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광장에도 봄은 온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은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희망의 문학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_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그 봄을 만들기 위해서 피를 흘리신
선배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518의 열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희망의 꽃이 피워지고
미래를 기다림으로 갖게 되는 세대
우리는 지금 광화문의 정치
희망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치는 오늘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이들에게
감사하면서 담담히
하루를 묵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