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서도

관조하는 삶_한병철

by 낭만민네이션

오늘날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안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우리를 무엇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의 반증이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도 인정 안해준다거나

존재감을 가질려면 뭐든 해야한다는.


자본으로 교환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쓸모가 없는,

그러니깐 어떤 것에서든 ‘쓸모’를 찾는 것은


실제로 필요하고 유용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의 머릿속을 삶 속에서 주무른 후에야

삶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몰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 머릿속에서 노동과 자본이 서로 교환된 후에


교환의 짝을 찾지 못한 것들은

모두 무의미로 돌아간다


이 세상에서 무위를 추구하는 삶은

백수 아니면 쉬었음이 된다


인간들을 탓하기 전에

만들어 놓은 구조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은 사회에서


인간이 꽃피울 완전히 다른 문화는

어째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의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해결한다면서

누군가의 손을 드는 방식에 지쳤다


아니 다시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구조를 만들어 보자


다시 누군가의 대립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경쟁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보자

그럴려면 다시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머릿속 구조를 깨고

이미 연결된 그물망을 흩어 버리고


무위의 세계로 들어가자

관조의 세계로 들어가자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서도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구조를 짜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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