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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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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03. 2018

소리와 공간

신철규_바벨

한참을 울고 체중계에 올라가도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영혼에도 무게가 있다면
대지는 오래 전에 가라앉았겠지

꿈속에서 많이 운 날은 날이

밝아도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눈 속에 눈동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부목을 대고

굳은 무릎으로 여기에 왔다


목소리 위에

목소리가 쌓인다


우리는 각자의 목에 돌을 하나씩 매달고
목소리의 탑을 쌓는다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던  
시계방에 걸린 수많은 시계들이 한꺼번에 울린다


우리가 한꺼번에 울면

해수면이 조금은 올라가겠지

우리의 목소리는 쌓이면서

아래로 가라앉는다 


우리의 탑은 하늘을 향해 자라는 것이 아니라

지하를 향해 깊어지는 것이었다

젖은 영혼들이

물의 계단을 밟고 걸어 올라온


어두운 나선의 계단을 딛고 올라오는,

일렁이는 촛불의 빛무리


귓속에 검은 물이 들어차고  
우리는 목소리의 동굴이 되어간다

망원경으로 적국의 시가지가 폭격 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이스라엘 시민들


그들에게 시온은 얼마나

튼튼한 요새인가

 

우리의 심장은
파쇄기에 갈아버린 공문서처럼 조각난다


부서진 빛들이 노래가 되고
부서진 울음들이 물비늘이 된다

우리는 목에 더 무거워진 돌을

매달고 흩어진다


다른 말과 다른 낱말을 가지고

다시 여기에 모이기 위해


신철규_바벨





보이지 않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광활한 소리의 움직을 잡아낸다


아주 가끔 공간들을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릴때면


영혼은 넋을 잃고

인생은 방향을 잃을 때가 많다


보이는 공간에서의 소리들보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중력의 무게만큼 더

중첩되어서 영혼을 끌어 당긴다


그 소리가 너무 커져버린 어느날은

소리에 짖눌려 일어나지 못한다


땅 속으로 하염없이 가라앉는

21그램의 영혼은 이리도 가벼웠던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계단 밑

나는 고요히 한계단씩을 내려간다


인류가 쌓아올린 욕망의 탑에 비례하여

지하의 공간들은 중심으로 닿아 있다


땅속 근원에서 부터 들려오는

소리들을 찾아서 내려가다보면


내가 무심코 삼켰던

혹은 스쳐지나갔던 목소리들이


긴 끈과 같이 내 발목을 조이고나면

나는 한 발자국도 올라갈수 없는 존재가 된다


지나간 시간들이 잠재되어 버린다는 건

우리의 능력만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도 그렇다


지나간 사람들의 목소리가 잠재된

내 의식의 아래 공간에서는


수 많은 소리들의 함성이

공간을 배회하고 날아 다닌다


우리가 쌓아 올린 바벨은

소리들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아래 방향으로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인간은 사랑 받을 때에만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은 항상 전이되기 때문에

오직 1:1로 전해받아서만 주체가 된다


우리에게 전해진 어두운 목소리들보다

강력한 것은 우리에게 들려온 사랑의 메시지이다


내면세계 아래로 쌓아 올린 바벨의 탑에

그러나 봄의 기운이 찾아오고


꽃이 피우고 빛이 비추는 것은

사랑의 메시지들이 전해질 때이다


이상하게도 그럴 때면 깊이 침잠한

의식 아래의 공간들이 의식으로 올라오고


그 전의 암흑의 공간이었던

지하 세계가 하나씩 빛으로 나아온다


나무가 나이테를 더하듯이

이것이 영혼 스스로 나이를 더하는 방식이고


이렇게 인생은 자신의 역사를 가지고

어둠의 공간이 빛의 공간으로 바꾸어 낸다


사랑의 메시지

사랑이 들려오는 소리


거기서 인간은 자유를 맛보고

자신의 바벨을 바꾸어 에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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