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밀고 나가야할 때

그들이 걸어온 발자국을 보면서

by 낭만민네이션

기온이 떨어지면서 하늘의 별들이 더욱 반짝이는 것 같다. 한가롭게 벚꽃구경에 불안한 미래도 잊어버리고 순간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반갑다. 혼자서 거니는 공원 가장자리에서 조금씩 시야로 들어오는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길. 그 길 가운데 서 있다. 세월이 나를 통해서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몇 년에 한 번씩 듣는 것 같다. 시인들이 써 놓은 문장들이 하나하나 가슴을 통과해서 가던 길을 계속 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당연히 하루종일 얼마나 '이걸 대체 왜 해야하지?'라는 질문을 던졌을 테니. 누군가가 알아주면 좋겠고, 내밀한 언어로 대화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쩌면 결혼을 해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경험은 언제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 기대가 불안하더라도 혹은 찬란하지 않더라도 어떤 좋은 경험은 미래를 열어 놓는다. 안 좋은 경험은 그 반대로 미래를 닫아 버린다. 경험은 다른 이에게 비밀이다. 내가 아무리 말로 그 경험을 털어 놓는다고 해도 그것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한 것들을 어떻게든 공감을 얻어 보려고 노력한다. 그럴수록 더욱 애처로워진다. 현대인들이 가진 내면의 커다란 공백은 항상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동굴과 같다. 누군가에게 들어와서 내가 어떤 것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혹은 마음을 가졌는지 보라고 해도. 사실은 그 누구도 거기에 들어갈 수 없다. 다른 이들에게 거는 기대의 정도가 잘못되었다.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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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밀고 나가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하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파도가 쳐서 곧장 해안의 표면에서 사라진다. 어느덧 그 많던 고민도 사라지고 고운 모래만 남은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의 한 가운데 발자국을 살짝 얹어 놓으면서 걷는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어떤 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닫혀진 것들을 열어 놓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는 것,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멍청한 듯이 준비하는 것,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이 없을 때 묵묵히 하는 것, 더 나아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 이 모든 시도는 다른 이들에게 비밀이다.


그러나 안다. 걸어가 본 사람은 안다. 그 걸음 가운데 수 만번의 가슴의 요동침과 마음의 중심에 갈라지기 시작하는 의심들, 미래로 투영하는 눈빛에서 무엇인가 빛나고 있는 별들을. 걸어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른다. 그래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손을 부여 잡고 정신차리라고 한다. 정신차려서 이렇게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책임지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세상에서 책임을 굳이 지려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고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역사가 쌓아 놓은 무거운 돌맹이들 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말없이 묵묵히 걸어온 그들의 발자국을 보았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

말없이 밀고 가야할 때이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이건 그냥 걸어야 한다.

방향이 잘 잡혔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스스로 속이고 있지 않는지 비추어봐야 한다.


아름다운 엔딩이 아니라도 좋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어도 좋다. 진심으로 그 길을 걸어갔다면, 자신을 온전히 잊어버릴 만큼 집중해서 걸어갔다면. 그렇게 걷지 않았을 때 이 글을 보면 좋겠다. 미래의 언젠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