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쟁과 역사

전쟁을 기리는 나라에 평화는 없다

by 낭만민네이션

천천히 부서진 이름들 가운데

시간이 쌓아논 무게를

찬찬히 뒤집어 본다


전해져오는 이야기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당신들의 목소리

옆집 철수

앞집 영희

모두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외국인들의 관광지가

되어버린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곳에서

잠시마나 그 어린시절의 당신의 인생을

그 숨결을

그 호흡을 그리어 봅니다


그랬겠지요.

지금처럼

철없이 미래를 기대하고

이제 갖 맞은 광복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를

그 때의 순수함에


포탄이 부서지듯이

당신들의 인생이 부서졌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빚을 지고 있어요

오늘이라는 이 선물을

제대로 살아갈 기회를


그리고 수 없이 묻혀져간 이름모를

당신들의 숭고함보다

누군가를 때려눕히고

명분 때문에 청춘들이라도

희생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진

이들의 큰 호통이 더욱 생생한

지금의 현실에서


같은 질식,

같은 기침이 나옵니다


전쟁을 기념하는 나라에는

전쟁을 그만둘 용기가 없는 것입니다

전쟁을 치뤄낸 사람들의 입가에

또 다시 전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당신들이 전쟁을 대면하지 않아서겠지요


다시 전쟁을 기린다면

나는 먼저 평화를 생각하겠고

다시 총성이 들리노라면

나는 희생을 감내하겠습니다

다만,

그 전에 이 전쟁이 끝나도록 기다리느니

이 전쟁이 시작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 볼 참입니다


숭고한 이상을 가진

이들은 비록 점점 휘날리는 태극기처럼

곳곳에 숨어버렸지만

아직 제 가슴은 타오르고 있어요


사랑이 꽃필 때

정의가 하수같이 흘러 넘칠 때

다시 당신들을 기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조금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