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사랑

나는 누구인가

by 낭만민네이션

연민이란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_스피노자*에티카




사랑과 연민을 착각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타자가 불쌍해 보일 때이다


다른이가 불쌍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기까지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일어난다


먼저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더 가지고, 나는 잘 사는데

저 사람은 못 산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비교의식에 의한

우열이 나누어 지고 상대방은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하는


필요에 의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그 다음에 일어나는 생각은

저 사람이 저렇게 된 것이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환경이 그래서 그런가


게을러서 그렇게 된거면 대부분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정죄를 하게 되고


환경이나 유전적인 요소라면

비로소 연민이라는 감정이 불쌍하다라는


표현을 잉태하고 나서야

내가 도울 수 있는데라는 마음으로 발전한다




연민의 의한 도움은 항상

타자보다 내가 우위에 있다


그리고 헤겔적으로 자신이 전체를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판단하고


그 사람이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도와준다는 마음의


스스로 찬사를 보내면서

도와주는 주체로서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선을 행하다가

주의력을 결핍하면 위선이 된다


연민으로 부터 출발하는 감정은

그래서 항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고

사랑해서 그런거다라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니까




연민의 의해서 타자를 돕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연민은 돌연 다른 감정의 옷을 입는다


질투라거나 시기심보다는

배신감과 당혹감 같은 것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감사해하지 않거나

죄를 짓거나, 법을 어기거나, 불손하거나 하면


당장에 연민은 판단의 빗자루를 들고

그동안 자신이 했던 모든 자선의 행위를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쓸어 담아놓고는

냉담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바뀐다


연민은 타자가 고통에 있을 때

자신보다 하위에 있을 때에만 가능한 감정이다


자주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래서 항상 자신의 더 가지고 있거나


더 알고 있거나 더 누리고 있거나

한다는 자신도 모르는 우월의식이 있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사랑은 두근거림이나 기쁜 감정을 동반하지만


상대방과 나를 비교해 놓고

판단한 상태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사랑은 철저히 내 자신이 배제되기에

나와 비교하는 상태자체가 없다


오히려 그 사람의 감정과 상태

그 사람의 상황에 촛점을 맞춘다


그리고 타자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관심으로 다가가기에


다른 감정들보다 사랑은 더욱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른이를

도울수도 있다


연민과의 가장 큰 차이는

도움을 받는 이가 잘되면 매우 기뻐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상황이 나보다 나아지기를

바라고 기대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때

큰 만족을 얻고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많이 주어도 더 주고 싶고

또 주고 싶고 계속해서 주고 싶은 것이다


연민은 반대로 주면 받아야 하고

다른 형식이지만 더 받아야 한다


존경이나 감사와 같은 어떤

피드백이 있어야만 연민의 감정은 유지된다




개인의 고백이다

사실은


나는 잘 돕고 있나를 생각하다가

내가 왜 돕고 있지라는 생각까지


나는 잘 살고 있나 생각하다가

잘 못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왜 내 안에 기쁨이 사라졌지

나는 이렇게 많이 돕는거 같은데 하다가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내가 너무 커져버렸고


스스로 고귀한 사람이 되어 버려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쌍한 뒷모습에

찾아갔던 것은 아닌가


나는 정말 무엇일까

오래만에 낭만을 켜놓고 사랑을 고민하던 중


내가 가지고 있던 연민의 감정들이

하나둘씩 변색되어 마음구석에서 떠 오른다


어릴 적에는 정말 불쌍하다는 말 듣는게

산동네 사는 불편함보다 싫었는데


지금은 불쌍하니까 도와야지

하고 있는 나를 가끔 발견한다


불쌍해서 돕는게 아니라

사랑하니깐 같이 있고 싶어하는거


그게 사실은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내재화되어 있는 것일껄


연민은 사회화가 진행되고 나서

허영이 만들어 놓은 구조 안에 있어야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감정이니깐

넓은 들 양치는 언덕에서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그냥 손잡고 걷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삶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한다


오랜만이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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