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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책일기

타인돌봄의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타인돌봄의 현황과 그 기제에 대한 이해

by 낭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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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던 사람은 사회에서도 성공할까?


정답은 예스이다.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놀던 사람이 성공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협력을 통한 사회에 도움을 많이 줘본 사람만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어디에서도 공동의 합의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러한 주제로 강의를 듣게 되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박사과정은 과학사회학을 하다보니 행정학과 사회복지, 공공정책에 대한 이론과 사례들이 아득한 듯 했는데, 강철희 교수님의 주도로 앞으로 몇 주간 행정대학원의 강의를 한 번씩 다시 듣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9시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자기돌봄을 넘어서 타인돌봄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타인돌봄이 가능한 이유를 '제도와 규범'에서 찾고 있다. 사회경제학의 특성을 오늘 강의의 주된 내용으로 가져와서 설명하고 있다. 강철희 교수님은 이번에 세계적인 학회에서 논문상도 받으신다고 한다. 역시 강의는 명강의였다.


자기돌봄 이론

자기돌봄 이론(Self-Care Theory)은 간호학의 주요 이론 중 하나로, 도로시아 오렘(Dorothea Orem)이 정립하였다. 이 이론은 인간이 스스로의 건강과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 즉 자기돌봄(Self-Care)을 실천하는 능력이 있다고 전제한다. 오렘은 간호의 본질이 환자의 자기돌봄을 돕는 것에 있다고 보았으며, 환자가 스스로 돌봄을 수행할 수 없을 때 간호사의 역할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환자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의 건강을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렘의 자기돌봄 이론은 크게 세 가지 상호 연관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자기돌봄 요건(Self-Care Requisites)은 모든 인간에게 필수적인 보편적 요구사항(공기, 물, 음식 등)과 특정 발달 단계나 질병 상태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포함한다. 둘째, 자기돌봄 결핍(Self-Care Deficit)은 개인이 자신의 자기돌봄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상태로, 간호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셋째, 간호 시스템(Nursing Systems)은 간호사가 환자의 자기돌봄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제공하는 도움의 수준을 의미한다. 간호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적으로 돌봐주거나(wholly compensatory), 부분적으로 돕거나(partially compensatory), 교육과 지지를 제공하는(supportive-educative) 역할을 수행한다.


타인돌봄 이론

타인 돌봄 이론(Human Caring Theory)은 간호학자 진 왓슨(Jean Watson)이 정립한 이론으로, 돌봄을 단순한 행동을 넘어선 하나의 철학이자 도덕적 이상으로 보고 있다.

왓슨은 돌봄을 인간 대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격적인 상호작용으로 정의하며, 간호의 본질이 환자의 신체적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안녕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돌봄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 이론은 환자와 간호사 간의 신뢰와 공감 형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돌봄이 치유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왓슨의 돌봄 이론은 간호 실천을 위한 10가지 돌봄의 요인(Carative Factors)으로 구체화된다. 이 요인들에는 이타적인 가치관 형성, 희망과 믿음의 주입, 긍정적인 감정 표현,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돌봄-치유 관계 구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요인들은 환자와 간호사가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관계를 통해 최적의 건강 상태를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왓슨은 간호사가 스스로의 돌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기 성찰을 통해 타인에 대한 돌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 살펴볼 주제

한국 사회의 이타적 행동의 표상(menifestations)

한국사회기부 성과와 다양한 Actors

타인돌봄의 생성 : 어떻게 우리는 타인을 돌보게 되는가?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의 범주 : 다양한 학문영역의 접근

타인 돌봄의 강화기제_규범과 제도

타인돌봄 지속 및 강화를 향한 과제



1. 한국사회 이타적 행동의 표상


기부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종교적 기부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기부금 수치가 높은 이유는 종교적인 기부가 높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종교비율에 따라서 기부금 순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반대로 세속적 기부금이라고 해서 종교적 기부금을 뺀 나머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부분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개인기부금과 GDP의 상승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읠 제외한 나라들에서 보면 오히려 경제성장이 높은 나라들이 기부금을 많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부금의 추이는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그 다음은 교육의 정도에 따라사 남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도 있다.


GDP 대비 개인 기부금 순위는 조사 기관마다 순위가 다소 다를 수 있다. 2022년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19개국 중 88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기부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3위, 호주는 4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49위이다. 일본은 118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 기부 비중은 2011년 0.79%에서 2021년 0.75%로 거의 정체 상태이며, 같은 기간 미국의 GDP 대비 기부 비중은 1.9%에서 2.2%였다.이는 한국의 기부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기부금의 추이가 GDP와 비례적이라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은 더 기부하려고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 자원봉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1.3%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의 29.8%에 비해 감소한 수치이며, 특히 10대의 참여율이 72.6%에서 25.8%로 크게 줄어든 것이 전체 참여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참여율이 28.3%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40대와 60대 순이었다. 자원봉사 횟수는 연평균 9.8회, 활동 시간은 연평균 38.8시간으로 집계되었다. 활동 분야는 '생활 보조 및 주거환경'(29.3%), '캠페인 및 행사 지원'(24.8%), '재난·재해 및 안전' (19.9%) 순으로 인기가 많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며, 특정 연령대와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가 팍팍해진다고 해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헌혈 추이

한국사회의 헌혈 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에 참여한 실제 인원은 126만 4,525명으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헌혈 가능 인구 대비 비율은 3.27%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의 4.43%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로, 헌혈에 참여하는 국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하락세는 안정적인 혈액 공급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헌혈 비율 감소는 연령대별 참여율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 헌혈의 주축이었던 10대와 20대의 헌혈 건수가 10년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와 함께, 대입 제도에서 봉사활동 실적이 반영되지 않게 되면서 학생들의 헌혈 동기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헌혈 참여 인원은 줄었지만 소수의 헌혈자들이 반복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며 1인당 평균 헌혈 횟수는 2.26회로 증가했다. 이는 혈액 공급이 소수의 헌혈자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헌혈 추이를 본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이타지수를 살펴보는 좋은 지표가 된다.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장기기증 추이

한국의 장기기증 추이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등록자 수는 많지만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2024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등 기증자는 3,931명으로 전년 대비 약 11% 감소했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 기증자 비율인 '뇌사 기증률' 역시 2023년 7.75명으로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의료인력 부족과 같은 의료 공백 문제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5만 명을 넘어서면서 기증자와 이식 대기자 간의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장기기증을 하는 이유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하는 주된 이유는 '생명 나눔'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타주의에 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은 매우 강력한 동기가 된다. 또한, 장기기증은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의 몸속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영속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동기 외에도, 다음과 같은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장기기증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책임감: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여기는 심리이다.

유언 또는 가족의 동의: 많은 경우 뇌사 또는 사망 후 장기기증은 본인의 생전 의지나 가족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종교적, 문화적 가치관: 일부 종교에서는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며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권장하는 것이 이러한 결정을 돕는다.




2. 한국사회기부 성과와 다양한 Actors


먼저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은 전 세계에서 기부 문화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이다. 기부 문화는 개인, 기업, 재단 등 다양한 주체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며, 특히 소액 기부가 일상화되어 있다. 미국에는 수많은 비영리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피델리티 자선기금 등 거대 재단들이 막대한 기부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대형 단체들은 의료, 교육, 빈곤 퇴치,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단체들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기부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개인 기부자가 차지한다는 점이다. 기빙USA(Giving USA)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기부금의 70% 이상이 개인으로부터 나오며, 이는 부유층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기부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미국기부 특징

미국 내 기부금은 주로 종교단체, 교육, 복지, 의료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IT 기업가들의 기부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나 인공지능 연구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부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찰스 프랜시스 피니(Charles F. Feeney)처럼 생전에 전 재산을 기부하거나, 마이클 블룸버그와 같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억만장자들이 많아지면서 고액 기부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기부 문화는 기부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과 함께 세제 혜택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기부추제는 고액기부에서 유산기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유산기부

미국에서 유산기부(bequest)는 기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Giving US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체 기부금 중 유산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유산기부 비중(약 1.4%)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유산기부는 개인이 사망 후 유언을 통해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부 방식은 기부자가 생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국의 유산기부 문화가 발달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개인의 기부를 장려하는 강력한 세제 혜택이 존재한다. 유산기부 금액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기부자는 물론 상속인에게도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와 같은 캠페인은 고액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산기부는 단순히 부를 이전하는 행위를 넘어,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담아 사회에 기여하는 영속적인 유산(legacy)으로 인식되고 있다.


토크빌 소사어티

토크빌 소사이어티(Tocqueville Society)는 미국의 유명한 비영리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가 설립한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이 단체의 이름은 19세기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토크빌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정부의 개입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의 '시민적 결사체(civil association)' 문화를 높이 평가하였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이러한 토크빌의 철학을 계승하여 개인 기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토크빌 소사이어티의 회원 자격은 매우 엄격한 기부 기준을 요구한다. 최소 1만 달러(약 1,300만 원) 이상의 연간 기부금을 유나이티드 웨이에 기부하는 개인이나 부부가 회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 발전과 빈곤, 교육,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단순히 기부금을 모으는 것을 넘어, 회원들에게 자원봉사 및 리더십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미국 고액 기부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다음은 한국을 알아보자. 한국같은 경우 1998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만들어지면서 기부문화를 변화시켰다. 기부가 단순히 남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높아졌다. 미국과 함께 한국에서도 최근 유산기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보면,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남들과 비교해볼 때 일종의 죄의식이나 돌봄의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자신이 이제 살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력이 생긴것도 있다. 그러나 기부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들이 많아 졌다는 것, 행동경제학과 사회행동학과 같은 마케팅 요소가 반영되었다는 것도 있다. 산업적 특성으로 보면 기부시장은 한국사회의 경제력의 향상과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경제가 나빠지면서 소액기부자는 줄지만, 고액기부자는 늘어나는 추세가 된다. 산업을 이해하면 기부유산이 왜 많아지는지도 알 수 있다.


한국 기부금의 특징과 인사이트

한국의 기부금 추이에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첫째, 시의성(Timeliness)이 매우 강하다. 대부분의 기부가 연말연시와 같이 정해진 기간이나, 재난·재해 등 특정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 기업 기부의 비중이 크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를 확대하면서 전체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개인 기부자의 변화이다. 소액 정기 기부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나, 젊은 세대의 기부 참여율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일상적인 기부 문화의 확산과 함께, 기부금의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한국 기부 문화 성장의 핵심 과제임을 시사한다.

굿네이버스의 경우 최근에 많은 모금을 했는데 여기서 핵심은 '자녀들을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부모들이 '가족기부'로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면서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민간 기부단체 순위 (2022년 기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모금 및 배분 기관이다.

대한적십자사: 재난 구호, 인도주의 활동, 혈액 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월드비전: 국제 구호 개발 NGO로, 아동 복지 사업에 특화되어 있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아동 권리 보호와 빈곤 퇴치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제 구호 NGO이다.

어린이재단: 아동 복지 전문 기관으로, '초록우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아동 권리 신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국제 NGO이다.

기아대책: 국내외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 NGO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을 위한 유니세프의 활동을 지원하는 국내 단체이다.




3.타인돌봄의 생성 : 어떻게 우리는 타인을 돌보게 되는가?


그럼 이제 사회복지학에서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주제로 넘어가보자. 사람들은 왜 이렇게 타인을 돕고 싶어할까? 무엇이 이들은 '이타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걸까?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의 책들과 이론을 알아볼 것이다. 그 책들의 핵심은 '협력'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로 진화하면서 협력이 증가하는 일이 발생한다. 동물을 잡거나 농사를 짓거나 건물을 건축할 때 혼자힘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진화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환경적응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진화한 다음에 다음에도 이러한 환경이 다가올 것을 예측해서 새로운 '제도와 규범'을 만든다는 것이 오늘 강의의 핵심이다.


이러한 핵심을 오늘 강의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레카'로 설명한다. 인간은 타인을 돕는 행위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우리 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근본적인 진화 전략이라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 제시된 이 개념은, 개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다. 이는 생존 경쟁에서 '나'라는 개체뿐만 아니라, '우리'라는 집단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이다. 초기 인류는 혼자서는 거대한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큰 사냥감을 잡을 수 없었으며, 오직 협력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생물학적, 사회적 필요가 바로 이타주의를 진화의 산물로 만들었다.


이타주의의 진화적 메커니즘

타인을 돕는 행동을 유발하는 진화적 메커니즘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이다. 이는 "네가 나를 도우면, 나도 너를 돕겠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에 기반한다. 가령,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 식량을 나눠주면, 다음번 내가 실패했을 때 그 동료가 나를 도울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서로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교환 행위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한다. 둘째는 혈연 선택(Kin Selection)이다. 이는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돕는 이타적 행동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곤경에 처한 형제나 사촌을 돕는 행위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이 더 많이 살아남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적 성공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뇌과학적 보상과 집단 선택

더 나아가, 타인을 돕는 행동은 뇌의 보상 회로와 연결되어 있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뇌에서는 도파민, 옥시토신과 같은 쾌락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은 이타적 행위를 다시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즉, 이타주의는 도덕적 명령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생물학적 보상 시스템에 의해 강화된다. 또한, 이타적인 구성원들이 많은 집단은 이기적인 구성원들이 많은 집단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확보하고, 위협에 대처하며, 궁극적으로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는 '집단 선택(Group Selection)'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진화적, 생물학적, 사회적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타인을 돕는 행위가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특성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이타적 인간을 보여주는 것은 '소셜 리프(The Social Leap)'이다. 진화심리학자 윌리엄 폰 히펠(William von Hippel)은 인간이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가 땅 위로 내려오면서 겪은 '사회적 도약(Social Leap)이 인류 진화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폰 히펠은 우리 조상이 숲에서 벗어나 초원에서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존을 위해 서로 돕고 협력하는 능력을 길러야만 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급격히 복잡해지면서 인류의 지능, 언어, 감정 등 모든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논지이다. 결국 인간은 '협력'을 통해서 언어가 발전하고 지능이 발전하면서 함께하는 것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소셜 리프가 가져온 변화

지능의 발달: 땅 위 생활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증가시켰다. 이에 따라 인류는 단순히 본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길러야 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이 곧 우리의 지능 발달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언어의 탄생: 집단 사냥과 협력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었다. 이로 인해 인류는 복잡한 정보를 전달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논의할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하게 되었다. 언어는 협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다.

자아와 행복: 사회적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고, 평판을 관리하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폰 히펠은 이러한 자아 의식이 우리를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인간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관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책을 살펴보자. '지구의 사회적 정복(The Social Conquest of Earth)'은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이 쓴 책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핵심 원동력이 바로 사회성(sociality)이며, 특히 진사회성(eusociality)이라고 불리는 고도의 협력 체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윌슨은 개미나 벌과 같은 곤충들이 완벽한 진사회성을 이루는 것처럼, 인간 또한 진화 과정에서 협력과 분업을 통해 고도로 조직된 사회를 형성하며 생존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윌슨은 이화여대 최재천교수님의 지도교수이기도 하다. 보통은 '통섭'이 중요하지만 개미연구로도 중요한 학자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주요 주장

진사회성의 진화와 인간 : 윌슨은 인류의 진사회성 진화를 설명한다. 그는 인류가 보금자리(campsite)에 모여 자녀를 양육하고 음식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협력의 필요성이 극대화되었다고 본다. 사냥을 하는 구성원과 채집을 하는 구성원으로 역할이 분담되면서, 서로를 돕고 보호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이러한 집단생활이 인류의 뇌를 발달시키고, 언어와 문화, 그리고 이타주의와 같은 사회적 특성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윌슨은 인간이 이처럼 고도로 사회적인 종이 된 것이 바로 인류가 지구의 생태계를 정복한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인간 내면의 영원한 갈등 : 이 책의 또 다른 핵심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두 가지 수준의 진화적 충돌에 대한 설명이다. 윌슨은 인간의 행동이 개인 선택(individual selection)과 집단 선택(group selection) 사이의 영원한 갈등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개인 선택은 자신의 이익과 번식을 위해 행동하려는 본능이며, 집단 선택은 소속된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협력하고 희생하려는 본능이다. 이러한 내적 갈등은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성과와 동시에 끊임없는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윌슨은 이러한 갈등이 곧 인간 본성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과학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제도를 만들었다



다음으로 '협력하는 종, 인간의 협력과 진화(A Cooperative Species: Human Reciprocity and Its Evolution)'는 경제학자 사무엘 보울즈와 허버트 긴티스가 쓴 책으로, 인간의 이타성과 협력 행위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인간이 이기적 합리성이나 단순히 유전자를 공유하는 혈연 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한 호혜성(strong reciprocity)'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이 집단 간의 경쟁을 통해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타인에 대한 '사회적 선호'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해할 때 자기의 이해관계를 최대화하는 인간형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많은 경제학 이론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을 뒤집고 보울즈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협력'이 사회적 선호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협력하는 종, 인간의 협력과 진화

강한 호혜성과 이타적 처벌 : 보울즈와 긴티스는 기존의 진화 이론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 행동에 주목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또는 심지어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타인과 협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집단 내에서 비협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타적으로 처벌(altruistic punishment)'하는 경향도 있다. 즉, 처벌을 통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규범을 깨는 사람을 응징하는 행동을 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행동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인 사회적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집단 선택과 진화 : 이 책의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집단 선택(group selection)'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점이다. 개인은 이기적인 이득을 위해 행동하지만,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구성원이 많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 경쟁에서 훨씬 유리했다는 것이다. 집단 간의 경쟁과 갈등, 특히 초기 인류의 전쟁과 분쟁은 협력적인 유전자를 가진 구성원들이 더 많이 살아남고 번성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처럼 집단 수준에서의 선택압이 개인의 이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논리이다.

학문적 의의 : 보울즈와 긴티스는 게임 이론, 진화 생물학, 행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를 종합하여 인간 본성의 협력적 측면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이 책은 인간이 왜 남을 돕는지에 대한 질문에 도덕적이나 종교적인 이유 대신, 진화적이고 생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인간 행동을 이기적인 합리성으로만 설명하려 했던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4.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의 범주 : 다양한 학문영역의 접근


이제 다양한 범주의 이타적 행동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먼저 심리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공감능력'이다. 공감은 사실 결과이고 그것을 추구하게 되는 내면적 이유가 있다. 그 내적동기는 바로 '타인에 대한 공감'이다. 말 장난 같지만 심리학에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본성'이 공감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심리적 이타주의(Psychological Altruism)는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을 행동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동기를 말한다. 이는 다른 이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덜어주려는 공감(empathy)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적 이타주의는 행동의 최종적인 동기가 행위자 자신의 이익이나 보상(사회적 인정, 심리적 만족감 등)이 아닌, 오직 타인의 복지를 위한 순수한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기주의와 구분된다.


주요 심리학 이타성에 관한 이론

공감-이타주의 가설(Empathy-Altruism Hypothesis): 심리학자 대니얼 뱃슨(Daniel Batson)이 주장한 이론으로, 곤경에 처한 타인을 보며 공감을 느끼면, 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순수한 이타적 동기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 가설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면서 느끼는 심리적 보상이 이타적 행동의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지, 행동의 진정한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정적 감정 해소 모델(Negative State Relief Model): 이 모델은 사람들이 타인을 돕는 이유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려운 사람을 보았을 때 느끼는 슬픔, 죄책감, 불편함 등의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겉으로는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이익(감정 해소)을 위한 이기적 동기가 숨어 있다고 본다.

사회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 사회적 행동이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도움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시간, 노력)보다 얻게 되는 보상(사회적 승인, 감사, 만족감)이 더 크다고 판단할 때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 이 이론 역시 순수한 이타적 행동의 존재를 부정하며 모든 도움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다음은 생물학적 접근이다. 생물학에서 생식적 이타주의(Reproductive Altruism)는 개체가 자신의 번식 능력을 줄이거나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개체, 특히 친족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선택의 기본 원칙인 '생존과 번식'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기적인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식적 이타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여왕개미를 돕기 위해 평생 번식하지 않는 일개미의 행동이다. 이와 같이 생물학에서는 유전자적 관점에서 혈연선택이 바이블이 된다.


생식적 이타주의의 진화적 원리

생식적 이타주의를 설명하는 핵심 이론은 혈연 선택(Kin Selection)이다.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 D. Hamilton)이 제시한 이 이론은 이타적 행동이 개체 간의 유전적 유사성에 따라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타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을 도울 때, 이타적 행위의 비용보다 수혜자가 얻는 유전적 이득이 더 클 경우 그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더 많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밀턴의 법칙(rB>C)으로 표현되는데, r은 행위자와 수혜자의 유전적 근연도, B는 수혜자의 이득, C는 행위자의 비용을 의미한다. 이 법칙은 협력 번식(cooperative breeding)을 하는 일부 새나 포유류, 그리고 사회성 곤충의 행동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이나 개미는 여왕과 유전자를 많이 공유하기 때문에 자신의 번식을 포기하고 여왕을 돕는 것이 유전자를 보존하는 데 더 유리한 전략이다.생식적 이타주의는 개체가 자신의 번식 능력을 줄이거나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개체, 특히 친족의 번식 성공을 돕는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행위자의 번식 비용이 발생한다. 이타적인 개체는 자신의 번식을 포기하거나,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다른 개체에게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번식 성공률을 낮춘다.

둘째, 유전적 근연도에 따라 이타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생식적 이타주의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을 도울 때 가장 뚜렷하게 관찰된다. 이는 자신의 유전자가 친척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이러한 행동은 '생존 경쟁'이라는 자연선택의 기본 원리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다. 개체가 아닌 유전자 단위에서 보면, 자신의 복제본이 다른 개체(친척)에게 더 많이 전달되는 것이 결국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번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가 여왕개미의 번식을 돕는 사회성 곤충에서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다음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경제학에서는 행동적 이타주의가 핵심이다. 경제학에서 행동적 이타주의(Behavioral Altruism)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 달리, 인간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지 않고, 때로는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을 돕거나 공정한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전통 경제학의 '합리적 경제인(Homo Economicus)' 모델은 모든 사람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이 공정성, 호혜성, 타인에 대한 관심과 같은 비합리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이는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된다. 여기서의 핵심은 '호혜성'이다.


경제 실험을 통해 본 행동적 이타주의

행동적 이타주의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실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 한 참가자가 돈을 나누는 제안을 하고, 상대방이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게임이다. 상대방이 거절하면 둘 다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전통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은 제안 금액이 얼마든 수락해야 이득이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한 제안(예: 100만 원 중 1만 원만 주는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정성을 중시하는 인간의 이타적 심리가 작용한 결과이다.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 한 참가자가 상대방에게 얼마를 줄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상대방은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게임이다. 합리적 경제인이라면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이 이득이지만, 많은 참가자들이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상대방에게 나누어 주는 행동을 보인다.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 참가자들이 자신의 돈을 공동 기금에 기부하면 기부액이 불어나고, 이를 다시 공평하게 나눠 갖는 게임이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기부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지만, 상당수의 참가자가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인간이 단순히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며,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이타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학과도 연결되지만 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사회학에서 선호적 이타주의(Preferential Altruism)는 개인이 혈연관계나 단순한 계산을 넘어, 특정 사회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정체성에 기반하여 타인을 돕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들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집단(in-group) 구성원(예: 같은 민족, 같은 종교, 같은 지역사회 구성원)을 외집단(out-group) 구성원보다 우선적으로 돕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순수한 이타심보다는 사회적 정체성과 집단 결속력이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인간들이 사는 '문명'사회 혹은 '자본주의 사회'는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게도 되는 것이다.


선호적 이타주의의 특징과 사례

선호적 이타주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사회적 유대감과 호혜성이 이타적 행동의 중요한 기반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사회적 의무이자 일종의 상호 투자로 여긴다. 둘째, 이는 사회적 규범과 집단의 기대에 의해 강화된다. 내집단 구성원을 돕는 행동은 칭찬과 인정을 받지만, 외집단 구성원에게 과도한 도움을 주는 것은 때때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재난 구호: 자국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 외국에서 발생한 재난보다 더 많은 기부와 자원봉사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민족주의: 민족적 연대감을 바탕으로 타 민족 구성원보다 같은 민족 구성원을 우선적으로 돕고 보호하려는 경향이다.

사회 운동: 특정 사회 운동이나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돕고, 외부의 위협에 함께 맞서는 행동이다.

이러한 선호적 이타주의는 집단 내 결속력을 강화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집단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뇌신경학적 이타주의적 접근이다. 뇌과학에서 뇌신경학적 이타주의는 인간의 이타적 행동이 단순히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뇌의 특정 신경 회로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촉발되고 강화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즉, 타인을 돕는 행위는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우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생물학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타적 행동에는 공감 능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와 쾌락 중추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아직 뇌신경학적인 측면에서는 연구중이다. 뇌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항상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결과값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관련 뇌 영역과 신경전달물질

이타적 행동이 일어날 때 활성화되는 주요 뇌 영역과 관련 물질은 다음과 같다.

뇌의 보상 시스템: 타인을 돕는 행위는 뇌의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와 측좌핵(Nucleus Accumbens)을 활성화시킨다. 이 부위는 금전적 보상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동일하게 도파민을 분비하여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쾌락 신호는 이타적 행동을 다시 반복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공감 및 사회적 인지 영역: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측두두정엽 접합부(Temporoparietal Junction, TPJ)와 전두엽 일부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이 영역은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과 엔도르핀: 이타적 행동은 옥시토신과 같은 유대감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여 신뢰와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한다. 또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일종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결론적으로,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타주의는 도덕적 판단과 심리적 공감뿐만 아니라, 우리 뇌에 내장된 '보상 회로'와 '사회적 유대 회로'에 의해 강력하게 뒷받침되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5. 타인 돌봄의 강화기제_규범과 제도


그럼 이제 타인 돌봄을 강화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오늘 강의의 핵심은 바로 이거다. '규범과 제도'가 설계되면서 타인돌봄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타적 행동에 대한 사회규범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옳다'는 비공식적인 사회적 기대이다. 이러한 규범이 체계화되어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되면, 이타적 행동은 개인의 도덕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으로 공식화되고 예측 가능한 행위가 된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 활동이 교육 과정에 포함되거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공식적인 기부 단체가 설립되는 것이 이러한 제도화의 결과이다. 제도화는 개인의 이타심을 조직적인 활동으로 전환시켜 사회 전체의 이타적 역량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타인돌봄의 제도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두 가지의 경로가 있다. 먼저는 유대교 전통이다. 유대교의 레위기에서는 공동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제도화가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화목제와 같은 경우에는 제사를 지내고 남은 번제물을 하루만에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서 먹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룻기에서도 보아스를 도우려고 하는 제도가 있다. 반대로 오늘날 '필란트로피'라는 단어로 유명한 그리스 전통이 있다. 그리스전통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동체의 안위를 돌보는 '플라토닉 러브'의 전형으로 '필로스+안스로피' 즉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도화되었다. 그래서 공동체의 일원이 아프거나 돈이 없으면 제도화된 복지를 통해서 공동체 구성원을 돌보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이 중세에는 교회법 전통으로 이어지고 근대에는 국가론의 복지국가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제도와 규범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고 규범의 효용과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제도의 특징

공식적 규칙: 제도는 기부금 사용 규정, 자원봉사 활동 인증 기준 등 명확하게 문서화된 규칙을 가지고 있다.

안정성: 제도는 쉽게 변하지 않으며, 이타적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강제성 및 인센티브: 제도에는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세제 혜택 등)나, 규범을 위반했을 때의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

전문성: 제도는 이타적 행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배분하기 위한 전문적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도의 영향

행동의 확산: 제도는 이타적 행동을 일반적인 사회규범으로 정착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사랑의 열매'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 기부가 일상화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다.

불평등의 재생산: 제도는 때때로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제 혜택이 고소득층의 고액 기부를 유도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소액 기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책임 분산: 제도는 개인이 직접 타인을 돕는 직접적인 이타심 대신, 조직을 통해 기부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타적 행동을 변화시킨다. 이는 책임감을 분산시키지만, 동시에 효율적인 도움을 가능하게 한다.


규범 진화의 기본원리에 대해서 살펴보자. '사회의 문법(The Grammar of Society)'은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크리스티나 비치에리(Cristina Bicchieri)가 쓴 책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사회규범이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을 구조화하는 '문법'과 같다는 것이다. 비치에리는 게임 이론과 행동 실험을 통해 사회규범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그리고 도덕 규칙이나 관습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그녀는 사회규범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치에리의 이론에 따르면 사회규범은 사회를 발전시키면서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규범의 작동 원리

비치에리가 정의하는 사회규범은 다음의 두 가지 기대가 충족될 때 형성된다.

첫째, 경험적 기대(Empirical Expectations)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도 이 규범을 따르고 있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둘째, 규범적 기대(Normative Expectations)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이 규범을 따르기를 기대하고, 만약 내가 따르지 않으면 나를 비난하거나 처벌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기대가 맞물려야 비로소 사회규범으로서의 힘을 발휘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다른 규칙과의 구별

비치에리는 사회규범을 도덕 규칙이나 관습과 명확하게 구분한다.

도덕 규칙 vs. 사회규범: 도덕 규칙(예: 거짓말하지 마라)은 타인의 행동이나 기대와 상관없이 내면의 의무감에 따라 지키는 것이다. 반면, 사회규범은 다른 사람들이 따를 때만 의미를 가진다.

관습 vs. 사회규범: 관습(예: 자동차 우측 통행)은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 나에게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어서 지켜지는 규칙이다. 하지만 사회규범에는 관습에 없는 '규범적 기대'가 추가되어, 규칙을 어길 경우 사회적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비치에리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사회규범이 인간 행동을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원리를 설명하며, 사회규범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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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이타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찾았던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한림대에서 공부한 '제도주의'에 연세대에서 배운 하연섭 교수님의 제도주의까지 하면 나름대로 '제도주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차원에서 사회가 어떻게 이타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을 하는 시간이여서 인사이트가 넘쳤다. 결국 인간의 한번의 이타성이 묻어난 행동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규범'이 필요하고, 그 규범이 제도화되어서 이타적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시스템적인 사고에서 보자면 나 한사람 잘한다고 뭐가 바뀌나? 이런 생각에서 우리 모두가 그럼 바뀔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자 그럼 이제 국가경영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과정을 '제도주의'로 다시 돌아가서 살펴보아야 겠다.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 기쁜 삶을 살기 위해서, 이 세상의 빈곤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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