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_고통없는 사회
고통의 차이는 정체성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고통은 과도하고 우리의 외면을 만들고
천천히 내면이 해석해가면서
자아가 망가지거나 새로워지거나 한다
사고가 나는 장면은 시력의 고통이다
자신이 당한 사고는 온몸의 고통이다
누군가에게 들은 비수꽂힌 말은
마음에 남겨진 고통이다
고통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자기자신에 대해서 더 깊게 고민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고통이 양산해 낸 결과 물이다
언젠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고통없는 사회에서 태어난 자란 사람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
고통이 없음으로 세상과 자신이 하나가 된다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힘을 가지면
자신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남들을 이용한다
고통을 경험하고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사람도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이용하고 또 바꾸어 버린다
회피동기를 자극하는 고통은 그 자체로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지만
어떤 고통이든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통없는 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할 수 있다
고통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 평생을
고통을 피하느라 정신없는 삶은 항상
위험사회하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다른 방식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Compassion이라는 단어는 고통을 함께지다
혹은 함께 경험하다는 뜻이다
함께 경험하고 해석한 고통마다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세대차이는 오히려 나이의 차이가 아니라
사건이 만들어 낸 고통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없는 사회가 아니라
고통을 잘 해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