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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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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Dec 26. 2023

삶의 향기를 드러내고 싶을 수 밖에

마가복음 14장_메시지 성경

예수께서 저녁을 들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아주 값비싼 향유 한병을 가지고 다가왔다


여자는 병을 따서 향유를 그 분의 머리에 부었다

몇몇 손님들이 발끈해서 자기들끼리 말했다


저렇게 한심한 일을 하다니!

완전 낭비다!


이 향유를 일 년치 임금보다 더 많이 받고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들은 화가 치밀어서 당장이라도

여자에게 분통을 터뜨릴 태세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가만두어라


너희는 어째서 

이 여자를 괴롭게 하느냐


이 여자는 지금 나한테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일을 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평생동안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너희는 언제라도 마음 내키면

그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내게는 그렇지 않다

이 여자는 기회 있을 때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내 몸에 미리 기름을 부어 내 장례를 준비한 것이다


마가복음 14장_메시지 성경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한 평생을 돌아볼 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내 모든 것을 걸어도 바꿀 수 없는

그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셀수도 없이 많은 재산일까


아니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일까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일까


벌써 15년이나 된 일이지만

청년시절 가장 우뚝 선 곳에서


이 고민을 했다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부모님이 생각났고

그 당시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생각났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던 친구들과

인생의 진리를 알려준 교수님과 목사님이


생각났고 조금 더 지나니

그 모든 안개들이 거치고 마침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숨쉬러 올라온


물고기마냥 뻐끔뻐끔 떠올랐다

나의 미래가 투영되어 보이고


창창하게 뻗어나갈 내일의 희망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그 동성을 따라가다가 문득

나의 20년 후에 뒷모습이 보였다


욕망과 희망이 얽기고 설켜서 만들어낸

환상이 섬광처럼 빛났다


그러나 그 다음은 절망적이었다

만약에 이 모습이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그래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고

하나님을 따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따를 수 있을까?

미래를 몇 시간이나 현재로부터 투영하고서


이제 막 부풀어 오르는 희망을 잠재우고

그것도 한 순간에 내려놓으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내려 놓을 수 있을까

포기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하지 못하고 


오랜시간을 고민하다가 잠이 들었고 

트라우마처럼 그 생각을 저 만치 밀어 두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을 포기하라고?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인 나의 미래를?


이러고서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다시 잠이 들고 다시 잠을 깨고.




결국 2달이 지나서야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겠다고, 앞으로 일어날 수 많은 시간


빛나는 미래 역시도 하나님이 내려 놓고

따라오라고 하면 그러겠다고.


죽음을 경험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내려 놓았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편이 어두워졌다


무엇인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 속의 길을 걷다보니


내가 계획한 미래를 모두 포기했다고 했지만

다시 그 미래를 만들어내는 원인


바로 나 자신을 만났다

나의 욕망과 꿈과 두려움이 모두 자라나는


나의 본체 나의 진정성

나의 중심인 나 스스로를 만났다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해도 나를 포기할 수 없었던


나에게 말씀은 조용히 찾아왔다

"너희가 만약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포기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현재 진행형이다

그 순간은 그러겠다고 해 놓고


시간이 지나면 초심을 잃어버리고

다시 내가 무엇인가 되어 보이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있어 보이고, 멋져보이고 싶어서


나 스스로를 속이기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도 가끔 속이고


불편한 마음을 꽁꽁 싸매고 잠들어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이 안나게.


그러다가 말씀이 조용히 찾아오고

다시 나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 놓고


'자기를 포기'하는 부르심에 응답한다

그런데 신기한건 그 응답이 주는 것은


이제부터는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아파하고

혼자서 두려워하고 혼자서 힘들어하지 않고


함께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 즐기고 기뻐하고


신나게 뛰놀고 함께 공감하고

함께 이겨나는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 순간 '자유'를 누리게 되는 기쁨이

결국 '사랑'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더 이상은 원하는게 없을 정도로

나의 숨겨둔 자아가 하나님을 만나고


평안과 안식으로 찾아들어갔다

그러니 오늘 말씀에 나오는 여인이


향유를 부어서 예수님의 장례를 기념하듯이

나는 나의 영혼을 부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념하고

또 아름다운 향기로 가는 곳마다


삶의 향기를 드러내고 싶을 수 밖에.

여인의 마음이 이해되는 아침


나는 다시 일어나서 나의 마음을 열고

하나님과 함께 걸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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