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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Nov 30. 2017

가을과 기도

여유가 사라졌을 때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_가을의 기도





이상하다?이상해!

나는 왜 저 사람이 싫은 걸까?


아직 미운 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왜 이렇게 행동 하나하나가 싫은 거지?


출근하는 아침

무엇인가 마음에 남아 있는 흔적들


이웃들로 반겨줄 수 없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시지를 않는다


이미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니라

그들이나 너희로 변질된 대상화에서


그들의 잘못을 찾아내고

인간되지 못함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찾는다


아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

내가 그렇게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나?




잠시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나에게, 나 자신에게 시간을 준다


자신을 끊임없는 성과주체로 만들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피로사회에서


나는 너무 피로했던 것일까

나 자신에게도 차 한잔을 선물할 여유가 없고


다른이는 계속 낯설게만 놓고

친절히 맞이하지를 않는다


무엇인가 놓친걸까?

어느길인지 잊은걸까?


이렇게 돌아보는 시간들 만으로도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삶의 여정을 가다가 숨이까뿐 이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말할 수 있는 여유


황급히 달려가는 이가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서 저기요~라고 부르며 주워주는


그런 따뜻하고 때론 바보같은

그런 좋은 친구가 되었음 좋겠다


기도해야겠다

가을에 기도하지 못한게


나의 영혼의 물을 주지 못한게

이렇게 메마른 까닭일까


한 그루 소나무를 심고

한 영혼의 내면을 돌아보아야겠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의 흩날리는 소리가

쓸쓸함이 아닌 자유로움으로


흘러내리는 낭만들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영혼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위하여

이 분주한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불어오는 바람과


밀려오는 바닷절벽 지나

한 그루 소나무 위를 지키는 갈매기 같이


민네이션_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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