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독연구원 한스큉 강독
현대기독연구원에서 김동춘 교수님과 지속적으로 신학 공부를 하고 있다. 어쩌면 인생에서 계속해서 공부해야할 것은 철학과 신학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동춘 교수님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박사공부를 하셔서 독일신학 책들을 많이 소개시켜주신다. 특히 조직신학을 전공하시다고 보니 폴 틸리히나 칼바르트, 본회퍼와 같은 굵직한 신학자들을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많은 시간을 함께 배우다 보니 지금까지 대략 20여권의 책을 같이 읽은 것 같다. 인생이 선배들이 정말 많은데 신학에 있어서는 가장 많이 배우고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스큉의 책을 읽는모임에 참석했다. 물론 모집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드렸지만 얼른 배워서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오늘부터 첫 시간이니깐 제대로 각 잡고, 해보자.
한스 큉는 발음하기가 좀 어려운데 Hans Küng이라고 쓴다. 1928년 3월 19일 스위스 루체른주 주르제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인은 아니고 부모님이 가톨릭이었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가톨릭신앙에 대해서 지적훈련을 받으면서, 로마 교황청 부설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그의 나이 26세인, 1954년 가톨릭 사제로 서품받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학문적 기반을 다졌다. 이어서 몇 년 후인 1960년에는 독일 튀빙겐 대학교 기초신학 교수로 임명되었고, 1962년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최연소 신학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교회의 개혁 논의에 깊이 관여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가톨릭 엘리트로서 비교적 어린나이에 사제 서품을 받았으니 주변에 기대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한스 큉이 유명하게 된 것은 사실 교황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큉은 교황의 무류성 교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무류성이라면 교황이 하는 말이 오류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깐 지금까지 교황이 선언하는 말은 성경의 권위를 가지지만 한스큉은 그러한 교황의 언어가 가진 권위에 도전한 것이다. 큉은 교황의 무류성이 성경적 근거가 약하며,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가톨릭교회 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1979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가톨릭 신학 교수직을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그는 튀빙겐 대학교에서 교회일치 신학 부문 교수직을 유지하며 신학 연구와 저술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큉은 사제복보다 정장을 즐겨 입고 다녔고, 신부님이라는 ‘Father'라는 단어보다는 '교수님'으로 불리기를 원했으며, 스포츠카를 즐겨 타는 등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큉은 또한 세계 윤리(Global Ethic) 개념을 주장했다. 큉은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윤리적 원칙들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큉은 "종교 간의 평화 없이는 세계의 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는데 바로 이러한 부분이 세계윤리를 말하는 이유가 되었다. 큉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윤리를 확립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전 지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각 교회들, 각 종교들이 대화해야 한다는 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했다. 세계 윤리 구상은 1993년 세계 종교 의회에서 '세계 윤리 선언'으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1998년 유엔 총회에서 이란 대통령 하타미가 큉의 구상에 호응하여 2001년을 '문명 간의 대화의 해'로 정할 것을 제안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다양하게 있지만 ‘교회’라는 책이 가장 유명하고 오늘부터 읽어볼 ‘그리스도교‘와 함께 3부작으로 꼽히는 ’유대교‘, ’이슬람‘이 그 다음으로 유명하다. 한스 큉은 평생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개혁과 종교 간의 이해 증진을 위해 헌신했다. 큉의 비판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신학은 현대 신학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가톨릭의 루터'로 불릴 만큼 교회 안팎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큉은 2021년 93세의 나이로 독일 튀빙겐 자택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오늘은 큉의 다양한 저서들 중에서 ‘그리스도교’를 같이 읽는다.
한스 큉의 신학 이론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교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현대 사회의 도전과 변화에 교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 그의 이론은 크게 교회론, 그리스도론, 세계 윤리 세 가지 축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정도로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한스큉을 비롯해서 유명한 학자들은 자신들의 두꺼운 책을 요약하는 소책자 수준의 요약본을 내는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책들을 읽고 유명한 철학자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기본서를 읽고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중요한 이론들이 몇 가지의 부분으로 정리된다.
교회론: 권위주의를 넘어서는 본질적 교회
큉의 교회론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교황 중심의 경직된 권위주의적 교회 구조를 비판하는 데 집중된다. 그는 교회의 본질이 신약성경에 제시된 하느님의 백성, 성령의 피조물,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개념에 있다고 보았다. 이는 특정 계급이나 신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들이 참여하는 공동체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교황의 무류성(Infallibility) 교리에 대해 강력히 의문을 제기했다. 1870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포된 교황 무류성 교리는 교황이 신앙이나 도덕에 관한 교리를 '교황좌에서' 공식적으로 선포할 때 오류가 없다는 주장이다. 큉은 이 교리가 성경적 근거가 미약하며, 교회가 항상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를 동시에 지닌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류성 대신 교회의 무결성(Indefectibility)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교회가 비록 개인이나 단체가 실수를 범하더라도 복음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진리가 보존될 것이라는 신념을 담고 있다. 큉은 교회의 일치는 중앙집권적 통일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서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영적 현상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스도론: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와 신중심주의
큉의 그리스도론은 전통적인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으로는 하느님으로부터 예수를 연역하는 방식, 즉 신성을 강조하는 접근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큉은 현대 성서 주석학의 성과를 수용하여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강조한다. 이는 역사적 예수, 즉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삶과 사역에서 출발하여 그 안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의미를 묻는 방식이다.
큉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그 신성이 구체적인 역사적 삶과 행위 안에서 드러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되려면‘과 같은 저서에서 현대인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스도 신앙을 제시하고자 했다.
또한 그의 그리스도론은 세계 종교들과 그리스도교가 만날 때 취해야 할 기본 입장이 되며, 모든 신앙의 신비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점을 이룬다고 보면서도 신중심주의(Theocentrism)와 갈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하나님이 모든 구원사의 출발과 목표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그 하느님을 드러내는 육화된 말씀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도의 몸을 통해서 세상이 연결되는데 그 세계는 성도의 몸이면서 교회 자체이기도 하다.
세계윤리_종교 간 평화를 통한 세계 평화
큉은 20세기 후반부터 심화되는 전 지구적 문제들, 즉 환경 위기, 빈곤, 종교 갈등, 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인 윤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를 세계 윤리(Global Ethic 또는 Weltethos)라고 명명했다.
큉은 "종교 간의 평화 없이는 국가 간의 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종교들이 각자의 신학적 독점성을 내려놓고 인류가 공통으로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가치와 원칙들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주요 종교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황금률(네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과 같은 보편적 도덕 원칙들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인류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윤리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큉의 세계 윤리 구상은 19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종교 의회에서 '세계 윤리 선언'으로 채택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는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분열과 갈등을 넘어 인류 공동의 책임 의식을 함양하려는 그의 노력의 결실이다.
이처럼 한스 큉의 이론은 가톨릭교회의 자기 성찰과 개혁을 끊임없이 촉구하며, 나아가 종교들이 인류의 보편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사상은 여전히 현대 신학과 종교 간 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살펴본 대로 교황의 권위주의에 대해서 반대하기도 하고 기존의 신학적인 전제들을 뒤집기도 하지만 말이다. 본질적인 교회는 보편적인 교회여야하고 보편적인 교회는 그 중심의 그리스도의 신성이 인간적으로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스 큉은 수많은 저서를 통해 가톨릭 신학뿐만 아니라 세계 종교, 윤리,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했다. 특히 그의 세계 윤리 구상과 관련하여 그는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포함한 주요 세계 종교들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들을 집필했다.
큉은 아브라함 계통의 세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다룬 3부작을 완성했는데, 이는 각 종교의 역사, 본질,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의 도전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대작이다.
한스 큉의 유대교_Judaism: The Essence and Dynamics of a Civilization
이 책은 유대교에 대한 총체적이고 심오한 연구서이다. 큉은 유대교의 기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천 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을 적용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는 아브라함, 모세, 예언자들과 같은 핵심 인물들을 통해 유대교의 본질과 사상을 탐구하며, 고대 이스라엘 시대부터 왕조 시대, 포로기 이후의 신정 시대, 중세 랍비 회당 시대, 그리고 근대 동화시대에 이르기까지 유대교의 변천사를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큉은 20세기의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 국가의 탄생이라는 비극적이지만 중요한 사건들이 유대교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간의 해묵은 논쟁은 물론, 현대 사회에서의 유대교의 도전과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그는 "살아있는 유대교를 분석하지 않고는 현 시대의 종교적 상황을 분석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유대교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종교임을 역설한다.
한스 큉의 이슬람_Islam: Past, Present and Future
‘한스 큉의 유대교‘, ‘그리스도교‘에 이어 아브라함 계통 3부작의 완성을 알리는 이 책은 이슬람에 대한 방대하고 심층적인 연구서이다. 큉은 이슬람의 1,400년 역사를 따라 패러다임의 전환을 묘사하고 다양한 흐름을 서술하면서, 지금 이 시대에 절실하게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이슬람 세계가 취하고 있는 여러 가지 입장을 소개해준다.
그는 이슬람의 근원인 무함마드의 삶과 꾸란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이슬람 법질서, 국가 질서, 경제 질서, 생활 질서의 미래에 대한 이슬람 내부의 논의들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특히 서구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슬람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도전, 그리고 급진주의와 온건주의 사이의 갈등을 분석하며, 이슬람의 갱신과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큉은 이슬람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 이슬람 문명의 깊은 정신과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 외의 주요 저서들
그리스도교_On Being a Christian : 한스 큉의 대표작 중 하나로, 현대인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성찰한다. 그리스도교의 본질과 역사를 폭넓게 다루며, 전통적인 그리스도론을 현대인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신은 존재하는가_Does God Exist? An Answer For Today : 무신론, 회의론, 신비주의 등 다양한 사상적 도전에 직면한 현대 사회에서 하느님의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고자 시도하는 철학적, 신학적 역작이다.
교회란 무엇인가_The Church : 그의 교회론이 집약된 책으로, 교회의 본질과 구조, 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담고 있다. 교황 무류성 논쟁의 배경이 되기도 한 중요한 저서이다
세계 윤리 구상_Towards a Global Ethic :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구촌 시대에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윤리적 가치와 원칙을 제안하는 책이다. 그의 세계 윤리 개념이 가장 명확히 제시된 저작 중 하나이다.
큉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휴머니즘의 반대말은 비인간적인, 독단적인, 권위주의적인이라는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로마카톨릭과 반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권위주의와 종교성이 만나는 교권에 대해서 큉은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다시 정리한다. 그러려고 쓴 책이 바로 ’그리스도교‘이다. 큉은 인본주의를 신본주의의 반대편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칼바르트의 사상과 반대된다. 칼바르트는 인간됨이 아니라 하나님의 온전하고 완전하심을 이야기하는 측면에서 ’칭의론‘을 말한다면, 큉은 ’의화론‘을 대칭적으로 놓고 인간됨을 말한다.
한스큉은 ‘그리스도교’에서 역사와 조직신학적인 결합을 시도한다. 한스 큉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매우 극적이고 복합적인 역사를 서술할 터이지만, 동시에 그 역사를 거듭 새삼 그리스도교의 원천에 비판적으로 비추어 보고, 그리스도교가 그때 그때의 특정 패러다임 아래에서 치러야 했던 희생에 관해 캐물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가 거쳐왔던 경로를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한스큉이 말하는 보편적 교회는 한국에서 말하는 에큐메니컬 교회를 말한다. WCC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교회가 하나의 보편적인 교리 안에서 하나로 만나는 것을 생각하면서 세계윤리와 인간성을 추구한다.
책의 주요내용_서문
이 책은 단어의 가장 참된 의미에서 보편적인 저작이 되고자 한다.
제3천년기에 그리스도교 종파들은 참된 보편성의 정신과 형태 안에서만 살아남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본질에 대한 물음 : 종교는 다 비슷하다는 말은 어리석은 주장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모든 종교, 특히 예언자적 종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물음이 매우 중요하다. 나의 종교를 다른 종교들과 구별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저러한 종교의 특별한 점, 전형적인 것, 고유한 특성, “본질적인 것” 아니 “속알”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이 물음을 이미 유다교에 대해서 제시했듯이,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도 던지고자 한다. 보편적 정신에 대하여 공격성 없이.
썩은 열매와 말라죽은 가지들이 생겨나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끊임없는 발전과 완성에로 나아가게 되어 있는, 일종의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실재이며 성장과 삼투 과정으로서의 그리스도교 역사를 보자.
본질과 형태
동일한 것이 존재하지만. 오직 변화하는 것 안에만 존재한 다. 연속성은 발생 안에만, 오직 변천하는 현상 안에만 존재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형이상학적 부동성과 무관계성 안에서 드 러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적 "형태' 안에서만 드러난다.
정태적으로 경직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발생하는 이 원천적, 항구적 "본질'을 꿰 뚫어보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적 형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변화하는 역사적 형태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알아볼 때에만 그리스도교를 참으로 이해할 수 있거니와.
우리의 서술의 출발점도 바로 이것이다. 신학 이론이나 문학의 추상적 영역에서 이상화된 그리스도교가 아니라, 세 계 역사 한가운데 존재하는 현실의 그리스도교 말이다.
사실 신약성서도 그리 스도교에 관한 어떤 이론(앞으로 실현될 터인 교리)에서 출발하지 않고, 그리스도교라 는 실재(추후적으로 반성되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참된(실제의) 그리스도교는 우선 한 사실, 사건, 역사적 운동이다. 실재하는 그리스도교의 참된 본질은 다종다양한 역사적 형태들 안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본질과 형태는 떼어놓을 수 없다: 이 둘은 서로 떼어놓아서는 안되고 오 히려 둘의 통일성에 터해 고찰해야 한다. 본질과 형태의 구별은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 개념적이다.
사실 교회적 형태들의 강물로부터 화학적으로 순수하게 증 류되어 떨어져나온 그리스도교의 본질 "자체"란 어디에도 없고 또 없었다. 변화하는 것과 불변하는 것은 실천을 위해 중요한 점이거니와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본질과 형태는 동일시될 수 없다. 이 둘은 동일시되어서는 안되며, 오히 려 둘의 상이성에 터해 고찰해야 한다. 본질과 형태의 구별은 개념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 바탕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생성 및 변화하는 형태 안에서 항구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겠는가?
달리 어떻게 구 체적이고 역사적인 형태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런 구별을 하지 않는다면 어 떻게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역사적, 경험적 모습 안에서 참된 것을 판단하기 위 한 기준과 규범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둘째 관점을 고찰해보아도 분명히 드러난다.
본질과 왜곡
체하는 온갖 부정적인 것 안에는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형태"만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리스도교 안에 있는 악을 무해화하는 셈이다
긍정적인 것은 항구적인 본질"과, 부정적인 것은 덧없는 "형태"와 동 일시한다? 아니다.
그래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무리 내키지 않더라도 교회의 부정적인 면, 그리스도교의 왜곡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스도교의 왜곡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힘입어 존재하면서도 본질과 상충된다. 그것은 그 리스도교의 비정상적 상태 참 본질이 아니라 왜곡된 본질이다.
그리스도교의 왜곡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모든 역사적 형태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따라 다닌다. 한마디로: 그리스도교의 참 본질은 왜곡 안에서 발생한다.
그리스도교 찬미자에게나 적대자에게나 다음과 같이 말해야겠다: 그리스도교 와 교회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어두운 왜곡을 당초부터 셈에 넣어야 한다!
본질과 형태, 항구적인 것과 변화하는 것의 상호 관계와 마찬가지로, 좋은 것과 나쁜 것,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 본질과 왜곡 은 서로 뒤얽혀 있으며, 인간의 계산에 의해 깨끗이 정산해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의 핵심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와 함께, 또 나중에는 이슬람교와도 함께. 당초부터 전 형적인 예언자적 종교다. 예언자적 종교는 인도의 신비주의 종교들이나 중국 의 깨달음 종교들과 다르다: 구원 사건에서 결정적 주도권이 하느님께 있으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그분과 같을 수 없고 인간적 노력을 통해 같아질 수도 없다.
인간은 그분 "앞에서" 행동하며 믿음 안에서 그분께 자신을 맡길 수 있다.
이 말이 뜻하는 것: 인도 종교에서처럼 합일승 의 신비나 중국 종교에서처럼 세계 조화가 아니라 (상징적으로 말해서) 하느님과 인간의 마주섬"이 당초부터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바탕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는 다른 두 예언자적 종교와 마찬가지로 거룩하신 하느님과 죄스러운 인간의 대면 의 종교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믿음을 통해 상호소통의 종교가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특유의 것을 탐구• 부각시키기에 앞서, 그리스도교• 유다교• 이슬람교의 중요한 공통점을 뚜렷이 제시해야겠다.
세 종교 모두의 원조 아브라함의 한 분 하느님에 대한 신앙 : 세 종교 모 두의 전승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한 분인 참되고 살아계신 하느님. 비탄과 찬미와 청원 속에서 말을 걸 수 있는 하느님의 위대한 증인이다: 세 종교 모 두 믿음의 종교다.
우주적 순환 안에서 사고하는 역사관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역사관: 역사는 하느님의 창조로써 시작되고,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위업과 구원의 표지들에 의해 보증되며, 하느님에 의한 완성을 통한 종말로 정향을 되어 있다: 세 종교 모두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종교다.
면면히 이어지는 예언자적 인물들에 의한 하느님 말씀과 뜻의 언제나 새로운 선포: 세 종교 모두 신비가들이 아니라 예언자들에 의해 각인되어 있다.
단 한 번 결정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언제까지나 규범적인 하느님 계시를 기록한 계시문헌: 세 종교 모두 말씀과 경전의 종교다.
한스 큉은 저서 ‘그리스도교‘에서 그리스도교 역사를 여러 '패러다임 전환'으로 설명하며, 각 시대마다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왔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서 한스큉은 역사 안에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서 교회가 변증법적으로 어떻게 왜곡 속에서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한 전개를 분석한다. 초대교회에서 로마제국, 로마교회에서 르네상스, 그리고 계몽주의 이후에 근대 철학을 넘어서 최근의 산업화와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조망한다. 이를 통해서 기독교의 패러다임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조직신학 안에서 어떻게 구조화를 시도했는지를 보여준다.
0) 원그리스도교-묵시론적 패러다임 (초대 교회 패러다임)
이 패러다임은 예수 그리스도의 직접적인 가르침과 초기 공동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종말론적 희망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강하게 믿었다.
예수의 부활과 성령 강림 체험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며, 사랑, 공동체적 삶, 그리고 임박한 종말론적 기대가 그 특징이다. 복음이 구전되고 사도들의 활동을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을 넘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모든 후대 패러다임의 원형이자 기준이 되는 시기이다.
1) 로마 제국-헬레니즘 문화 패러다임 (고대 교회 패러다임)
초기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적 배경에서 벗어나 로마 제국의 헬레니즘 문화권으로 확산되면서 형성된 패러다임이다. 이 시기 그리스도교는 헬레니즘 철학과 사상을 수용하며 교리적, 신학적 체계를 구축했다.
니케아 공의회(325년) 등을 통해 삼위일체론과 그리스도론이 정립되었고, 교부 신학이 발전했다. 또한, 교권 제도적 구조가 확립되고, 성(性)에 대한 적대의식이 생겨나는 등 교회의 제도와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공인(313년) 이후에는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세속 권력과의 관계가 밀접해졌다.
2) 로마 교황들-게르만 황제들 패러다임 (중세 로마 가톨릭 패러다임)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게르만족의 이동과 함께 중세 시대가 시작되면서 형성된 패러다임이다. 이 시기에는 로마 교황권이 점차 강화되어 서방 교회의 중심이 되었고, 교황은 영적 권위뿐만 아니라 세속 정치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게르만족의 새로운 신심과 문화가 그리스도교와 융합되었으며, 스콜라 신학(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발전하며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했다. 교황과 황제 간의 권력 다툼, 십자군 전쟁, 동서방 교회의 분열 등이 이 패러다임의 주요 특징이다.
3) 르네상스-개혁 공의회들 패러다임 (종교개혁 패러다임)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적 각성과 함께 교회의 부패와 세속화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나타난 패러다임이다.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을 시작으로 개신교가 탄생하고,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도 트렌트 공의회(1545-1563년) 등을 통한 반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났다.
이 시기는 교회의 분열과 함께 신앙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 성경의 권위 강조, 개인의 신앙과 양심의 중요성 부각 등이 특징이다. 정치적으로는 종교 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근대 국가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4) 근대 철학, 자연과학, 국가론 패러다임 (계몽주의 패러다임)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성, 과학,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면서 형성된 패러다임이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등의 자연과학적 발견은 전통적인 세계관과 신학에 큰 도전을 제기했다. 데카르트, 칸트 등의 근대 철학은 인간 이성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종교적 권위와 계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또한, 주권 국가의 개념이 확립되고 종교의 자유가 논의되면서 교회와 국가의 분리가 가속화되었다. 이 시기 그리스도교는 과학적 합리성과 세속주의의 도전에 직면하며 신학적 재정립을 시도했다.
5) 산업화, 민주화 패러다임 (현대 일치운동 패러다임)
19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민주주의의 확산,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등을 겪으며 형성된 패러다임이다. 산업화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빈부 격차, 노동 문제 등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했고, 이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었다. 민주화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더욱 신장시켰으며, 종교 다원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양한 종교적, 사상적 흐름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 시기 그리스도교는 사회 정의 실현, 인권 옹호, 환경 문제 해결 등 현실 참여를 강조하며, 종교 간 대화와 일치 운동을 통해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고자 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이러한 현대적 변화를 수용하려는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한스 큉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신은 존재하는가?‘ (Does God Exist? An Answer for Today)에서 근대 무신론자들의 사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며 루트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의 종교 비판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큉은 포이어바흐의 비판의 정당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며 종교의 존재 이유와 하나님의 실재성을 옹호한다. 포이어바흐의 종교 비판을 살펴보자. 포이어바흐는 종교와 하느님은 인간 자신의 본질, 즉 인간의 최고 이상과 속성이 투사(projection)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신 안에 있는 무한한 사랑, 지혜, 능력을 외부의 존재(하느님)에게 투사함으로써 그 존재를 숭배하고, 정작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다고 보았다. 그는 종교가 인간의 소외된 자아가 만들어낸 환상이며,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서는 신을 인간으로, 신학을 인류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포이어바흐의 저작에 대해서 한스 큉은 비판적으로 보는데, 투사개념에 대해서 먼저 집중한다. '투사' 개념의 정당성 일부 인정한다. 그는 인간의 믿음, 소망, 사랑 등 모든 인간적인 경험에 '투사'의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종교적 믿음 역시 인간의 욕구, 기대, 경험과 무관할 수 없으며, 실제로 종교가 인간의 특정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투영하고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종교가 때로는 인간적인 편견이나 욕망에 의해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포이어바흐의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스큉의 서술방식은 이를 반대로 뒤집기이다. 먼저, '투사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오류 지적한다. 큉은 포이어바흐의 결정적인 오류가 "종교가 투사에 불과하다(nothing but projection)"고 주장하는 데 있어서, 큉은 투사의 요소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 대상이 순전히 인간적인 투사에 불과하다는 결론으로 직결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인간이 무언가를 소망하고 투사한다고 해서 그 대상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큉은 포이어바흐의 무신론 역시 궁극적으로는 '신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종의 투사가 아닌지 되묻기도 한다. 자신이 투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것이 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의 본질적 차원 강조하면서 큉은 종교가 단순히 인간의 투사나 환상으로 환원될 수 없는 초월적이고 실재적인 차원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인간이 궁극적인 의미, 존재의 기반, 삶과 죽음 너머의 희망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 자신에게서만 나올 수 없음을 지적한다. 종교는 인간이 직면하는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응답이며, 이는 단순히 인간 심리의 반영을 넘어선 실재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큉은 진정한 신앙은 인간의 가장 깊은 신뢰, 즉 근원적 신뢰(basic trust)에서 시작되며, 이 신뢰는 궁극적인 실재인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철저한 인본주의'로서의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큉은 근대 무신론이 인간 행복을 위해 신과 종교를 거부한 '무신론적 인본주의'라고 규정하면서, 그리스도교는 이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에 근거한 '철저한 인본주의'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이어바흐가 신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을 회복시키려 했다면, 큉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이 진정으로 만나며, 이를 통해 인간 본연의 존엄성과 충만한 삶이 가능하다고 본다. 큉에게 있어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모든 차원과 관계에서 궁극의 척도이며, 그 안에서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스 큉은 포이어바흐의 종교 비판이 종교의 인간적, 심리적 측면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종교를 완전히 인간의 투사로만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한다. 큉은 종교의 초월적이고 실재적인 차원을 옹호하며, 진정한 그리스도교 신앙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깊은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고 '철저한 인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스큉은 경계에서 춤을 춘다.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면서 변증법적으로 역사위를 걷는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점에서는 신정통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로 부터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적인 존재론을 강조한다. 인간이 만든 제도나 교권과 같은 위계질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로 부터 나오는 근본적인 은혜와 섬김의 사상이다. 그러니깐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황이 가진 인간성을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보면 실수가 있어도 상관없다. 다만, 그리스도와 만난 교황이 오류를 줄여나갈 수는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없는 상태에서 교황의 무오류성은 그리스도보다 오히려 더 신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큉에게 그리스도 중심주의라는 것은 바르트처럼 기독교를 협소하게 만드는 일원론이 아니라 조직신학이 가진 적어도 6개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_칼 아담(Karl Adam)_한스큉에게 영향을 준 인물
칼 아담(Karl Adam, 1876-1966)은 20세기 초중반 독일 가톨릭 신학의 중요한 인물로, 특히 교회론(Ecclesiology)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튀빙겐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저작을 남겼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가톨릭 신학의 갱신에 기여한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칼 아담은 1876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와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900년 사제로 서품되었고, 튀빙겐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교수가 되기 전까지 본(Bonn) 대학교와 뮌헨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그는 당시 독일 가톨릭 신학계에 불던 쇄신 운동의 흐름 속에서 활동했으며, 교회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도했다.
칼 아담의 신학은 '신비체(Corpus Mysticum)'로서의 교회 개념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교회를 단순히 법적, 제도적인 조직으로 보지 않고,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살아있는 유기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당시 교회를 지나치게 법적 틀 안에서만 이해하려는 경향에 대한 반성이었다.
교회의 유기적 이해: 아담은 교회가 그리스도와 신자들이 성령을 통해 긴밀하게 결합된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강조했다. 그는 성령이 교회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며, 그리스도와 신자들의 신비로운 일치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신비체로서의 교회: 그는 교회를 단순한 사회 조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명이 흐르는 신비로운 실체로 묘사했다. 이는 신자들이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고, 성찬례를 통해 그 생명에 동참한다는 신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이러한 그의 교회론은 훗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론, 특히 ‘교회 헌장 Lumen Gentium‘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하는 아담의 관점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교회와 세상의 관계: 아담은 교회가 세상과 분리된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을 지속하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며, 세상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보았다.
주요 저서를 살펴보자. 그리스도의 본질(The Spirit of Catholicism, 1924)은 칼 아담의 대표작으로, 교회의 본질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대중적으로 설명하여 큰 반향을 얻었다. 그는 이 책에서 교회를 살아있는 유기체이자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묘사하며 가톨릭 신학의 특징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그리스도의 존재(Christ Our Brother, 1930)는 그리스도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담은 책으로, 그리스도와 신자들의 인격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루터의 신학 사상(The Son of God, 1933)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신학을 가톨릭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서이다.
결국 칼 아담은 보수적인 틀 안에서도 진보적인 시각을 잃지 않으며, 가톨릭 신학이 현대 세계와 소통하고 발전하는 데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연구는 교회론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학적 배경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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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d1K47beFYs?si=bRDZPA4yTJZ69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