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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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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18. 2018

언어와 메아리

목소리의 묘지와 메아리의 묘지에서

밤새 잠을 뒤척였다

꿈 속의 꿈이 영혼을 휘감았다


그의 글을 뒤쫓아

그의 말이 끝난 곳


메아리가 고여있는

침묵의 성지


그는 다른 문을 열었다

잠시 비스듬이 나를 지켜본 후


그는 그 문으로 들어갔다

나도 곧 따라서 들어갔다


몰락해버린 제도와

타락해버린 문화에 깔려


죽어간 영혼들의 울음소리로

이루어진 공동묘지에 다다랐다


영혼들의 흐느낌이 기다란 줄이 되더니

나의 발목을 칭칭감고는 소리쳤다


악! 흑! 흠!

언어로 뭉치지못한 영혼의 절규가


그대로 그 안에 잠들어 있다가

산자의 영혼에게 흐느끼며 메아리를 전했다


그 메아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고

나는 그 메아리를 알아들려고 안간 힘을 썼다




목소리의 묘지 바로 아래에

메아리의 묘지가 있었다


목소리의 묘지는 모두 언어로 표현된

비석들에게 표현된 인생의 길이었지만


메아리의 묘지는 오직 흐느낌으로만

기억되는 인생의 뒤안길이었다


이따금 그 흐느낌을 느끼는 영혼들에게만

메아리로 들려지는 죽은 영혼들의 묘비였다


그는 그 묘비 앞에 서서

죽은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고


한참을 서성이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와 같이 들어간 그 문을 나올 수 없었던 건,

그 꿈을 깨어날 수 없었던 것


메아리들의 묘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흐느낌의 곡조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가깣으로 꿈에서 깨어난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귓속에는 아직도 메아리들이 웅웅대고

그의 뒷모습도 아른거렸기에.


정신을 차리고서야 지나 역사에서

오래된 현재, 나에게 마침내 다가올 미래를 만났다


제주도 43사건의 희생자들

아직도 그 아픔을 메아리로 간직하고서는


역사의 뒤안길을 걸아가고 있는

메아리의 묘지를 걷는 사람들.


비동시적인 것들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목소리의 묘지들에

메아리들의 묘지가 겹쳐 있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혹은 같은 시간에


위로 언어가 쌓여갈 수록

아래로  메아리가 쌓여가기에.


https://youtu.be/FZYyqZcVsPE

묘지에서 들려오는 듯한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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