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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11. 2023

머뭇거림이 필요하다

한병철의 피로사회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이 보느냐가 중요하다


깊이 보려면 일단은 멈추어야 하고

멈춘다음에는 자신을 돌아봐야 하고


돌아본 다음에는 자신이 머뭇거리던 지점

다시 말하면 생각이 고정된 지점을 찾아야 한다


한 작품을 오래도록 머뭇거리고 생각한다는 건

사실 그 어떤 능력보다 고도의 역량이다


보는법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세계는

항상 가속이 중요한 가치고 머뭇거리는 이들을


빠르게 해치워 버린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우유부단한 닉은


항상 활동만 하는 개츠비를 위한 글을 쓴다

닉의 실체였던 위대한 피츠제랄드는 머뭇거리는 사람이었다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


바로 자유의지이다

반응에 바로 반응하는 것을 하지 않는 다는 건


할 수 있음의 없음을 실현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이 자유의지다


니체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신의 깊이는 어느순간까지 가면 길을 잃는다


한나이렌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활동적인 삶은 어느순간까지 가면 소진된다


무엇을 깊이보고 깊은 생각을 한다는 건

이미 그 사람의 몸도 깊이만큼 활동할수 있다


라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백두산을 생각한다면 이미 우리몸은


그 백두산을 보러 백두산 꼭대기에 가 있다

생각은 스스로 살아다니지 못하고


항상 신체와 연동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눈으로 본다는 것도 바로 그런 의미이다


그러므로 한병철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신의 깊이가 언어없이 통한다는 말은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을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신체 안에서 정신의 깊이를


깊게 만들순 있지만 신체를 떠나서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멈추고

생각을 깊이 하는 능력은 필요하다


가속이 전부인 세상에서 인간의 존재는

가벼움의 무게때문에 갈길을 잃기에


생각의 무게가 반응에 대해서 자유롭고

할수 있지만 안할 수도 있는 자유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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