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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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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14. 2018

소리와 무덤

봄날에 들리는 메아리

나는 물론 알고 있다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에

 

난 그렇게 많은 친구들보다

더 오래 살아 남았다


하지만 오늘밤 꿈 속에서

나는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강한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나 자신이 미웠다.


나, 살아남은 자_베르틀트 브레히트




살아 남은자들의 신음은

죽은 자들이 지르는 고통의 메아리


나로 존재하는 것은

그들이 쌓아 놓은 영혼의 언덕 위


떨어져 버린 목소리들의 강가

나는 그렇게 살아 남은 이들의 그림자


추억은 기억의 방어기제

아픔은 사라진 이들의 트라우마


먼 미래의 사람의 발자국

메아리를 듣고 찾아온 사람


어느순간 역사에 가두어둔

눈물이 흘러들어온 날은


한참을 가만히 서서

움직일 수가 없다


숫자로 세어지는 죽은이들의 현실 앞에

조용히 나의 목소리를 묻고는


침묵으로 봄을 맞는다

마냥 즐거기만 했던 봄날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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