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스튜디오_고쿠리코 언덕
요한 하이징가는 중세의 가을이라는 책에서
중세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것을
사람들의 마음에서 읽고 르네상스를 예측한다
중세의 사람들은 이미 누구를 의존해서
자신을 생각하거나 이해하지 않고
지성이 만들어 놓은 미래를 걷고 있었다
1960년대 일본의 사정은 풍요의 가을이었다
전자제품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성장은
사람들이 미래의 걱정없이 사랑과 낭만
소비와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했지만
그 모든 것을 누려보니 결국 인생에 남는 질문들
인간은 정말 무엇으로 살까.
197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는
이때의 추억으로 작품들이 쏟아진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어딘가
주춤하거나 성장하거나
일본이 자랑하는 것들은 이렇게 미리
풍요의 가을을 맞는다
1990년대가 지나고 거품경제가 10년이라던
이들을 비웃들이 여전히 30년째 거품이다
사람이지 않겠는가
일본의 우익이야 우리나라 수구와 같다지만
일반 사람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도
같이 산업화와 현대화 그리고 경제성장 속에
신음하고 또는 즐거워했던 이들이 아닌가
자신의 청춘에 어떠한 거부감도 없이
열심히 달렸던 이들이 아닌가
그래서 스튜디오 지브리는 그 청춘을
10대의 여학생 혹은 소녀에게 상징으로 두고
계속해서 낭만과 비판을 동시에 가지고 간다
고쿠리코 언덕에서 아직도 그들은
애니를 보는 이들과 함께 서성이고 머무른다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까
다시 그 때 그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이들에게
더 소중함을 느낄까
오늘도 지금도 어쩌면 우리는 그 고쿠리코 언덕
위에서 서성이는 지고 모른다
그때했어야할 질문이 오늘 나의 귀에
들리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