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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민네이션과 팡세

#3

by 낭만민네이션

집앞에 거의 10년동안 방문한 미용실이 있다. 중년의 아저씨 한분과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을 하시는데 작은 가게 이지만 사람들이 가끔은 줄 설 정도로 동네에서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저씨에게 머리를 리를 자를 려고 줄을 서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점으로 볼 때 머리를 자른 그 시점에서는 아주머니의 헤어컷을 훌륭하시다. 머리를 한 사람들도 만족해하고 아이들의 머리를 기대하는 어머니들의 기다림도 충분히 만족감과 효능감으로 바뀌어 있다. 더군다나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취향에 맞춰서 잘라 주기 때문에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는 인기가 많다.


그러나 아저씨는 조금 다르다. 머리를 하면 그 당신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리고 머리를 다 자른 다음에는 머리 길이 마음에 드세요?라고 하면서 한마디 물어보는 정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시에는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종합적으로 어디를 더 해야할지 몰라서 당황하다가 '아니요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마무리 한다. 처음에 머리를 자를 때도 '어떻게 컷 해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서 아저씨는 그 사람의 취향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두상과 가르마 그리고 얼굴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생각하면서 조언을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난하게 그 충고를 받아들인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서 '이렇게 더 해 주세요'라고 하면 '그럼 전체적인 균형이 깨져서 좀 이상한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본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해주세요'라고 하고 자른다. 그럼 다음부터는 그 아저씨한테 머리를 하지 않는다.


하루만 지나면 결과는 극명하다. 아주머니께 자른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 바로 불만족에 빠진다. 어제 그렇게 길이도 잘 맞고 균형도 잘 맞던 머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머리 길이는 삐뚤빼뚤하고, 먼가 머리가 붕 뜬 느낌도 나고. 오늘 다시 가서 짤라야 하나'라는 생각도 가끔 들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가 지난 다음에는 다시는 거기 안 갈꺼야 하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반대의 결과가 아저씨에게서 머리를 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렇게 이상했던 머리스타일이 아침에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나니 이상하게 멋져지는 것이다. 머리길이들도 딱 맞고, 전체적인 느낌도 거의 흠 잡을 데 없어지는 것이다. 그 이유를 잘 고민해 보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달 후에 미용실에 들어가서 '아저씨한테 자를께요!'라고 하면서 1시간 정도를 기다려서 자른다.


이 미용실을 10년정도 이용한 결과 결론에 다다랐다. 아저씨는 소위 말하는 '변화관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상과 머리의 수분함유 그리고 가르마의 방향에서 따라서 대충 1달정도의 후의 모습을 예견하면서 머리를 자른다. 그러다 보니 바로 그 시점에서는 어그러진것 같고 덥수룩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드는 것이다.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차이점은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1주일이 지나면 아저씨가 자른 머리는 왁스를 바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된다. 아주머니가 자른 머리는 '내가 언제 머리를 잘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엔트로피가 증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살다보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변화에 대해서 어디까지 보는가에 따라서 지금의 대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변화에 대한 감각도 그렇지만 현실에 끼워 맞추다 보면 변화를 대응하는 시기는 그 당시만 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미봉책이라고 한다. 반창고 평화와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변화의 요소들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체계화 시켜서 이해하며, 그 체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예측한다. 그러한 예측을 전략적으로 실현하면서 그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정당성의 부족과 현실성의 부재를 질타 받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리더들은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 매우 낮은 점수를 준다. 체계를 구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체계의 분포는 위험성과 혼란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지만, 그 커뮤니케이션은 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 되고, 완성되고 나면 그것은 여러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한 프랙탈(자기동일성을 갖는 구조, 삼각형들의 모음은 더 큰 삼각형이 되는 패턴, 그러나 이런 패턴은 모든 자연과 우리의 삶 속에서 동일하게 존재한다. 그러한 패턴의 화학적으로는 원소기호들의 결합이고, 유기화학적으로는 분자들의 구조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조의 거대화가 유기체가 되고,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고 세계가 된다.)로 새로운 구조들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프랙탈을 많은 철학자들은 진리가고 부르기도 했고,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물질이라고 보기도 했다. 독일의 체계이론의 대가인 니클라우스 루으만은 이것을 복잡계 네트워크를 가진 체계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체계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체계가 변화하는 환경과 사람과 조직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절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에 뜨고 있는 '시스템 싱킹'은 조직의 변화에 적용하는 좋은 툴이되기도 한다. 쿠퍼실리테이션에서 매우 비싼 가격으로 강의하고 있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시스템사고는 변화하는 현실에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스스로 반응하는 '반영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프랙탈이다. 작은 단위에서든 큰 단위에서돈 프랙탈함수를 주장한 만델브로트의 주장처럼 모든 것들은 프랙탈의 결합으로 일어난다. 물론 이것은 물리학의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 이러한 물리학과 화학 말고도 인간의 의식과 영혼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의식이 프랙탈을 만들기도 하고(체계화) 프랙탈이 인간을 만들기도 하고(사회화), 프랙탈이 프랙탈을 만들기도 한다(내면화).


자기동일성의 진화는 작은 체계이든 큰 체계이든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진리'를 찾아낸 사람들은 어떤 수준에서든 새로운 구조를, 진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아주머니는 오늘도 자신이 커트한 머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시다. 그러나 왜 사람들이 아저씨한테 줄을 서서 1시간이라도 기다리면서 자를려고 하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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