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ul 11. 2017

변명과 소망

때가 아닌가 싶다

1. 어릴적부터 항상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부끄럽고 괜히 숨기고 싶었다. 항상 당당하게 가족들 혹은 집안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들이나 다른 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그 때 나의 욕망, 정확히 타자가 가지고 있는 관계를 포함한 모든 소유가 나의 욕망이 되지는 않았나한다. 그 뿌리를 가보면 항상 모든 것이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것들이 많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어린 시절은 항상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는 느낌이랄까? 낭만과 추억이 서려있는 그때를 이제는 이해하고 포용하고 사랑할 때가 아닌가 싶다.


2. 누군가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고, 그녀에 대한 어떤 관찰로 부터 파생된 것들인데, 가끔씩은 나는 아직 정의내리지도 않았는데, 능숙하게 정의내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흠짓 놀라기도 한다. 제 3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때가 많으니깐 말이다. 그럴 때면 나를 돌아본다. 뒷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혹은 정의내리거나 판단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생각해 보면 거름같이 꾸준한 참음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3. 적금과 노후설계까지 준비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결혼 잘해서 잘 산다. 내 통장 잔고를 보면 나도 모르게 나는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들을 한다. 아무것도 없는 녀석이 무슨 정의나 긍휼 이런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니야?라는 고민도 한다. 적금도 없고, 청약도 없다. 아직도 학자금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집에서 천원한푼 나올 구석도 없기에 청년들이 결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공감한다. 물론 나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결혼 할 것인다. 그런데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다 맞다는 식의 이야기, 적어도 결혼에 있어서 나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결혼을 위한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4.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아이들의 반응이 컨텐츠가 되는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만난다. 왠지 낯설다. 아이들에게도 룩히즘을 적용하는 느낌이다. 지하철에 정말 안 이뿌고 울기만하는 아이가 보채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약간은 역겹다는 표정의 사람들을 본다. 티비에 나오는 아이들이었다면, 아이고 어쩜 우는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까? 할 것 같아서, 괜시리 이 문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나 같이 어머니 말로 하면, 귀염성만 있지 못생긴 아이가 나름의 스타일을 가졌다고, 너의 인생을 살라고, 더 귀한 것이 있다고 말은 해 줄 수 있겠다. 그 아이는 아마도 마음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축적되지 않으니 자신의 진실을 스스로 쌓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의 겉모습보다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들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5. 현실주의가 정당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 주위에. 그래서 다소 골치 아프게도 나의 방법 뿐 아니라 나의 철학까지 뜯어 고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에서 꼭 통해야만 필요하다는 식의 실용주의자들의 상상력은 항상 제한되어있는 것을 느낀다. 조용히 나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현실에서 진짜로 세상을 바꾸는 기획을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풍이나 젠체는 그만하고 겸손히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6. 지금 이 순간 시간을 내서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글쓰는 기쁨에 또 하루를 돌아보는 이시간. 낭만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조용히 나를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명과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