 연대와 같이 사히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형으로 외부로부터 안으로 들어와서 만들어진다.
감정사회학은 이렇게 본다면 감정의 내재성이 아니라 감정의 사회성을 기반으로 한다. 감정 자체는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고 언제나 외부의 상황과 환경, 분위기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기초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대상관계 이론에 따라서 부모님과 학습한 감정선과 경계를 따라서 사회와 연계되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또 변형된다. 그래서 감정은 어릴 때 완벽하게 성숙하거나 정해지지 않고 자라면서 대상이 바뀌면서 친구들이나 직장동료, 결혼 후에는 배우자와 자녀들을 통해서도 감정이 바귀게 된다. 대상과의 관계에 따라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분위기에 따라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서에 연결되어서 구체적인 자신의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감정모델의 2가지 feat. 아메드 ahmed 2014
감정의 내제성 inside-out : 감정은 내제하기 때문에 내면에서 시작해서 외부로 발산되어 타자에게 전해진다.
감정의 사회성 outside-in : 감정은 뒤르켐의 집합감정이나 연대와 같이 사히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형식으로 외부로부터 안으로 들어와서 만들어진다. 대중심리학이나 군중심리학이 그 예이다.
감정모델의 인사이트 : 지향성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감정을 어떻게 승화시킬지 혹은 해소할지가 달라진다. 감정의 내재성은 스스로 내면에서 화해하는 방식이라면, 감정의 사회성은 사회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감정이 해소되거나 행복해지는 것이다. 세월호나 518,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감정을 해소하는데 있어서 내재성과 사회성은 서로 상충된 해소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라우마, 회복탄력성등은 어떤가? 내재성인가 사회성인가?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대안이 달라진다. 감정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해소하고 마주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라캉과 안나프로이트의 차이이기도 하다.
표층과 경계 : 따라서 감정은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경계이면서도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표층이다. 이것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으로서 중요하다. 주디스버틀러는 이것을 물질화라고 이야기한다. 감정의 표면을 통해서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은 근본적으로 타자와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감정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를 경험하고 이해한다.
감정과 사회가 서로 연결된다는 것은 바로 바운더리라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연결되어서 트라우마와 같은 집단상처가 생기고, 사회적 화해와 같은 상징을 통해서 감정이 회복되어 경계가 다시 닫히고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감정 자체가 내제적이거나 사회적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서 어떤 대상의 방향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고, 사건, 물질이 될 수도 있다.
질 들뢰즈는 인간은 오직 ‘이미지와 감정’을 결합한 방식으로만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감정과 이미지가 곧 생각의 경계이면서 표면이라는 것이다. 이미지와 감정을 연결해서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모두 정리해볼 수 있다.
도덕감정
도덕감정은 기존 질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 예컨대 애국주의나 충효사상 등에 의해구성되기도 한다. 도덕감정은 니체가 비아냥거린 대로 노예들의 원한감정일 수도 있다.그러나 도덕감정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자에 대한 성찰과 공감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김왕배(2019)를 참고할 것.
데이비드 흄은 도덕은 감정을 기반으로 생성된다고 주장했으며, 감정은 ‘동기’를 제공해서 행동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죄책감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규범이나 의무, 가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감정을 말한다. 보통 부모에 대한 효도, 친구에 대한 의리 등 전통적으로 ‘인륜’이라고 불리는 도덕적 규범은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생겨나는 양심의 가책을 칭한다. 공감과 타자성찰을 주재하는 도덕감정의 심연에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이 도사려 있다.
따라서 감정이 도덕의 원인이 된다는 도덕감정론은 사회과학적인 접근으로 볼 때 감정이 당위와 방향, 기준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감정이 담기지 않는 '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진리가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하며 변형되어야 할 것이 된다.
감정을 무시한체 도덕이 만들어지면 생명력을 금방 잃게 되고, 누군가의 소유물처럼 권력을 향유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생긴다.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감정사회학의 렌즈를 만들기 위해서 요소를 모았던 것이다. 그러면 이제 감정의 사회성과 2차 감정, 도덕감정의 개념을 가지고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해보자. 그러면 해결되지 않고 봉착상태에 머물렀던 사건들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만 '권력과 정치적 접근'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이익집단화되고 해결보다는 투쟁이나 싸움이 되어 버렸던 경험들이 즐비하다. 감정사회학을 통해서 어떤 사건 속에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상한 감정이 해소되고 치료되면 어떤 감정상태가 되어야 하는지를 그려보자.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은 다른 결과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도 있다.
2차적 감정_1차감정의 조합 feat. Kemper 1987
공포 +우울 : 불안
공포 + 분노 : 증오, 질투, 시기
공포 + 행복 : 경탄, 경외, 희망, 수줍음
분노 + 행복 : 복수심, 우월감, 경멸, 고소함
우울 + 행복 : 향수, 동경
공포 + 분노 : 비탄
5.18민주화 운동
광주시민들이 느끼는 감정 : 기본적으로 광주시민들은 '수치심'이란 감정을 가진다. 수치심은 분노와 우울이 합쳐저서 생긴 감정으로 그 당시 군사독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여전히 역사속에서 호출되어서 빨갱이라는 오명을 씌우는 동료시민들을 보며서 느끼는 우울감이다.
군사정부가 느끼는 감정 : 군사정부는 경멸의 감정을 느낀다. 시민들의 반란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이것들을 제압하고서 역사의 승리자로 매김했다는 행복감이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비하를 만들어 낸다.
당시 이 사실을 접한 시민들의 감정 : 당시에 이 사실을 신문이나 방송으로 알았던 시민들 중에는 크게 '비탄과 증오, 불안'과 같은 감정들이 나타난다. 특히 같은 시민으로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도 생겨나게 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시민들의 감정 : 역사를 공부하는 시민들은 대상관계에 따라서 위에서 나온 수치심, 경멸, 비탄과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사건과 관련해서 해소되지 않고 분쟁의 씨앗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5.18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에 이끌려서 도덕적인 행동의 방향이 생긴다. 정부를 옹오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경멸과 증오를 나타내는 태극기부대로 이어지고, 당시 5.18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시민들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갖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골은 해결되지 않은 체로 특별법이나 화해의 진실의 위원회와 같은 '체제나 시스템, 법과 정치'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당연히 합의도 불가능하고 합의가 된다해도 계속해서 다른 문제들을 양산할 것이다.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이상, 역사적 사건은 항상 다른 방식으로 도덕감정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해결책은 2차 감정으로 엉켜있는 감정의 실타래를 풀고, 1차 감정에 충실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정도 수준에서 경계가 잡히고 어느정도는 공감하지만 어느정도는 공감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공통적으로 국가의 의무에 대한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참사 희생자의 감정 : 증오, 비탄, 향수, 동경, 복수짐
정부 관계자의 감정 : 불안, 증오, 비탄
시민들의 감정 : 죄책감과 우울
해결하는 방법 : 용서를 통한 감정의 해소
용서를 먼저 구하는 행위가 필요하며 용서를 구하지 않는 이유를 공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공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진솔한 대화와 그 공포로 인해서 더 큰 감정의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을 포함해서 보수 언론은 그에 대한 경멸과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감정으로 보면 분노와 행복이라는 감정들이 섞여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할 수 있는데 그 행복권이 침해당했다는 의미를 말한다.
이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법적인 처벌이나 도덕적인 판단'이전에 서로의 감정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이다.
용서의 행위는 용서를 하는 사람을 '주체'로 만들어서 사건에서 빠져나와 사건을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것으로 바뀐다.
'용서를 구하라'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겠다가 아니라 잃어버린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을 회복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잘못해석하면 자신들의 공포를 위장하기 위해서 경멸과 증오로 받아치는 결과가 나온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인은 사건을 통한 감정의 확장이고, 결과는 결국 사회적 문제로서 사회갈등과 양극화, 냉소주의로 이어진다.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위한 행동들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감정과 사회학의 연관성, 그리고 2차 감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건들을 '감정사회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예시로 들었던 사건들은 첨예한 대립과 첨예한 감정선의 갈등이 있지만 그 근본에는 '공포'라는 두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이지만 용서를 구하지 않는 모습들을 통해서 또다시 그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포가 일반 시민들을 불안으로 떨게 하고 있다. 감정은 사회적인 원인으로 인간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특히 사회속에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따라서 감정의 확장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감정의 렌즈로 보면 사회의 다양한 대립들의 기저에 깊게 깔려있는 감정선들이 복선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 앞에서 책임을 전가하고 '아몰랑' 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의 렌즈로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사회 속에서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꺼내어서 서로 공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