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24장_역사적 우연인가?
오늘은 어떤 과학이론이 표준적인 해석으로 자리잡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특히 토마스쿤이 이야기한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역사 속에서 우연이 만들어낸 부분들을 찾아볼 것이다. 특히 미결정성이라는 해석의 딜레마 문제가 실재론자들에게는 어떤 고민을 안겨주는지 찾아볼 것이다. 만약 미결정성이 만들어내는 다른 해석들이 또 다른 역사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혹은 만들어냈다고 하면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과학적인 사실들의 범주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이런 고민들을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역사의 기술은 승자의 관점에서 재구성된다고 보면 역사적으로 진리값을 더 많이 갖는 이론들을 내적 해석과 외적해석으로 분류해서 분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수식체계에 의한 해석의 미결정성(underdetermination)
경험적으로 증명과 실험에 의해서 인정된 성공적인 양자역학의 수식체계를 살펴보자. 이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일반적 존재론을 지지한다. 그것은 양자의 위치가 비결정론적으로 존재한다는 코펜하겐 해석과 양자의 위치가 결정론적으로 보는 봄의 해석이다.
두 이론 사이 역사적 경쟁이 있어왔다. 코펜하겐 해석이 우리 시대의 우위를 점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역사적 우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과학 공동체에 의해 제안되어 인정된 성공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과학철학자들이 그러한 사실 이후에 이를 정당화하 도록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우연적이고 비특징적인 산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과학을 바라보아야 한다.
듀엠-콰인 논제(Duhem-Quine thesis)는 과학 철학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 논의로, 실험과 이론의 관계를 중심으로 과학적 검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본질적인 복잡성을 설명한다. 이 논제는 피에르 듀엠(Pierre Duhem)과 윌라드 밴 오먼 콰인(Willard Van Orman Quine)의 주장에서 비롯되었으며, 과학적 이론의 검증이 특정 이론만을 독립적으로 테스트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핵심 주장
듀엠-콰인 논제의 핵심은 과학 이론의 검증이 항상 다수의 가정과 이론적 틀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어떤 실험에서 관찰된 결과가 이론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그것이 이론 자체의 문제인지, 보조 가정(auxiliary hypothesis)이나 실험 장치의 문제인지 분리해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듀엠의 기여: 듀엠은 물리학적 이론에서 실험적 검증은 단일 가설이 아니라, 여러 가정과 이론적 틀의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이론의 맥락적 의존성"으로 설명하며, 과학적 검증이 단일 이론의 오류를 명확히 지적할 수 없다고 했다.
콰인의 기여: 콰인은 듀엠의 주장을 확대하여 모든 지식 체계, 즉 과학적 이론뿐만 아니라 언어, 논리 등도 맥락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론 검증의 문제를 "언어적 전체론(semantic holism)"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개별 가설이 아니라 전체 이론 체계가 관찰과 대면한다고 보았다.
듀엠의 구체적인 주장
물리학자는 상상 가능한 모든 가정을 다 점검하였는지를 결코 확신할 수 없으므로, 물리학자들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쿠싱(작가)는 주장한다. 이것은 이론이 실험 결과와 모순될 때 반박되는 것은 가설들의 결합(conjunction of hypotheses)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심의 주된 대상이 되는 이론적 가설 외에도, 예측하거나 계산을 실행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가정이나 보조가설들(auxiliary hypotheses)이 필요하다. 또한 경험적으로 실험에 의한 결과에 대해서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과학자에 따라서 다른 가설을 선택해서 수정할 수도 있게 된다.
과학자들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그들이 가설을 수정하는 모든 과정은 논리적으로 동일하게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론을 수정할 때 두 개 이상의 접근법 중에서 어느 것을 선호하거나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분별력(good sense)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 경우에 미결정성(underdetermination)을 제거하기 위해서 비증거적(nonevidential), 비논리적 (nonlogical) 기준들이 사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기준을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비증거적 기준의 위상이 바로 미결정성의 핵심적 쟁점이고 듀엠과 콰인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콰인의 구체적 주장
콰인의 주장은 '경험적 중요성의 단위는 과학 전체이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모든 과학적 이론은 물리적 실재의 엄격한 경계조건들을 만족해야 하지만, '하나의 모순적인 경험에 대해어떤 진술문을 재평가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존재한다.'
상식 또는 그가 말하는 적절함(germaneness)의 역할에 대해서, 인은 반대되는 경험이 발생하였을 때, 우리가 어떤 특정 진술문을 수정해야 할지 선택하는 것은 실제로 상대적 가능성(relative likelihood)을 고 려하는 느슨한 연합(loose association) 그 이상이 아니다 라고 주장 과학이란 궁극적으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의 경험을 예측하는 수단이라는 과학에 대한 그의 개념적 틀, 그에게 개념적이거나 실용적 편의로서 이론에 도입되는 것에는 일반적으로 미시적 존재(microentities)
뿐만 아니라 물리적 대상도 포함
누군가가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미결정론의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면, 가정된 미시적 존재를 통해 물리 세 계에 대한 믿을 만한 표상(representation)을 주는 이론을 전해주는 과학의 능력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생 김, 개별의 미결정론에 대한 사례들은 과학에 대한 폭넓은 시사점을 가질 수 있다
과학적 검증의 어려움
듀엠-콰인 논제는 과학적 검증 과정에서 보조 가정의 역할, 반증가능성의 모호성, 대체 가ㅓㄹ의 등장에 대한 문제 같은 어려움을 제기한다.
보조 가정의 역할: 실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이론은 여러 보조 가정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기구의 정확성, 외부 요인의 통제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이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실패한 예측이 이론 자체의 오류를 뜻하지 않을 수 있다.
반증 가능성의 모호성: 칼 포퍼(Karl Popper)는 과학적 이론이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듀엠-콰인 논제는 반증이 단일 이론이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의 실패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대체 가설의 등장: 하나의 실험 결과가 기존 이론에 부합하지 않을 때, 기존 이론을 버리는 대신 보조 가정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가설을 추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이론 선택이 명확하지 않은 복잡성을 만들어낸다.
듀엠-인의 미결정 논제가 제기하는 문제
모든 가능한 경험적 사실들에 대해서 일치하고, 그래서 관찰에 의해 구별이 되지 않는 두 과학 이론 이 이론들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양립할 수 없는 존재론을 지지한다면, 그러한 상황은 과학적 실재론자들을 좌절시킴, 과학적 실재론자들은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정해진 한계 내에서 세계의 참된 모습을 주는 정확 한 과학 이론을 추구
과학적 이론의 논박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 논의하는 사례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이론 간의 단순한 양립가능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뿌리 깊은 구별불가능성(indistinguishability)을 포함 비증거적 기준에 기초하여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루어져 왔다
올바른 과학 이론에는, 일관성, 아름다움, 단순성 또는 최소한의 손상과 같은, 객관적인 선택의 과정과 함 께, 적어도 효과적인 유일성(uniqueness)이 존재할 것이라는 신념 여기서 유일성은 단순히 규약적인(conventional) 것과는 대립되는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유일성
과학적 실재론은 수식체계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물질적인 연결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 말은 하나의 수식체계에 하나의 실재가 연결되고 이것은 다시 하나의 해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수식으로 하나의 실재를 표현하지만 그것이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그것이 실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과학이 생산한 지식이 아니다. 반증가능성도 불가능하고, 검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적 실재론자들에게는 코펜하겐 분석과 데이비드 봄의 이론이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게 만들었다.
과학적 실재론자에게 닥친 이중적 위협
코펜하겐 해석의 양자역학의 실재론적 해석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어 왔다. 난점의 핵심은 측정의 문제이다. 이 중 한 가지는 물리적 계가 물리적으로 관찰 가능한 모든 속성(위치, 속도, 스핀의 모든 요소 등과 같은)에 대한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값들을 원리적으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모름'해석은 양자역학에서 추정된 완전성과 완전히 모순된다. 개개의 미시적 존재의 수준에서 표준화된 양자이론을 물리적 세계 대한 사실적 해석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특이한 존재론을 받아들이게 됨을 의미한다.
측정의 문제는 1930년경 이후부터 오랫동안 존재해왔고 성공적이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그 어떤 해법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반실재론을 위한 효과적인 공격수단을 제공한다. 반실래론자들은 미시적 영역에서 그들의 논쟁에서 시작하여 일상의 경험적 거시적 영역으로 확장하고 실재론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문제들을 계속해서 제기한다. 하지만 실재론자들은 거시적인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나아가지만, 미시적 현상의 영역으로 내려가면 이러한 설명 방식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만 한다.
봄의 해석
봄의 해석은 실재론의 입장과 모순되지 않고 오히려 지지하지만, 봄의 해석이 존재론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코펜하겐 해석과 경험적으로 구별가능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같은 수식을 쓰기 때문이다. 같은 수식체계를 쓰는데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고 양자의 세계를 경험하기에는 우리의 일상은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다.
봄 역시도 미결정론의 딜레마를 드러내어 과학적 실재론자들이 희망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누군가가 하나의 주어진 형식론에 상호 양립 불가능한 존재론을 정립시킬 수 있다면 실재론자에 대한 참 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실재적으로 수식체계와 해석이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경험이 가능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실재론의 지지자는, 진정으로 상이한 존재론이 제기된다면 이러한 별개의 존재론은 별개의 물리적 양 (magnitudes)을 포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존재하는 것들의 실재를 상상하고 밝혀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이한 노선들을 따라서 형식론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증명하거나 강하게 지지해야 할 것이지만 여전히 실재론자들에게는 해소되지 않은 지점이 존재한다.
실재론자에게 열려있는 하나의 가능성
실재론자는 경험적으로 구별 불가능한 두 이론은 비본질적인 부분에서만 차이가 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이 세계가 기본적으로 결정론적인지 비결정론적인지에 대한 관찰의 기초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신념이 코펜하겐 학파에게는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가 어떤 방식의 서술을 사용할 것인가는 순전히 기술하는 사람이 경험하고 이해한만큼 실용성의 문제, 편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계에 대한 믿을 만하고 의미 있는 완벽한 서술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이상한 것, 본질적 비결정론과 절대적 결정론 사이의 현격한 개념적 차이가 존재
경험적 타당성과 논리적 일관성만으로는 여기에서 진술된 두 이론 간의 선택을 위한 충분한 기준을 얻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산출력(fertility), 아름다움(beauty), 일관성(coherence), 자연스러움(naturalness) 등 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확장하고 싶어함
역사적으로 코펜하겐 해석의 승리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계산상의 성공과 이론의 경험적인 타당성에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
코펜하겐 학파가 양자역학에 대한 헤게모니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 다른 개인적 사회적 요인들이 존재 역사적 우연성과 관련하여, 철학자들은 본질적으로 다른, 하지만 동일하게 성공적이고 널리 수용되는 이론 에 대해서도 재구성하고 정당화하는 능력을 발견할 수 있음
비모순성에 대한 점검 이외에 그와 같은 활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 각각의 재구성은 동등하게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한 그 어떤 합리적 수 단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쿠싱의 논지_책의 저자(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실제의 역사적 선택과 매우 다른 선택이 합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논리적 일관 성이나 경험적 타당성과 같은 내적 요소나 사회적이거나 심리적인 외적 요소 어느 것 한 가지만으로 인과적 세계관 대신에 코펜하겐의 세계관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
단지 사실만으로 이론의 구성과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선호에 의해서 특정 이론을 강제할 수 있다. 자연은 종종 엄격한 제한조건들을 강요하지만, 여전히 이론 선택 혹은 해석이나 세계관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론의 구성과 선택의 실제적 과정은 중첩되는 많은 요소들을 갖는 풍부하고도 복잡한과정이다. 과학은 그것의 산물이나 법칙에서조차도 본질적으로는 역사적이고 우연적이다. 어떻게 특정한 결정적 계기들에서 매우 다른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며, 올바르지 못한 선택의 이유는 과학이 이룬 '합당한 선택의 이유만큼이나 중요하다.
쿠싱 논지의 장점 : 쿠싱의 논증은 양자역학의 여러 해석이 과학적 실재론에 도전하는 주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한다. 그는 양자역학의 해석적 다양성이 과학적 실재론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실재론적 태도의 철학적 정당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우연적인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계 : 쿠싱의 비판은 양자역학의 해석적 다양성이 과학적 실재론에 도전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는 실재론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과학적 실재론은 "현재 가능한 최선의 설명"이라는 틀 안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대안적 해석의 존재는 실재론이 아니라 해석적 경쟁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실재론의 약점이라기보다는 양자역학의 철학적 복잡성을 반영한다. 과학 이론이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점을 통해 과학적 실재론의 잠재적 취약성을 부각시킨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실재론은 과학 이론이 물리적 세계를 정확히 기술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식체계와 그 해석에는 역사적인 우연성이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논의는 콰인-뒤엠 논제와 양자역학 논쟁을 통해 구체화된다. 우리가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실재론에서 수식체계와 해석은 필연적 진리를 반영하기보다는 역사적 우연성과 사회적 맥락에 의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콰인-뒤엠 논제는 이론과 실험 간의 분리를 통해, 양자역학 논쟁은 동일한 수식체계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한다. 이는 과학적 실재론이 역사적·철학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코펜하겐 해석과 봄의 해석
논리적 재구성이나 경험적 재구성이 모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충분한 것이 되지 못한다면, 이 과정에서 작용한 다른 요인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숨은 변수 이론으로도 발전할 수 있고, 다세계 이론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토마스쿤에게서 배울 수 있었듯이 연구자는 그 자신이 속한 연구집단의 문화적 배경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만약에 벗어나고자 한다면 자신이 경험한 이론들이 가진 전제를 뒤집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뒤집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수식체계 자체를 바꿀수 있고, 수식체계는 놓아두고 해석을 바꿀수도 있고, 아니면 수식체계와 해석을 모두 바꿀 수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역사적 우연성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방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결정성'으로 남아 있는 논쟁들이 어떤 계기를 거쳐서 우세한 이론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철학적 입장
아인슈타인의 관점은 합리론적이고 인과론적, 미시적 존재들이 연속적이고 객관적이며 관찰자에 비의존적 존재라는 실재론적 세계관을 강하게 믿음는다.
사건의 연쇄를 통한 인과성과 국소성이라는 전제와 확신은 그가 믿은 근원적인 물리학 이론이라면 반드시 만족해야 할 필수적 요소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만약 1927년에 봄의 해석이 코펜하겐 해석보다 우위를 차지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미시적 현상에 대한 매 우 다른 세계관에 도달하였을 것이다.
콰인-뒤엠 논제와 역사적 우연성
뒤엠의 주장: 뒤엠은 과학적 이론이 실험 결과에 의해 직접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 이론은 단일 실험 결과에 대한 유일한 설명이 아니라, 실험 결과는 다양한 이론으로부터 동일하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 수식체계가 필연적인 경로를 따르기보다는 여러 가능한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천체물리학에서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은 동일한 관찰 데이터를 다르게 해석한 결과였다. 이는 과학적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이 사회적·문화적·역사적 배경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콰인의 확장: 콰인은 뒤엠의 논제를 확장하여 관찰조차도 이론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론적 언어가 관찰을 구조화한다는 것이다. 콰인의 "홀로주의"는 과학적 수식과 실험적 데이터가 단순히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해석이 긴밀히 얽혀 있음을 설명한다. 예컨대, 동일한 물리적 현상도 사용하는 언어적 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과학적 수식체계가 반드시 진리의 필연적 반영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역사적 우연성의 역할: 콰인과 뒤엠의 논제는 수식체계와 그 해석이 특정 시대와 맥락에서 우연히 선택된 경로를 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학적 이론의 발전은 단순히 실험적 증거의 축적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으며, 철학적·사회적 배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양자역학 논쟁과 해석의 다양성
양자역학은 과학적 수식체계와 해석 사이의 분리가 명확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이다. 동일한 수식체계(예: 슈뢰딩거 방정식)는 그 자체로 물리적 세계를 설명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이러한 해석의 다양성은 수식체계와 해석이 역사적·철학적 배경에 따라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코펜하겐 해석 :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주창한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역학적 세계에서 관찰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해석은 양자 상태가 관찰 순간에 결정된다고 보며, 이는 당대의 논리실증주의 철학과 연결된다. 즉, 과학은 관찰 가능한 현상만을 다룰 수 있다는 철학적 입장이 양자역학의 해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 지배적인 관점으로 만들었다.
다세계 해석 : 반면, 휴 에버렛이 제안한 다세계 해석은 모든 가능한 결과가 현실의 일부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해석은 관찰자의 역할을 축소하고, 우주 전체가 비결정론적으로 발전한다고 본다. 이는 20세기 중반의 철학적 유행(예 : 결정론과 비결정론 논쟁)과 관련이 깊다.
역사적 우연성의 작용 : 양자역학의 경우, 동일한 수식체계를 사용하는 두 해석(코펜하겐 해석과 다세계 해석)은 철학적 배경과 과학적 맥락의 차이로 인해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는 과학적 해석이 단지 수학적 결과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적 우연성과 과학 이론의 발전
과학적 이론의 발전 과정에서 역사적 우연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적 한계 : 특정 시기의 기술 수준은 실험 결과를 제약하거나 특정 해석을 우선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의 전자기학 발전은 당시 기술적 한계와 철학적 배경의 영향을 받았다.
사회적 요인 : 과학적 발전은 연구자의 개인적 배경, 학문적 네트워크, 정치적 상황 등의 사회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 당시 유럽 과학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이유도 이를 잘 보여준다.
철학적 흐름 : 과학 이론은 철학적 사조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상대성 이론이 뉴턴 역학을 대체하는 과정에서도 실증주의와 결정론적 관점이 중대한 역할을 했다.
뉴턴 역학에서 상대성 이론으로의 전환
뉴턴 역학은 오랜 기간 동안 물리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며 뉴턴 역학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 전환은 실험적 증거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술적 발전(예: 광속 측정 기술)과 철학적 배경(예: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에 의해 가능했다.
이는 과학적 수식체계의 변화가 단순히 물리적 사실에 의존하지 않고, 특정 시대의 철학적·기술적 조건에 의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실제 역사적 선택과 매우 다른 선택이 합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 논리적 일관성이나 경험적 타당성과 같은 내적 요소. 사회적이거나 심리적인 외적 요소가 있다. 우리는 과학적인 현상에 대해서 어느 것 한 가지만으로 인과적 세계관 대신 코펜하겐 세계관을 받아들인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선호에 의해서 특정 이론을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그것의 산물이나 법칙에서조차도 본질적으로는 역사적이고 우연적이다. "필연성은 역사적 사건이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갖게 되는 특성이다."라고 할 수 있을만큰 역사적 우연성은 내적해석과 외적해석 가운데서 일어나는 다양한 논쟁을 야기시킨다.
과학적 실재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적 해석과 외적 해석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내적 해석은 이론의 수학적 구조와 논리적 일관성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며, 외적 해석은 이론이 사회적·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수용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두 접근법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면 과학적 이론의 형식적 정교함과 역사적 현실성을 모두 고려한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내적해석
내적 해석은 과학 이론이나 수식체계를 자체적으로 고립된 구조로 간주하고, 그 내부의 논리적 일관성과 수학적 타당성을 분석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과학적 이론을 독립적인 형식 체계로 간주하며,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론 자체의 구조적 정밀함을 탐구한다. 내적 해석에서는 이론이 가진 공리적 기초, 정의, 수학적 도출 과정을 통해 이론의 정합성을 검증한다. 예컨대, 유클리드 기하학은 공리와 정의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기하학적 명제를 도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내적 해석은 이론의 수학적 일관성을 평가하며, 이론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내적 해석은 현대 과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힐베르트 공간에 대한 연구는 양자역학의 수학적 구조를 분석하는 내적 해석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수식체계의 보편성을 평가하고, 그 수학적 기초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내적 해석의 장점은 이론이 갖는 논리적 정합성과 보편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의 한계는 이론이 현실 세계와 맺는 관계, 즉 실험적 데이터나 사회적 맥락과의 연결성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론이 특정한 사회적·역사적 배경에서 왜 등장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내적 해석만으로는 충분히 답할 수 없다.
외적해석
외적 해석은 과학 이론이나 수식체계를 외부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분석하는 접근 방식이다. 외적 해석은 이론이 형성되고 발전한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맥락을 강조하며, 이론이 현실 세계와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과학적 이론이 단지 수학적 정합성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놓인 시대적 배경과 철학적 사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은 당대의 철학적 흐름인 논리실증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펜하겐 해석은 관찰자가 양자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하며, 이는 "과학은 관찰 가능한 현상만을 다룰 수 있다"는 논리실증주의 철학의 반영이다. 이처럼 외적 해석은 이론의 형성과정에서 작용한 외부 요인들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외적 해석은 과학 이론이 특정한 사회적·정치적 환경에서 어떻게 선택되고 수용되었는지를 분석한다. 뉴턴 역학은 근대 유럽에서 철학적·사회적 필요에 부응하여 발전한 대표적 사례이다. 뉴턴 역학이 당시 유럽 사회에서 지배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은 데는 실험적 성공뿐만 아니라, 자연을 기계론적으로 이해하려는 철학적 배경과 절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외적 해석이 이론의 수용과 발전 과정을 보다 넓은 맥락에서 조망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내적해석과 외적해석
내적 해석과 외적 해석은 대립적인 접근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적 해석은 이론의 형식적 완결성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론이 내재적으로 일관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내적 해석은 수학적 정합성을 평가하며, 이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확인한다. 반면, 외적 해석은 이론이 왜 특정한 시점에서 등장하고, 어떤 사회적·역사적 요인에 의해 선택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 지배적 해석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당대 유럽 과학계의 철학적 경향과 실험 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학기는 정말 힘들었다. 비록 한 과목밖에 듣지 않았지만 물리학의 역사를 통해서 과학철학의 논재들을 고민해본 시간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에서부터 행성궤도에 관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역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서 과학적 실재론까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이론과 수식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번 학기를 거치면서 과학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들을 배워간다. 과학은 수식으로만 존재하는가 아니면 수식을 넘어서 실재까지 도달하는가? 실재를 해석할 수 있는 도구로 수식체계를 쓰는가 아니면 실재와는 다르게 아이디얼타입인가? 이런 고민들이 지금까지 다른 이슈들 주변에서 계속 배회하는 질문들이다. 콰인과 뒤엠의 논쟁에서 본 것처럼 분석명제는 종합명제와 다르고 수식체계 전체가 하나의 해석의 구성요소는 아니다. 과학은 매번 실험하고 검증하고 다시 실험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 있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학기에 이런 과정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여전히 어렵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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