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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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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Feb 17. 2017

삶과 노래

남도에서만 느끼는 바람

바람이 불어 온다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나는 역시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인듯 하다


머나먼 남쪽

시원의 바다같은 해남


고갱에게 하이티가 문명의 시원으로

동경이 대상이 되었던 것 처럼


나에게는 해남이 인생의 시원으로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다


몇년전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해남과 연결되어 있는 여러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해남, 강진, 완도

장흥, 진도, 땅끝


사람들이 살아갔던 향기가

역사의 바람으로 남아 있는 곳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절간에서 울리는 풍경처럼 고요하게 추억을


일으키고, 불러오고

새롭게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더라




1. 청해진, 장보고


완도에는 김도 유명하고 젓갈도 유명하지만

최근들어서 장보고 유적지가 나름의 자리를 잡았다


지난 추석에는 장보고기념관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장보고가 병영을 만들고 훈련시켰던


청해진 병영에

도착했다


마치 장보고와 함께거닐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역사는 항상 영원한 현재가 축적된

시간의 도성이라는 측면에서


청해진은 넓은 공간에서

땀흘리며 훈련하던 병사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살은 빛나고, 햇발은 스무스물했다


아무런 의미없이 흘러가는 물살같으나

사실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선을 이루는 연결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이 성장해온

토지의 냄새와 역사의 바람에 정겨운 듯이


한발한발

한땀한땀


둘러보시고 생각에 젖으셨다

그랬다, 역사란게




2. 병영 가는길, 금곡사


남도에는 꽤나 많은 절들이 있는데

그 중에 병영을 가던 길에 숨어있는


금곡사를 만나게 되었다

커다란 바위동굴 사이에 가려진


무엇인가 금광이 흐르는 듯한

곡선 안에 숨겨진 금곡사


인간의 영혼은 항상 자신을 투영할

사물을 마련해 놓는데


남도의 대부분은 그것이 불상이나

처마 끝의 풍경이었던 것 같다




3. 하멜 기념과, 동인도회사


나는 반골기질이 강한터라

하멜기념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들었다


네덜란드의 생활과 동인도회의 설립

그리고 하멜이 다녀간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시대의 해석

나는 잘 모르겠더라


제국주의 안에 갖혀진 인간의 안습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을 위한 몸부림인지


조선은 과연 쇄국정책으로 망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둥지틀기였는지


하멜이 다녀간 자리에 병영사람들은

추억으로 간직한 메부리코를 기억하더라



4. 신비의 바닷길, 일년에 한번


일년에 한번 신비한 바다가 열리고

육지와 섬들이 만나는 길이 열린단다


신기하게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높은 어느날

길이 열리고 사람들은 홍해바다가 갈라지듯


걸어서 섬으로 들어가서

걸어서 섬에서 나온단다


여기저기 다슬기를 따는

동네사람들의 땀바울도 보이는데


나는 하릴없이 아직은 열리지 않은

신비의 바닷길이 투영하는 하늘을 보면서


남도의 바람을 느끼고 있는 중이였다

바람과 노래가 흘러나왔다


신비하다 인간이란 이렇게 

새로운 역사와 바람을 만나면


금새 메말랐던 정서가 새옷을 입고

단비에 젖은 듯이 포근해진달까



5. 우황리, 공룡 박물관


진도로 발길을 돌리던 중에 우연히

간판이 들어온다


우황리에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고

공룡들의 천국이 있었다는데


막상 가보니 진짜로 테마파크로

만들어 놓고 많은 이들이 들르고있었다


고생대와 백악기, 쥬라기

그리고 티라노하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동물들의 연대기, 공룡들의 시간

무엇인가 역사 이전의 시간들이


나는 사념에 잠긴다

지구와 환경, 그리고 인류의 탄생


이런 고민들이 드다가 문득

물 속에 살고 있던 공룡들을 보면서


먼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멸종과 소멸, 세포들의 휘발 이런 것들 말이다


어머니 아버지는 새로운 듯이

역사 속에 사라진 공룡들의 발자취를 따라가셨다


나는 그래도 마음이 즐거웠다

함께 보내는 이 시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6. 장흥, 삼합의 조합


최근 1박 2일에서 나온 모양이다

사람들이 삼합?삼합!하면서 돌아다닌다


맛조개와 버섯 그리고 엷은 한우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신선한 소고기가 절묘하게 기름기름

하면서 식감을 돋아 주었다




7. 철새도래지, 마지막


돌아오는 여행길 마지막으로 

철새들이 돌아오는 지점에 도착했다


200마리의 철새들 진흙에서 찾은

먹이감들을 부지런히 부리에 담아서


새끼들 먹이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당연이 이것을 보기에 정신이 없고.


돌아올 곳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어쩌면 노마드가 탄생하는 길이다


돌아갈 곳이 있어야 유목은 시작된다

돌아갈 곳도 없는 이에게는 과거가 없다


역사로 돌아가는 순례의 길

나는 다시 한번 철새들과 같이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란 곳

만들어진 보금자리로 돌아가 본다


남도의 바람이 불어오고

콧노래로 시작했던 여행은


다시 나로 돌아가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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