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이브닝러닝 중
22살 여름 나는 어떤 결심을 했다
이렇게 살기는 더 이상 싫다고.
군대에 입대하기 4달전부터
나는 방화동 근린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3바퀴를 돌고 푸쉬업과 체조
말그대로 달밤의 스트레칭을 한 후
전력을 다해 집으로 뛰어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어머니는 항상 이러는 나를 보고
이런 미친놈!!이라고.
밤에 오히려 열기가
가득차다
투란도트의 답을 찾아다니는
공주의 열정처럼
나는 어니스트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청취하며
이승렬과 케이린과 함께
이 밤을 달린다
한 5전 쯤 인생이 늦은 듯했다
다른 이들보다
졸업도, 취업도, 결혼도
모두가 나에게는 느릿하게 지나갔다
마치 시간을 잃어버린듯이 혹은
어딘가에 그 시간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하염없이
나의 추억을 쫓아가듯 나는 달리고 달렸다
낮게 움직이는 땅거미를 걷어내고
차디찬 밤 이슬을 떨궈내고
마치 내 인생의 무거운 짐들을
그 자리에 벚어놓고 도망치듯.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지나가도
밤의 뜨거운 열기는 줄지 않았다
14년 동안 추우나 더우나
달리고 달려서 결국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달리는 동안 밀렸던 생각들도 하도
지나간 추억들도 꺼내어보고
세밀하지 못했던 기도도 하고
세상에 던지는 넉살의 비트도 듣고.
아! 낭만적이다
이거야말로 현실에서
이상과 육체가 하나의 리듬으로
숨쉬며 땀을 내는 시간.
아 살것 같다!
그래! 여기서 나는 다시 시작한다!
빈체로!
빈체로!!
나는 다시 내일을 기대하며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도 역시
태양은 다시 떠 오를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