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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Nov 24. 2023

목적도 없는 만남이 즐거운 이유

한병철_서사의 위기

그 기원에 대해서 굳이 묻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것들이 있다


사랑, 인정, 즐거움, 행복

그리고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


자연스럽게 인간이 가진 구조는

언제나 구조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야기는 어떤 존재가 만난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배경을 다룬다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상상하게 되고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이야기를 연결한다


의미가 사라져버리고

깊이가 날아가버린 시대에는


이야기는 항상 자신과 다른 곳에서,

자신과는 상관없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어떤 상품을 개발했던 이야기는

심지어 인간의 감정도 빠져 있고


오로지 행위자로서 상품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이야기로 자신을 치장하지만

사실은 사용설명서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게임 세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이들은

점점 타인과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여유 그리고 대화까지도

잃어 버리고서는


심심하게 외롭게 자신안으로 파고들고

결국 이야기의 소진으로 막을 내린다


문제는 이렇게 이야기가 사라진 사회에서

태어난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기에


이야기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고

이야기에 자신을 연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곳이나 이야기는 사라지고

말 그대로 '자본'주의, 돈의 이야기만 남는다


무엇인가에 빗대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자신도 없어져 버린다


함께 지어져 가는 이야기에는

소통이 이야기를 가로막지 않는다


말이 없어도 서로 주고 받는 거대한 배경 속에서

몸이 서로를 이어주고 말해준다


서사는 항상 자신과 다른이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서사의 위기는 결국 자기자신의 위기이면서

인류의 위기가 되어 버린다


소통이 아니라 이야기를 살려내야 한다

만나야 하고 나누어야 하고 함께 걸어야 한다


피상성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서

위로와 배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비밀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에게는


항상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이와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래서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는 비밀이어야 한다

목적도 없는 만남이 즐거운 이유이다


한병철_서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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