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세계

밤마다 찾아오는 센치함에 대하여

by 낭만민네이션

밤이다


하루의 역사가 마무리되고

누군가의 흐느낌도 무너지는 건물들의 잔해처럼

사라져가는 시간


그 시간들을 보고 느끼고 있노라면

어제의 오늘이

내일의 과거가 되는

지금의 현재 가운데

나는 또 하염없이 이 낱설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움직이는 시선과

떨어지는 음성

흩날리는 공상


그 가운데

파리가 있고

아마존이 있고

세렌게티와

타지마할이 있다


지고지순한 속절없이

이어진 은하수 무리를 따라가다보면


흐르는 건

별들이 아니라

내마음이고

내 눈물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는 것 자체가 나에겐

무의미하다


오히려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두는 것은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두는 것이

내게는 더 가치있는

움직임이다


흘러내리는 머릿결 한 올

떼다 만 눈껍떼기 한 두름

파르르 떨리는 입술가 엷은 립스틱 자욱

지나가는 소녀의 현상학적 의미들이

내게는 수억개의 역사보다 더 의미있다


아킬레우스의 종아리 심줄보다

이제 막 성장통이 끝난 한 소년의

아킬레스건이 더 역동적이다


누가 그러든?

삶은 그렇게 사는 거라고?


이제 말하리라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노라고


별이 다시 스쳐가고

오늘밤에도

어머니는 단잠을 주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