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의 흐름에서 살펴보기
2022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혁신이 선도하는 담대한 미래라는 비전을 가지고 제 5차 기본계획은 3가지의 전략과 21가지의 추진과제를 가지고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계획을 보여주었다. 제 1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2003년에 시작하여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의 글로벌 신약 '팩티브'를 개발하고 2005년에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가 개발되었다. 2008년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과학기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국내 최초 이지스함을 진수하고 배치에 성공했으며, 2012년에는 세계최초 '스마트 원자로'개발에 성공했다. 2017년까지 창조적과학기술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의 제 3차 계획은 2013년 한국 최초로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인공지능 로봇인 '휴보'는 미국의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2019년 4차 기본계획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 세계 최초 5G무선통신망을 상용화하여 모든 국민이 5G를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열었으며, 2020년에는 급속도로 퍼진 코로나바이러를 연구하여 세계최초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였다. 이를 통해서 한국은 한단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렇듯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계획이 설정되면 5년동안 전략적이고 집중적으로 기술과 인프라가 발전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사회발전과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과학기술이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변화시키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의미에서 기술의 사회적 구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각 나라마다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다음세대 인재를 양성하는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이번 보고서에서는 먼저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성과와 한계를 알아보고 5차 기본계획에서는 어떤 부분이 추가되거나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나오게 된 세계정세의 변화와 글로벌 과학기술 트렌드를 둘러보면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이 과연 세계적인 맥락에서도 경쟁력을 갖는지를 고찰해 볼 것이다. 정책은 언제나 정책의제를 설정할 때부터 정책대안과 정책결정의 과정까지 다양한 변수들이 작동한다. 이번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도 주요한 전략과 추진과제가 선정되기까지 무수한 논의와 변수의 제거 그리고 동태적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산업정책의 특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한계와 함께 대안도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2017년 박근혜 정부의 탄핵과 맞물러 촛불혁명의 결과로 들어서게 된 문제인 정부는 정부 R&D 투자영역에서 10조원 이상을 확대하였으며 제 4차 기본계획에서는 기초연구 강호와 신진연구자 증대, 중소기업과 창업을 유발하기 위한 전폭적인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R&D 투자의 양적확대는 2013년에서 2017년까지 과학기술예산 전체 예산 중 3.6%의 비율에서 10.9%비율로 3배에 가까운 예산을 증대했다. 19.5조원이었던 정부R&D예산은 29.8조가 되었으며 기초 R&D 예산도 2017년 1.26조에서 2022년에는 2.55조원으로 2배가량 확충되었다. 아울러서 중소기업 R&D예산도 2017년에는 1.17조원에서 2022년에는 2.49조원으로 확대되어 중소기업과 창업을 통한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되었다.
또한 연구자 중심의 지원 및 제도개선을 이루기 위하여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2020년 6월에 제정하였고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스시스템인 IRIS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각 부처별로 상이하였던 R&D 관리규정을 통합하고 연구행정의 부담을 완하할 수 있게 되었으면 기존의 연구자가 작성해야하는 136종의 서식이 54종으로 통일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신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여 신기술을 규제에 상관없이 바로 제품과 서비스로 적용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 ICT융합이나 연구개발특구, 산업융합과 혁신금융, 지역혁신 및 스마트도시 등의 6개 분야에서 규제샌드박스가 실시되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외교정책이었던 일본과의 단절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덜미를 잡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소재와 부품 그리고 장비 R&D를 강화하여 대부분의 기술과 장비들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변화에 대응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디지털과 네트워크, AI 기술과 미래차,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의 신산업의로 전환을 추진하여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정권이었던 만큼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과학기술의 기여를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사회문제해결 R&D 정책을 강화아여 주요 사회분제를 10개 발굴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해결 종합계획'도 수립하였다. 이처럼 R&D예산을 증액하고 제도정비와 규제철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실용적인 적용은 다양한 성과를 내게 되었다.
그러나 한쪽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쪽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법이기 떼문에 이러한 성과에 반대급부로써 한계도 뚜렷하게 존재하게 되었다. 놈눔특허수와 우수논문 피인용수 삼극특허 수의 국제순위는 세계 순위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질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하였으며 기관차원의 경쟁력확보가 미진하였다. 물론 개인연구자들의 연구비가 증가한 만큼 기관차원의 공동연구와 집단연구가 줄어들어서 분절화화 파편화의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시너지효과 및 오픈이노베이션의 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민간과 공공이 분절되어 파괴적인 혁신의 주체인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정부의 특성상 대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였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의 R&D비중이 낮았고 대성과보다는 소규모의 성과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에 따라서 중소기업의 R&D의 정부재원의 의존율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성과와 한계는 명확했다. 코로나19기간 동안 기술개발과 개인연구를 통한 시민참여와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이루었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가체계 전반의 전략적인 연동과 변화하는 국제정세에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며 과학기숧 혁신역량의 고도화와 글로벌 협력과 개방성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 및 재편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했다. 더불어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러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민간이라고 하지만 특별히 대기업의 R&D 활성화와 규제철폐 및 법인세 인하를 통해서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한다. 말미에 비판과 대안 부분에서 다루겠지만, 정권에 따라서 선택과 집중하는 영역이 다를 수는 있지만 장기간의 관점에서 볼 때 정치적 변화에 대한 전략적 안정성을 찾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진해되는 동안에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신냉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젱은 기술패권 경쟁으로 심화되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공급망과 통산, 산업 및 외교 안보 차원에서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가 있었다. 미국은 CHIPS and Science Act를 재정하여 중국을 전략적 협력관계에서 전략적 경쟁관계로 전환하였다. 중국의 경우에는 수출과 수입을 통제하고 내수중심의 기술패권을 위한 소비시장을 확대하였다. 이러한 미중 갈등은 동맹국들까지 불러들여서 결국 동맹과 우방국 중심의 기술블록화를 통한 경제와 외교, 안보영역까지 신냉전을 가속화하였다. 기술에 있어서도 우방국이 사용하면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우방이 아닌 국가가 사용할 경우에는 기술자체의 사용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는 완전히 외교를 단절하고 미국과는 우방국을 넘어 종속국가와 같은 태도를 보임으로써 기술패권의 공고물을 얻어 먹는 것 같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서 국내 대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일도 발생했다. 결국 제조업과 기술기반의 발전방향에서 워싱턴컨센서스라는 신자유주의와 베이징컨센서스라는 국가주도 기술개발통제 관리에서 신자유주의를 택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미중 패권갈등과 기술패권 및 기술안보의 긴장감 속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위기를 일으켰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우크라이나의 원자재 등 전세계적인 공급망의 위기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소비재의 물가상승으로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요소수 부족'과 같은 상황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까지 겹치면서 과학기술을 발전하기 위한 자원개발 및 자원확보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달리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함께 발생하는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강국들이 겪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한국을 포함해서 생산력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나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한국은 특히 문재인 정권을 지나서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과 같이 제도와 시스템에 있어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술을 수입해서 추격형 경제의 면모를 보였던 한국의 전환점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든든히 받쳐 주어야 한다. 이러한 위기에서 기술주도 성장과 사회적인 수요에 반응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이 생기게 된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가은 기후위기 심화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RE100, ESG 투자 확산에 따른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술발전과 1차 에너지 의존도를 탈피해야하는 도전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석탄에 대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나 세계적 안보이슈가 경제문제와 기술개발의 문제로 치환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어서 세계저는 ChatGPT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전환이 확대되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사이버보안 및 디지털 격차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규제하고 어디까지 성장의 모멘텀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정세 및 국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들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살펴보자.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5년후의 과학기술기술혁신이 선도하는 단대한 미래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행복한 국민과 역동적인 경제, 강한나라를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3가지의 전략방향이 제시되었다. 첫번째는 질적성상을 위한 과학기술 체계 고도화이며, 두번째는 혁신주체의 역량제고 및 개방형 생태계 조성이고 세번째 전략은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적 현안해결을 및 미래에 대한 대응이다. 기본구조는 비전을 이루기 위한 3가지의 전략과 각 전략별로 5~7가지의 추진과제가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그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전략과 추진과제의 연결성을 살펴보자.
전략 1. 질적 성장을 위한 과학기술 체계 고도화
전략 1은 과학기술기본계획의 1차에서 4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양적인 성장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질적인 성장을 위한 임무중심의 문제해결과 전략적인 R&D를 실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자율과 창의성이 자유롭게 증가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고 R&D성과 창출과 확산이 활용과 보호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며 미래 핵심인제를 양성하고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과학언론학의 측면에서 전략 1은 국민과 함께하는 과학문화의 활성화라는 추진과제를 더하여 과학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과학적인 세계관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이루기 위한 목표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피인용 상위 1%논문의 점유율이 3.5%인데 반해서 2022년에서 2026년까지 4.8%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미국은 피인용 논문 점유율이 44.2%이고 중국은 29.4%인데 반해서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지만 점짐적으로 피인용 논문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질적성장이라고 하면 어디에 있더라도 그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세계수준의 국가전략 기술을 육성하기 위하여 12가지의 목표를 정했다. 그동안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분야는 반도체, 이차전지, 6G와 같은 차세대 통신이었었다. 그런데 이번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수소, 차세대 통신, 첨단 모빌리티, 첨단 바이오, 우주와 항공 해양, 첨단로봇 제조,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들을 확대하여 지원 및 집중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총 5년간 이 12가지 분야에 5조원을 투입하여 개발할 계획이다. 이러한 12가지는 국가의 전략기술이며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미래성장과 기술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세계최고국 대비 90%이상의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5년간의 노력이 시작된다.
질적성장을 위한 몇 가지의 도전은 '한 우물파기'와 같이 한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는 장기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연구환경 자체를 바꾸기 위하여 최대 10년동안 연구장려금 지원 및 해당연구분야를 계속 지원하려는 계획이다. 또한 연구개발을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과학언론학'의 관점에서 민간과 지역이 기반되어서 과학문화가 활동화될 수 있는 목표가 전략적으로 셋팅되어 있다. 이것은 과학사회학의 관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호응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미래의 차세대 과학기술을 교과서에 등재하고 코딩과 같은 스킬을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다.
전략 2. 혁신주체의 역량 제고 및 개방형 생태계 조성
사실 경제개발과 기술성장에 있어서는 잠재성장률과 총요소 생산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잠재성장률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3.2%에서 2.0%로 하락하였고, 총요소생산성은 0.9%에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이야기는 경제성장율과 기술개발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적인 성장을 위해서 난이도가 낮은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고난이도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민간 R&D 증가율은 2017년 14.7%에서 2020년 4.0%로 감소한 추세를 반영하면 민간 R&D를 살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하락세를 뒤집어서 높이기 위해서 전략 2에서는 민간주도 혁신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및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혁신거점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더불어서 신기술과 신산업 중심의 창업 지원 및 성장지원을 진해하며 균형발전과 혁신성장을 이끄는 지역 혁신체게 구축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글러벌 공급망 사태와 같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외교와 안보 그리고 협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정책과 계획들로 출연연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연결된 조직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이번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2번째 전략이다. 혁신주체의 하나인 민간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정부기관에서 기업 R&D 지원방식을 다양화 한다. 역량을 진단 후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며 기업의 수요에 기반한 정책과 예산을 수립한다. 이는 기술주도 성장과 사회의 수요주도 방식을 적절하게 혼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도 시행했던 규제샌드박스제도도 확대하여 규제를 줄이고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기초연구지원 체계를 완비하는 지원이 시행된다. 공공기관이나 대학들에 지원한 고가의 장비들을 지역혁신을 위해서 필요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대여 및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혁신주체들 중에서도 민간에서도 비용을 줄이고 역량을 한번에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전략 3. 과학기술 기반 국가적 현안 해결 및 미래대응
기술력의 혁신은 무어의 법칙에 의하면 이전보다 2배로 빨라진다고 한다. 지금은 무어의 법칙이 무색할 정도로 과학기술은 기술패권으로 바뀌어서 국가의 사활을 거는 시대가 왔다. 이에 대해서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정책과 연결해서 미래를 위한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는 7가지 영역에서 국가현안 및 미래대응의 아젠다와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1992년 리우데자이루에서 있었던 지구환경회의에서 '교토의정서'가 발휘된 이후에 '탄소배출권'은 기후변화와 함께 각 나라별로 가장 중요한 환경이슈로 확대되었다. 특히 탄소중립을 하지 않으면 무역을 할 수도 없는 RE100의 시대가 왔다. 따라서 이번 계획에서도 5년 안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며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천명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지금까지 역사상 6번의 특이점이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제 1기는 물리학과 화학의 발견으로 원자의 발견과 이를 이용한 기술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으며 제 2기는 생물학의 진화로 세포안에 DNA의 관점에서 게놈지도를 완성하게 되었다. 제 3기는 뇌과학의 발전으로 신경패턴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러한 뇌과학의 발전은 '인공신명망'을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게 도왔다. 또한 제 3기는 정보를 사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며 제 5기에 들어서면 비로소 AI라고 하는 인공지능이 기술과 융합하여 현재 우리가 보고있는대로 움직이면서도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 6기는 스페이스X의 일론머스크가 화성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처럼 우주의 시대가 왔다. 이러한 특이점에 맞게 슘페터주의에서 주장하는 콘트라티예프의 장기파동이론과 서로 겹쳐 보면 기술과 경제성장 곡선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과학기술 정책은 output단위에서는 특허와 신기술 개발이지만 outcome단위에서는 사회적 변화와 국가경제발전이기 때문에 이번 계획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선도적 대응으로 경제적 재도약을 한다는 목표가 설정되었다. 또한 100세 시대를 넘어서는 고령화시대에 과학기술기반의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앞으로 발생할 미래위험에 대해서 재난을 미리 방지하고 위기를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콘트롤타워와 데이타기반의 예측 시스템등 문제해결 능력을 국가위기상황과 연결해서 대처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가속화되는 글로벌 경제의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급망 확보 및 선점 계획은 결국 국방과 안보로 이어지는 기술안보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 강군 육성 및 사이버 주권 수호를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레이커즈와일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우주와 해양, 극지개척을 통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술과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7가지의 문제해결 영역을 설정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5년간 과학기술의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2022년 11월에 발표된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의 결과로 야심차게 준비한 민간R&D영역을 포함해서 기존 R&D 예산에서 25%나 삭감되었다. 과학기술계를 포함해서 시민사회 및 정치권에서도 기초연구분야와 R&D영역을 삭감하는 일은 미래에 선을 긋고 국가발전과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해를 가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R&D예산의 삭감으로 인해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연구들이 4개 중에서 1개는 문을 닫게 되었고 '한 우물 파기'라는 10년정도의 R&D를 보장해주는 정책도 제대로 수행될지 미지수가 되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서 예산이 삭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자체에는 한계가 없을까? 한계 혹은 문제를 진단하고 다음 계획을 세울 때는 미리 한계점들을 감안하고 계획을 짜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국가비전과 연계 미흡 : 중장기 국가비전 제시
우연인지는 몰라도 2017년부터는 정권과 기본계획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깐 국가비전과 정권의 비전이 서로 만나서 과학기술계획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면서 국정비전을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로 제시했고 이에 따라서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과학기술혁신이 선도하는 담대한 미래'라는 주제 아래 부제로 '행복한 국민, 역동적 경제, 강한나라'로 설정되었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비전에 대한 정의에 기본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래 비전은 '가슴뛰는 크고 웅장하지만 세부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09년 미국은 글로벌경제위기 이후에 침체된 민간부분 R&D분야를 혁신하기 위해서 국가혁신전략(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을 발표했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대통령직속예산 1,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미국 회복 및 재투자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혁신 전략 안에 기업가 정신을 통해서 미래를 다시 설계한다는 취지를 담은 Startup America Initiative를 발표한다. 스타트업과 고성장 기업을 모두 성장시키기위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독일의 경우에는 2006년 메르켈 총리가 혁신기반 핵심기술을 통해서 기술도약을 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이테크 전략'을 발표한다. 하이테크 전략은 국가기본전략 설정 및 범부처차원의 기술개발, 펀딩, 연구개발 시스템 규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비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하이테크 전략 2020'이 2010년에 발표되었고 이를 2014년 신하이테크 전략을 발표하여 산학협력 강화 및 중소기업 혁신을 도모했다. 이 결과 독일은 '히든챔피언'이라고 하는 제조업의 명품 중소기업들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을 선도하기 위하여 하이테크전략 2020에 '인더스트리 4.0'전략을 포함시켜서 미래 비전을 현실화 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연결시켰다. 단순히 '강한나라'라고 외치는 것만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10년 혹은 20년 후에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비전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기본계획은 그 자체로 '계획'이기 때문에 '전략'에 따른 수행방법으로 전락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전략이 5년마다 정권에 따라서 바뀌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수긍하더라도 비전의 성격을 가지지 못하다.
따라서 노무현정부에서 '대한민국 2030'과 같은 중장기 국가비전이 제시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략들이 연도별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UN에서도 2001년부터 15년동안 '전세계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라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새천년개발계획은 MDGs를 만들어서 매년 빈곤의 퇴치를 위해서 노력했고 2015년부터는 MDGs에 이은 지속가능한 개발계획인 SDGs를 발표했다. 보통 기업에서도 MVVS라고 하는 미션과 비전 그리고 핵심가치와 전략을 위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천하는데, 공공기관의 경우 비전이 먼저 오게 된다. 국가의 비전은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2027년을 넘어서 2040년 정도에는 어떤 사회를 꿈꿀까? 이런것이 비전이다. 일론머스크의 비전은 '화성에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화성을 가기 위한 전략, 화성에서 도시를 짓기 위한 전략, 화성에서 에너지를 구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이것이 전기자동차인 테슬가, 진공에서 움직이는 하이퍼루프, 태양열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솔라시티, 거친 화성표면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사이버트럭, 공기와 물이 없는 상태에서 태양열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AI를 만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윤리적인 평가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
글로벌 기술패권과 공급망의 문제, 우크라이나와 소련의 전쟁과 신기술들의 난립 이후에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는가? 100년전 김구선생님이 꿈꾸었던 '문화강국 대한민국'처럼 2040년 정도에는 '국가경쟁력 1위의 기술혁신국가 대한민국'과 같이 가슴을 뛰게 하고 조금 더 세부적이고 담대한 도전을 담은 비전이 필요한게 아닐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은 정치적으로 구성된다'라고 하는 이른바 '기술정치학'의 영역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2) 내적동기유발이 힘든 임무형 R&D : DARFA와 막스플랑크연구협회의 사례
2022년 11월에 발표된 5차 계획은 민간에 알려질 때는 '임무중심의 R&D'로 인식이 되었다. 이번 계획에서도 보여지는 임무를 국가의 상황과 문제해결을 통해서 도출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을 발전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임무중심의 R&D는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기술혁신 이론의 측면에서 보면 임무중심의 R&D는 국가의 R&D가 아니라 동시대의 기술과 과학의 발달에 따른 경쟁력의 차원에서 임무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요중심의 R&D는 국가가 원하는 대로 임무를 설정하게 되고 이것은 연구자의 자율성과 동기유발을 떨어뜨리며 수요가 사라졌을 때 지속성이 없어지게 된다. 단순히 수요에 집중해서 그것에 응답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기초과학'은 멀리할 수 밖에 없고 '응용과학'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응용과학의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원천기술은 발전한 나라에서 가지고 오고 이것을 활용해서 산업에만 이용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을 대통령실이나 윤석열정권에서 원했다면 이것은 당연히 시대착오적이다. 왜냐하면 모방에서 혁신으로라는 책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기술추격형 경제'모델에서는 당연히 응용과학인 공학이 발전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혁신의 요소들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도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방향을 밝히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선진국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기초과학을 통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언제든지 다른 기술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박근혜정부 때 미국으로부터 전투기를 수입하고 기술이전을 받지 못한 사례처럼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은 한없이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과 경제성장 그리고 산업의 구조를 보면 이제는 모방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해야할 때이다.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연구주제가 설정될까? 내적동기가 유발되려면 연구주제를 top-down방식으로 설정하는 것이 진정맞는 것일까?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인 미국의 DARFA의 사례와 독일의 막스프랑크연구소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목표와 주제 설정을 해야할지 알아보자. 미국의 DARPA는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약자로 미국 국방성의 내부 연구기관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기술주도형' 연구기관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의 핵공격에 대비하여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알파넷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으로 발전했고, 핵잠수함을 파악하기 위해서 발명된 GPS는 현재 자동차 네이게이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전반에 걸쳐 파급을 미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왔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게 되었을가?
DARPA는 의사결정체계가 유연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유연하며 비공식적인 결정이 가능한 구조이다. 따라서 숙련된 프로그램 매니저는 연구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부여받아서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일반적인 행정부서와 달리 관리 연구개발에 대한 펀딩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어서 DARPA자체가 하나의 독립체산체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직문화와 예산의 자율권을 확보한 DARPA는 자체적으로 혁신적인 주제들을 연구로 풀어내면서도 내부의 연구원들이 자신이 관심있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진정한 '한 우물 파기'가 가능하다. 민간 R&D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국가예산에 맞추기 위해서 '임무'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적인 예산과 재원이 마련되어서 자율성을 갖되 세상이 놀랄만한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협회(Max-Planck-Gesellschaft)에 대해서 알아보자. 독일은 공공 R&D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4개의 주요한 기관을 가지고 있다. 막스클랑크연구협회를 비롯해서 프라운호프연구협회(Fraunhofer Gesellschaft), 헬름스홀연구협회(Helmholtz Association), 라이프니츠연구협회(Leibniz-Gemeinschaft)로 구성되어 있다. 라이프니츠연구협회의 경우 87개의 비대학 연구기관 및 다른 과학 기관들이 라이프니츠 협회에 속해 있으며, 연구 범위는 자연 과학, 공학, 생태학, 경제학, 사회 과학, 우주 과학, 인문학에 걸쳐져 있다. 대학교, 산업, 세계 각국과 협력을 하고 있으며 학제간 연구 및 기초, 응용과학을 연결하는 연구를 한다. 라이프니츠 협회의 평가는 모든 산업의 기준이 된다. 이렇게 독일의 경우에는 공공 R&D가 협회로서 바운더리를 구성하고 그 안에 국가혁신체계의 주체들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띄고 있다.
막스프랑크연구협회에서는 생물학, 의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인문사회과학의 기초과학분야를 연구함과 동시에 시대적으로 필요한 연구인 뇌학학 연구, 세포막 연구, 양자과학연구는 중점연구분야로 선정하여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연구의 학제적 특성과 연구비용 때문에 개별주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미래지향적인 연구 혹은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꾸준히 기초과학의 관점에서 기술개발을 해야하는 분야와 함께 새롭게 대두되는 분야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또한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연구주제 선정, 인력채용의 자율성, 협회운영의 개방성을 조직문화로 가지고 있어서 막스플랑크연수협회 내의 다양한 연구자들을 강력한 자율성을 부여 받아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이러한 자율성은 정관에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는 운영 및 연구에 개입하지 않고 전체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있어서 산하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즉, 한우물파기가 정권의 변동에 상관없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DARFA와 막스플랑크연구협회의 특징을 살펴보면 결국 임무중심의 R&D가 아니라 연구자 중심의 R&D 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이나 독일이 가진 선진국의 배경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R&D를 강화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중앙의 힘과 전략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산하기관을 볼 것인가 아니면 자율성을 보장받은 산하기관들이 국가혁신체계의 거대한 방향하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성있는 주체로 볼 것인가하는 인식론적 대립이 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연구자 중심이 아니라 국가중심의 R&D가 설정된 것은 아닐까? 특히 질적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서 외부의 지표와 방향성이 연구자들의 동기부여와 연구의 주제들을 수요에 맞춰서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새로운 분야로 정한 12가지의 전략기술확보라는 목표가 연구자들에게는 힘이 빠지게 하는 목표가 아닐까?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3) 지표의 한계와 새로운 지표의 필요성 : 기술가치평가 방법을 통한 지표 전환
이번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주요 지표로 보고 있는 것은 아래의 5가지이다. 피인용수가 높은 상위 논문 점유율을 높이는 것과 세계적 수전의 전략기술 분야를 9개로 증가시키고 삼극특허수를 3,500건으로 상승시키는 것이다. 또한 하이테크 산업에서 수출시장의 점유율을 10%로 상승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결과로써 삶의 질을 20위까지 높이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국가경쟁력 혹은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검증을 하게 된다. 노동과 자본을 제외한 사회경제적 인프라와 사회적 자본 및 교육수준 등 모든 것을 합산하여 포함을 한다. 특히 총요소생산성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삶의 질이 기술혁신과 연결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바로 '국가혁신체계'가 등장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기술과 경제성장이 삶의 질 순위에도 영향을 주고 국가경쟁력에도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를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총요소생산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지표의 대표성 문제가 여기서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과학기술기본계획대로 하면 국가혁신체계가 모두 혁신하여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결과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주요 지표 목표
1) 피인용수 상위 1% 논문 점유율 : 3.53%에서 4.8%로 상회
2) 세계적 수준의 전략기술 분야 : 현재 3개에서 5년 후 9개로 증가
3) 삼극특허수 : 현재 3,057건에서 3,500건으로 증가
4) 하이테크산업 수출시장 점유율 : 현재 7.5%에서 10%로 상승
5) 삶의질 순위 : 현재 32위에서 20위까지 도전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래와 그림과 같이 건강, 고용임금, 시민참여, 여가, 교육, 안전, 가족공동체, 주거, 환경, 주관적 웰빙, 소득소비 자산, 환경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기본계획이 5년의 성과로 이러한 삶의 질을 모두 높일 수 있는가?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혁신체계 안에서 혁신기술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보려면 오히려 사회발전지수와 같은 지표가 필요한 것은 아닐가? 사회발전지수는 미국 비영리 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Social Progress Imperative)의 올해 사회발전지수(SPI·Social Progress Index) 조사하여 매년 발표하고 있다. 회발전조사기구는 다음과 같은 지표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 인간욕구(영양·물·위생), 웰빙 기반(복지·생태·건강·정보통신), 기회(인권·교육권·자유·관용) 등 3가지 부분에서 여러 항목을 조사해 매해 SPI를 산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발전조사기구의 3가지의 지표에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지를 기술영향평가와 연결해서 볼 수 있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가치평가의 영역이 있다. 기존의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valuation기법을 적용하여 기업의 가치에 기술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산출하는 것이다. 기술가치평가에는 기존의 기술을 개발할 때 얼마의 비용이 들어갔는지를 산출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비용접근법'과 현재 동일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에서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장접근법'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앞으로 얼마의 수입을 낼 수 있는지를 '할인율'의 개념에서 평가하는 '수익접근법'이 있다.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의 관점에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신슘페터주의가 기존의 슘페터주의와 다른 점은 혁신의 내재적인 특성을 미시적 영역에서 거시적인 영역으로 확대하여 '국가혁신체계'를 만들 것처럼, 기술가치평가의 방식을 국가와 국가간의 기술가치평가로 확대하여 국가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얼마의 비용이 들어갔는지를 경제추격론과 연결하면 '기술의 수명주기'와 기술의 개발비용을 서로 연결해볼 수 있다. 그러면 기술수명이 긴 기술을 적은 비용으로 개발한 국가들은 그 자체로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의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는 측면에서 기술역량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지 않을까? 또한 시장접근법의 관점에서도 국가간 총요소생산성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총기술가치평가 점수로 비교해볼 수 있어서 현재 국가마다 얼만큼의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 기술들의 가치가 얼마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저평가된 기술을 가진 국가들이 앞으로 가치가 높아지면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GDP와 연결해서 살펴볼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지표가 설정되면 기술 자체의 개발을 애매모호하게 논문이나 특허로 평가하는 비약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가치가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가경쟁력을 따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술가치평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 '수익접근법'은 현재의 기술이 가진 가치를 10년정도 후의 가치와 비교해서 매년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경제추격론과 연결하면 기술수명주기가 정해진 기술들이 매년 얼마의 할인율로 적용되는지 계산할 수 있고 그러면 보유기술에 따라서 매년 국가가 가진 기술가치가 어떻게 할인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미래 기술을 개발했을 때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고 이것이 GDP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서 어떤 시점에 기술수명이 긴 산업과 기술을 도입하여 국가수익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반도체, 이차전지, 원자력, 수소, 통신, 우주항공 등등 각각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이 앞으로 얼마의 수명을 가지고 있고 그 수명주기에 따라서 얼마의 가치를 만들게 될지를 평가해보면 제 5차 기본계획이 5년후에 얼마만큼의 국가수익을 늘릴 수 있을지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가치평가에는 앞으로 등장한 위험에 대해서 기술이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를 '리스크'로 산정하여 계산하는 방법도 있으며 원천기술에 대한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로열티'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도 있다. 이런식으로 기술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전략을 짜면 앞으로 국가혁신체계 안에서 어떤 기술이 나와야만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술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을지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설정된 지표들을 조금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지표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지표는 사실 그 자체로 목표가 되고, 어떤 관점에서 상황과 미래를 볼 것인가가 들어 있기 때문에 지표를 바라보는 관점만 바뀌게 되더라도 대한민국 과학기술 분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6) 미래예측의 어려움과 인재성장의 어려움 : 성취예측모델과 역량모델링
마지막으로 인재개발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현재 기본계획이 설정한 연구자의 성장을 보는 관점은 다소 고민이 필요하다.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연구성과가 특허와 신기술개발로 늘어지지 않는다. 더불어서 연구협력 체계를 만든다고 해서 연구성과가 좋아지거 신기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인재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개발의 가장 큰 핵심은 '역량'이라고 할 수 있고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역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역량을 어떤 프로세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핵심역량이론에 의하면 역량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 스킬, 태도'로 구성된다. 지식과 스킬은 보여지는 부분이면서 쉽게 만들어질 수 있지만 태도는 오랜시간에 걸쳐서 형성되는 부분이다. 과학기술영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적 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태도이며 이러한 태도가 새로운 신기술을 만들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인사이트는 이러한 역량을 측정할 수도 있고 평가할 수도 있으며 또한 역량모델링을 통해서 역량군들을 가지고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기본계획에서 혁신주체들의 성장을 기반으로 '역량모델링'을 진행한다면, 그리고 이것을 각 연구기관과 관련 주체들에게 설정해서 공유한다면 5년 후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조직전문가로 오랜기간동안 한국은행과 공공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동석 교수는 최근 '성취예측모형'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지금까지 애매하고 모호했던 역량에 대해서 '역량사전, 역량모델링, 역량레벨링'을 정립했다. 또한 역량을 설정하면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프로세스도 존재한다. 각 주체별로 그리고 분야별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먼저 '역량사전'을 만들어서 역량을 정의하고, 그 분야에 필요한 역량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만들어서 프로젝트 및 사업분야에 연결하면 그 역량들의 레벨이 주체와 사업에서도 측정될 것이다. 예를 들면 탄소중립을 위한 신기술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할 때 이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역량들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역량에 지식, 스킬, 태도가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기획력-영재성-전문성-성취력-도전정신'등이 하나의 역량모델링이 되면 이 프로젝트를 하는데 적절한 인원들이 이 역량모델링에 비추어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결론적으로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특허가 나오겠지만 그 과정에서 참여한 사람들의 역량이 역량모델링에 의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을 조직적인 역량으로도 산출해낼 수 있다.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면 역량이 산출되거나 성과가 산출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역량론 혹은 경제추격론에 비추어 보아서도 자신이 그 기술을 습득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성장이라면 역량의 관점에서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5년이면 충분히 역량을 평가하고 측정하고 역량을 높이기 위한 HRD적 접근과 지원을 통해서 기초과학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과학기술분야에서 어떤 역량들이 필요한지를 도출하고 그 정의를 만드는 '역량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사전을 기반으로 각 분야별, 조직별, 개인 혹은 프로젝트별로 역량모델링을 설정해서 연구와 프로젝트 수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역량에 대한 시스템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때 '인재가 성장하고 혁신주체들의 역량이 제고'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제 5차 과학기술기본정책이 2023을 기준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던 국가혁신체계와 신기술영역 그리고 질적성장을 위한 R&D분야의 네트워크 등등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서 국가수준에서 5년간의 계획이 만들어 졌다. 물론 한계도 존재하고 아직은 시기가 이르지 않아서 대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바라기는 '한 우물 파기'와 함께 '과학기술분야의 운하 만들기'처럼 서로 연결되지 않은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혁신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정책은 때로는 기술주도로 혹은 수요견인이론을 적절하게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수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러나 꾸준한 원천기술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주도 이론에 근거한 정책들이 필요하다. 2027년에는 이상과 현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한자리에서 꽃피우는 대한민국의 진보된 과학기술분야의 웃음 꽃이 피어나길 기대한다.
https://youtu.be/DwvPYtHFVIo?si=b_3q-d5AxvQZ0EHg
https://www.youtube.com/watch?v=rhSoVFvcecY
http://webzine.koita.or.kr/202103
https://youtu.be/cgqb9N0wt6g?si=bIkc5DpWaXTOGHJK
https://ppss.kr/archives/174450
https://www.yna.co.kr/view/AKR20160627058300008
https://www.youtube.com/watch?v=h1uE4kDGa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