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어스름
해가 뉘여져가는 오후만 되면
사물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색깔로
새로운 존재가되어 나를 반겨준다
보이지 않는 길
아무것도 만질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시간이라는 흐름안에서는
모든 것이 그렇게 매번 새로워지는
것이 아닌가한다
공간의 가두어놓았던 보수주의적인
시각을 잠시 멈추고
시간의 흐름에 나의 소망과
미래도 흘려보내면
이렇게 어깨가 가쁜하고 즐거운지 말이다
사물들과 춤출 수 있는 밤
어린아이의 그을림에 한 숨 지었던
어떤 기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듯하다
사물 안에 넘쳐흐르는 질감과 충만함이
블라맨크의 시선처럼 느껴지는 오후 어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