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하고 있는 주제들 그리고 생각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진다. 잡생각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깊이있게 더 의미있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다. 다시 퍼실리테이션을 공부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회고'reflection의 과정을 스스로 많이 갖는 것 같다. 그 순간에 어떻게 했어야 잘 할 수 있었지? 어떻게 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더 기쁨이 되었지?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많이 쓴다. 이른바 '센스메이킹'이다. 어떤 순간에 가면 그 순간에 무엇이 적절한지, 무엇이 합리적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순간적인 판단과 선택이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 중에서 가장 최적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것이 바로 센스메이킹이다. 요즘들어 감 잡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센스메이킹을 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더 좋은 결정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말은 최근들어서 나의 결정이 나 혼자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감잡기를 잘하는 사람들의 책이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나의 생각을 펼쳐보고, 다시 그 때로 가서 가설을 세우곤 한다.
조금은 지난 영화지만 예전에 좋아하던 영화 중에서 '버터플라이 이펙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혹은 청년시절의 어느 선택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하면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 순간으로 돌아간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미리 경험하고서는 다시 자신의 과거로 달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 주요한 플롯이다. '어쩌면 나에게 그 순간이 지금인지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그렇다면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내가 후회를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 과거로 돌아온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내가 선택하는 것들에 무슨 문제나 혹은 내가 알지 못하지만 커다른 영향력을 미친다는 말인데?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지금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것을 forecasting이라고 하고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을 backcasting이라고 부른다. 나는 포케스팅과 백케스팅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현재의 선택을 생각해보는 것 같다. 요즘 들어서 더더욱 많이.
새로운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전략기획팀이다. 일하는 곳에서 들어온지 벌써 15년이나 되었다. 처음에는 선교사님들을 훈련시키는 업무를 담당했고 그래서 남아공, 하와이, 필리핀, 키르기즈스탄까지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선교사님들과 현지스텝들을 교육했다. 그 와중에 훈련을 잘하기 위해서 교육의 필요성이 있었고 방통대에서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교수체제설계를 할 수 있었고, 조금 더 효과적인 교육프로세스를 짜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렇게 10년을 한 결과 교육 혹은 HRD의 영역에서는 어느정도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 조직에서 교육이 단지 교육으로 끝나버리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시스템다이나믹스'에 대한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사건을 그대로 두지 않고 그 사건이 일어난 계기와 프로세스 그리고 그 사건이 만들어가는 영향력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스템 다이나믹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름대로 모든 조직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스템은 구조와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행동은 패턴과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다. 사건들이 시간과 공간에서 일정한 패턴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정례적인 일이 된다. 어떤 시스템에 들어가면 그 일이 일어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는 요소와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어떤 곳이든 구조에는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들과 요소들간의 관계가 있다. 그러니까 요소들의 관계에 따라서 구조는 다르게 된다. 관계가 수평적이면 수평적 구조가 형성되고 관계가 위계적이면 관료제가 구조화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구조와 행태를 나누고 나면 구조는 멈춰있는 stock이고 행태는 움직이는 movement가 된다.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의 관계성을 '시스템 다이나믹스'라고 부른다.
사실 이렇게 시스템다이나믹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72년 발생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때문이다. 국제개발협력의 관점에서 보면 2015년 지속가능한 발전 아젠다는 2012년 리우R+20때문에 만들어졌고, 리우R+20은 20년전인 1992년 리루데자이루의 지구정상회의때문에 만들어졌고, 지구정상회는 20년전인 1972년 로마클럽에서 발행한 '성장의 한계'보고서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러니깐 지금 기후변화와 ESG의 기원은 1972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보고서를 쓴 사람들 중에서 도넬라 메도즈Donella H. Meadows는 '시스템사고'의 창시자격인 제이 포레스터교수에게서 세계동태론을 배웠다. 세계동태론은 시스템다이나믹스의 범주를 전 세계로 확장시켜서 환경과 인구, 산업의 변화에 따라서 변수를 입력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학문이다. 이렇게 1972년에 세계전체가 앞으로 50년간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돌려보니 곧 성장은 한계가 오고, 환경오염으로 지구는 살 수 없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 예측되었다. 그래서 시스템다이나믹스의 관점에서 로마클럽의 보고서는 계속해서 전세계에 시스템다이나믹스의 관점에서 세계의 변화와 환경을 문제를 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런데 사실 시스템다이나믹스는 MIT슬로언스쿨에서 지속적으로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한 조직의 상황을 시스템다이니막스로 보게 되면 조직 안에서 사람들의 성향과 사람들간의 관계로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곧 이어서 년간 조직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패턴화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체계를 잡을 수 있고 혹은 체계화가 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런방식으로 경영에 시스템다이나믹스를 적용해보면 조직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조직 안에서 어떤 부분이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고 어떤 부분이 누수가 생기는지를 볼 수 있다. 전략기획실로 가게 되면서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시스템다이나믹스를 조직 전체로 적용해보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직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시스템다이나믹스의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 전략을 짤 때 시스템 다이나믹스의 관점에서 짜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서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부모님이 살아왔던 시간대를 살고 있다. 40대즈음이 되면 아이들이 10살정도 되었을텐데 그 때 어떤 마음일까? 그 때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고 또 대화를 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해 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본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결혼한 친구들은 아이들이 10살도 넘고 고등학생인 친구도 있다. 아이들 학원을 어디에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들어주느라 시간이 다 가기도 한다.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부모님이 내 나이때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해본다.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에 학력도 중학교가 전부인 아버지는 이 사회에서 적응하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썼을까? 그러는 가운데 10살짜리 내가하는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했을까? 안타까웠을까? 어려웠을까? 힘들었을까?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라_마태복음 7장 2절
부모님의 인생을 헤아리기 시작했으니깐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선균씨가 남겨두고 간 사랑과 인생, 어른이 된다는 것과 세상에 익숙해진다는 것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선택의 관점에서 보자면 10년전의 나의 선택은 옳았던 것 같다. 들뜬 30대 초의 어설픈 선택에서 '잠잠히 서서 깊이있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던 것 말이다. 그때 한창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시기였으니깐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당신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 말이다. 그리고 그 때 10년 후를 생각하고 정신차리고 '아 그럼 나는 아무것도 안 남고, 내가 할 수 있다고 한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지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 자리에 서서 깊이를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에 철학아카데미에 5년이나 다녔고 대학원을 2개나 다니고, 박사과정까지 진학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10년전의 그 조그마한 마음의 선택이 지금의 결과들을 만든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보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지 못해서 계속 미래를 저당잡히거나 과거에 묶여 살기도 한다. 반대로 그 때 그 선택이 행운의 시작이 되어서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선택의 연속이 일상을 가득 매우고 있다. 나 역시도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다. 때로는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 씌우느라 발뺌하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잘못된 선택을 다시 회복시키느라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은 망치고 붕괴시키는데 한 사람은 세우고 회복시킨다. 선택의 방향을 이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오히려 손해보면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게 되겠지? 그렇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지? 인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낭만일기를 안 쓴지 오래 되었다. 한창 사람에 대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한 것들을 쓰기 위해서 남겨 놓은 공간인데, 아직은 더 쓸 수가 없다. 낭만적인 사랑 혹은 낭만적인 시간대가 인생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그리고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가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후배의 애뜻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양가감정이 오고간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의지로 발전하지 못하고 감정에서 끝나고 추억에서 머물러 있을 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사랑은 무엇이겠는가?
3년정도가 지나면 스킨십이 불러일으키는 도파민의 효과도 사라지고 식상함이 관계를 도배해버리기 시작한다. 웃음소리가 싫어지기도 하고, 그 사람의 뒷 모습만 보아도 다시는 눈을 뜨고 싶지 않는 시간도 온다. 그렇게 3년에서 10년정도가 더 지나면 아이들이 자라고, 부모님은 늙어가고 자신의 몸도 예전같지가 않아진다. 이 때 '사랑'은 무엇일까? 예전에 연애하던 시기의 아름다운 당신의 얼굴과 목소리는 점점 주름살로 매워지고 인생의 풍파에 순수함도 사라진 서로의 모습을 보는 관계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정'이라는 초코파이 같은 끈끈함이 생기지 않은 이상, 새로운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바람'을 피우게 되고 한 가정을 파괴하거나 혹은 서로에게 비밀이 되지만 자연스럽게 인생의 한부분처럼 되어 버린다.
반대의 길로 걸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평생 낭만을 유지하면서 사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은 처음에 그 사랑의 감정이라는 단추를 다른 단추로 채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것을 열심히 찾기 위해서 그 동안 부단히 글을 써 온 것 같기도 하다. 젊을 때의 들 끓는 청춘의 피로 가져왔던 관계에서 사랑보다는 조금은 안정되고 조금은 세월의 무게가 쌓였을 때 맺는 관계의 진실함과 성실함에서 만들어지는 사랑 혹은 낭만말이다. 다시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에서 '낭만'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낭만을 모르는 사람과 저녁을 먹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은 미소에도 낭만이 어리우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안될 것 같다. 지금와서 이런 깨달음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행운이다.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기에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후회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 그 때 이런 감각에 눈을 떴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한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글은 진실된 것이다. 그리고 혹여나 누군가 읽을 것이라고 쓰는 글은 설레임도 있다.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는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자. 그렇지만 거짓말로 쓰지는 말자. 레이몬드챈들러처럼 '영감'이 찾아올 때 쓰자.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을 때 쓰자. 미래의 내가 '다른 사람'이라면 그 미래의 내가 보았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자.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근황을 남긴다. 미래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상황을 살고 있을까? 미래의 내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어떤 방식으로 상황과 관계가 바뀌어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글을 남겨 놓는다.
지나간 시간들을 잊지 말자. 잊지 않기 위해서 써 놓자. 계속 반성하고 회고하고 돌이켜보아서 어떤 것이 정말 최선이었을까를 고민해보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이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러니 일도, 관계도, 사랑도, 하나님과의 관계도 계속해서 나의 생각 속에서 틈입해 들어 온다. 예전에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고 하는 사람들 다 어디갔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 사람들은 나의 인생에서는 사라졌지만 그들의 말은 계속 마음에 남아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할때마다 생각의 발목을 잡는다. 나는 쉽게 뿌리치지는 못하더라고 힘겹게 뿌리치고서 그 많은 생각을 이렇게 글로 남기기 위해서 안감힘을 쓰는 중이다. 그리고 계속 써 내려 갈 것이고 다시 보기 위해서 써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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