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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14. 2017

길과 허상

나는 잘 살고 있을까?

가끔

살아가다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


좋은 사람들

멋진 사람들


착한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즐거운 사람들

감사한 사람들


곁에만 있을 때 느끼는 안정감

혹은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꽉찬 정체성의

도취가 일어날 때


더 멋지고

더 똑똑하고


더 스타일리쉬하고

더 사랑스러운


나에게 있지 않은 것들이

불쑥 내 앞에 커다란 산처럼 우뚝쏟아서


마치 그것들이

나의 삶의 목표인것처럼


마치 그러한 자리가

나의 열정의 근원인 것처럼


한 없이 개츠비를 쫓아가는

닉의 발자취를 따를 때


한편에서는 불쑥 튀어나와

나를, 우리를 블편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그 존재들은

 가지의 선택의 희생양이 된다




불쌍한 사람들. 

도와야한다는 연민을 창조하는


도시의 빈민들이거나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들.


그래서 예의나 에티켓이라고는 모르는

미개한 국민들.


선택은 우리 마음 속

우리가 서 있는 그곳


내가 자리잡은

나의 관점에서


잉태되어 결국 그들보다

우위에서 그들을 돕거나


그들보다 우위에서 그들을 내리깔아

무시하거나 쫓아내거나


노블리스오블리제라는

허상 속에 숨어있는


자기애,

자기의와 마주칠 때면


나는 몸서리 치게

그 자리가 싫어진다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이렇게 반문하게 될 때


불편함 속에 비로소 내 자아가 눈을 뜨고

나를 불러서 잠시 앉으라 한다


뭐가 그렇게 되고 싶어?

뭐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


날 뛰는 자아를 잠시 잠재우고

내 속사람과 이야기한다


왜 속상해?왜 불편했어?

그냥. 그게 아닌거 같아서. 그런거 있잖아! 


언어의 어떤 꾸밈보다

그냥 살깣이 이야기 할 때


문득 다윗의 시가 뺨을

후려 갈기고 사라진다


복있는 자는 악인의 꾀를 쫓지않고

오만한 자의 자리에도 앉지 않고





내 길이 아니야

그래 알겠어 내 길이 아니야! 고마워!


오래전 기억 속

이럴 때 꺼내 보라고


써 놓았던 편지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어떤 것에 대해 있음도 아니고

무엇을 함으로써 됨의 자리도 아니고


그런저런 판단없이

그냥 그 길을 가는 것


길을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기쁨인 삶.


내가 자랑하는 것으로

나는 넘어지고


내가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나는 세워진다


약함이 강함이되고

절망 속에 희망의 싹이 튼다


나는 다시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러


불편한 사람이 되리라

블편한 자리에 있으리라




에곤쉴레가

말을 걸어오는 밤


살깣의 대화 속

메밀밭 사이로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에곤쉴레의 체스키크롬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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