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자아

나는 누구인가 물어볼 때

by 낭만민네이션

자아의식을 가지게 된 때는

아마도 4살 때무렵이었다


연희동의 어느 산동네에서

나는 처마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손이 쓰리고 아팠던 기억도 나고

연희동 동네주민들의 아웅다웅한 모습도 보인다


생각은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그 이전은 아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 개한테 물려서

허벅지에 이따만한 이빨자국도 났었다


태권도 시합에서 겨루기를 하다가

상대편 아이가 아플 것 같아서 살살하다가


결국 시합에서 지고

나는 태권도를 그만두게 되는데


아직도 어머니는 소질이 없었다고 하시지만

나는 누군가를 때리는게 영 별로다 지금도.




이런 어린시절을 따라가다가보면

어느새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던 시절


소설과 같은 가족의 이야기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과 같은 환경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중학교 2학년 이제 막 자아가 엄청난 변화를

만났던 그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교회라는 곳에 처음 다니면서

생전 듣도보도 못한 환대를 받았는가하면


주위에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생과 사'의 혈투가 만연하다는 것을 알았다


영적인 부분의 세계가 확장되면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었고


결국 영적세계의 샤머니즘을 몰아내고

건강한자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교회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사건들과

공교육에서 겪은 상처들이 여운을 감싸고


대학에 진학해서 세계로 확장하는

세계관의 향연도 맛본다




어느 순간인가 나는 생각을 좋아했다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생각하면서 온 지구를 돌아다닐 수 있었고

사람들의 생활사도 볼 수 있었다


역사가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는가 하면

한 사람의 사랑이야기도 보이는 듯 했다


물론 이것들이 가능해진 것은

글자와 이미지들의 축제였기도 했지만


그냥 내게 보이는 세계에서

이상하거나 신기한 것들에게


물어보곤 했던 습관들이

어느상황을 만나든 동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울려퍼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집을 짓고


어느순간 구조화하고 나면

또 어느순간 허물어져 버리기도 했다


이전에 알고 있던 진리와 비슷한 관념이

어떤 상황을 만나면 무너져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나라와 사람들을 만나면

이전에 흩어진 생각의 잔해들이


서로 손을 잡고 거대한 건축물로

위엄을 드러내기도 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완전히

인간의 욕구는 소유와 보이는 것으로 귀화하지만


20세기 이전에 인간의 욕구는

유데모니아'라는 생각의 욕구였다


그러므로 인간은 조금 더 생각하려는

욕구를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켰고


변화된 자신의 생각이 현재로 투영되어

삶의 질서와 소유의 관계를 바꾸었다


생각은 글과 이미지로 전해졌고

1960년대에 이르러 한국에서는


의식화'라고 하는 각성의 단계가

바로 이러한 생각의 욕구를 말해주게 된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나의 자아가 탄생하던 순간

나는 비로소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나와 세계의 변증법적 도식을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프레임으로 확장시켰다


최근들어서는 이러한 프레임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만나게 되는 지점인


영원한 현재'라는 개념과

이세상의 본질은 정지와 운동이라는


진리개념에 대한

고민을 해 본다


세상에는 2가지밖에 없다'라는

단순 명료한 문장을 쓰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생각의 구조물들이

시간프레임에서 놀이할 때 나오는 것들이다


생각이 유연하게 흘러가도록 만들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나의 질서를 만든다




자아의 시간

생각의 시간


시간위의 존재

타자와 세상, 나와 세상


흐름과 정지

flow와 stock


나는 오늘도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람 속에서 숨결을 느낀다


나부끼는 자아의 향연은

오늘 저녁도 여전하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