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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08. 2017

니어카와 할머니

인생을 다시 돌아보며

아우 추워!!

내일부터 추워진데요 형!!


농구를 마치고

맛있는 저녁을 들이마시고서 


이냉치냉이라

아이스크림까지 흡입한 후


건널목을 걸오 오다가 나눈 대화 중에

지나가는 할머니의 니어카


키도 작으시고

거무스름한 옷에


니어카 한가득

박스와 알루미늄 깡통으로


천천히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계속 가슴에 남아서

무엇인가를 말한다




나는 기껏 추워서

내일은 머 입고 가지?


일은 점심 머먹지?

고민할 때


할머니의 니어카는

다시 방화동을 돌아서


여기저기 남들이 쓰다 버린

박스들과 깡통들을 주워담으시겠다


돈이 없어서 살기가 힘들어서라면

차라리 덜 서글플 것을


조금 더  자식새끼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손주녀석

용돈이라도 주워 보내려고


돈을 모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렇게 당신들의 세상에서는  한시름 쉴 시간없이

또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간다




머나먼 시절  청춘의 계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산골을 누비고  강어귀에서 수영하면서

미래를 그렸으리라


그들의 미래는

지금의 우리처럼 글로벌하진 않아도


낯설지만 신기한 서울 땅에 가서 전차며 극장이며

신기한 서울 구경을 꿈꾸셨겠지


미래가 그려지는 날들은  

항상 우리에게 기대를 만들어 낸다


나름 살아갈 맛이 난다고나할

인생이 푸르다고나 할까


그러나 미래가 지금과 똑같다면

지금이 절망과 고통 연속이라면?




새마을 운동으로 시작된 경제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발에 땀이 나도록 아침잠을 설쳐가면서


도로를 포장하고

강둑을 이쁘게 다듬었다


수출은 늘어나고

사람들은 모두가 신나서 열심히 일했다


망해버린 대한민국이 일어서는  

거대한 희망사로잡혀


국가주의라는 전체주의 안에서도

아무말 없이 숨죽이고


조용히 땀을 흘리면서

내일을 그렸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조국


깨끗한 대한민국 살기좋은 대한민국

내 자식들이 살아갈 대한민국


머지않아 약속한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선진국의 길로 나아가는 듯했다


건물들을 높아지고

한강에도 수많은 다리가 놓여지고


지하철이 여기저기 놓여졌다

비행기도 더 많이 날아다녔다


사람들은 이제

저마다 자신들의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부하기 시작했고

놀라울 만한 천재들도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수완좋은 사장님들의 성공 스토리가

막 뜨끈뜨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이웃들은

점점 목소리를 잃어가고


그렇게 열심히 조국을 위해서 일했던

허리는 어느새 인사하듯 90도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는

국가주의의 선봉에서


내일의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서

오늘의 체면이야, 체력이야 포기하는


헌신적인 가장들과

어머니들의 땀이 흘려졌다


대한민국은 수많은위기 속에서도

결국은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어 갈 것이고


내일은 더 많은 것들을

꿈꿀 수 있으리라


삼성과 엘지와 GS 그리고

포스코가 만들어준 국가 산업의 발전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인프라 구축의 최선봉의

4대강 사업이 이제는 안락한 내일을 약속했더랬다




드르럭드르럭...

할머니가 지나가시면서 니어카에서 들려지는 소리

 

고개를 떨구신 할머니의

거무튀튀한 얼굴의 주름 속에서


역사의 굴곡을 본다

이웃들의 아우성을 듣는다


행복과 멀어진 입김을 본다

인생의 뒤안길이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희생을 통해서

이 나라를 만들어 왔다


강요했고 요구했고 명령했고

착하디 착한 이웃들은 순종했다


그리고 이용당하고

목소리를 빼앗겼다


심청이들과 심봉사들은 아직도  떡써는 석봉이의 어머님과 열심히 삶을 더듬고 있다


이미 리바어던과 결합한  권력의 성좌는

날카로운 총성은 우리를 벙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깡통이라도 주워서

신문이나 모아서


자식새끼들 죽기전까지

신세는 지지 말아야지....


할머니 !!

당신의 노력과 헌신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주셨어요...


당신의 굽은 허리가

우리의 늠늠한 어깨를 만들어 내셨어요


당신이 흘린 설움의 눈물 방울들이

오늘의 무지개를 만들어 냈습니다....


당연히  좌파적이게도

이젠 그 분들께 돌려드려야 할 때가 왔다




진정성과 성실함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이제 그들의 몫을 돌려 줄 때가 왔다

삯꾼을 몰아내고


선한목자의 푸른초장이

그들을 먹이고  쉬게 할 때가 왔다


니어카 한가득 깡통과 박스들로 가득한 짐들이

내일은 희망과 기쁨을 가득해지길


아무런 대안도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한 안타까움을 열정의 도구로 삼아서


오늘도 조금 더 공부해서

조금 더 도울 수 있단 생각은 더욱 깊어 진다


할머니의 한숨을 기억하자

니어카 한가득 실은


저 짐들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을 잊지 말자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하다고 절대적인 진리처럼 외치기 전에


이웃들의 진정성에 맞는

삶의 대답을 찾아 주자


이웃들의 복권

이웃들의 이웃됨


사람들 살 만한 나라

땀흘려 일한만큼 보상받는 나라


니어카 한 가득인생을 담아서

우리 이웃들로 나아갈 때, 지금이다


한가득 나의 이런 책임감과 사명을 싣고

지나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 본다




삶의 막막함 가운데

오늘도 니어카는 바쁘게 움직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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