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주변인으로 살아가기
주변인으로 살아가기
누구나 한번은
주변인으로 살아간다
삶의 저 먼 발치에서 무엇인가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 듯한 느낌으로
찬밥 신세처럼 주변을 떠도는 듯한
정착하지 못한 느낌
그 마음에는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때론 비통하고 때론 처량하다
그러나 그 마음 가운데
우리는 배울 수 있다
느낄 수 있다
세상에,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순간을 삶으로 살고 있는지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비록
한 순간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평생이라는 것을
그 평생을 눈물로
아품으로 고통으로 살아 갈 때
아무도 없는 적막함 속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서히 하이데거와 같이 사람들을 밀어내며
나를 좋아하고 나를 집중해주고
나를 주목해주는 사람들만을
사랑하던 나의 시야에서
점점, 그분들의 마음이 들어 온다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그들의 얼굴
그들의 마음
마음 속에 박힌다
눈에 밟힌다
그 분들의 얼굴에
예수님의 얼굴이 겹친다
이럴수가! 그분은 그래서
굳이 마굿간을 택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초란 몰골로
우리에게 아무런 힘도 없이 다가오신 것이다
그 분의 섬김은 바로 그 분의 낮아진 얼굴과
모습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꾸만 나는 중심으로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자리로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을 해야 하는 자리로 가려로 할 때
그 분의 손을 뿌리쳤다
그 분의 얼굴에서 나의 시선을 돌리고
저 앞을 향해서 부지런히달렸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서
늦는다고 빨리 따라 오라고
예수님을 제촉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멈춰서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달려 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그 분의 손을 잡는다
눈물, 서러움, 뉘우침
여유, 기쁨, 평안
평안함 속에서 그 분의 심장 소리를 듣고
그분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새 그 분의 얼굴이 사라지고
내 옆에 지나가는
내가 그냥 지나쳤던 이웃들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외면할 수 없는 그들의 얼굴은
바로 예수님의 얼굴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왜 예수님이 가장 큰 계명으로 주셨는지
조금 감이 올 것 같은 날이다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는 것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
낙타무릅 야고보 선생님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리는 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