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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13. 2018

밝음과 그늘

그늘 아래 그들에게 찾아가기

불행하고 어리석은 젊은이여
도회의 한 구역에서 방금 돌아온 젊은이여


안개 서린 전차 창문으로 비치는
군중의 비참하고 불안한 모습들


사치스런 장소에 들어갈 때마다

밀려드는 두려움


모든 게 너무 비싸기만 하네,

너무 고급스럽다


자네의 미숙한 매너와 유행에 뒤진 옷,
그리고 서투른 행동을 사람들은 다 알아봤을 테지


자네가 읽은 책이 무슨 소용 있겠나
답을 찾았지만 해답 없는 인생을 살았을 뿐.


젊은이_체스와프 미워시





언제부터인가 밝은 부분만 보아야 한다고

삶이 채근하듯이 나를 몰아왔던 것 같다


나는 이게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고 정말 그런가 돌아보는 중이다


왜 나는 밝음을 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마자 바로 떠오르는 이웃의 얼굴들


밝지 않은 이들의 얼굴이 내면을 도배하고나서

나는 다시 이 질문이 무엇인가 이상하다 여긴다


밝음을 보라고 한건 이미 세상이 어둡기 때문인데

어두운 세상은 왜 감춰져야만 하는가?


다시 부정의 변증법이

고개를 들고 똬리를 틀더니만


독이 없는 혀를 낼름 거리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 준다





그늘에 앉아 있는 친구들의 모습

심지어 먼저 세상을 떠난 동시대의 그들의 모습


조금씩 퇴색되어 갔던 존재의 이유

나는 왜 살지?라는 고민이 얼굴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언젠가 교회의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에

나라도 열심히 살께! 라고 다짐하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는 무엇인가 대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겠고


삶에 대해서 자신은 없지만

무엇인가 변명이라도 해야했기에


그렇게 말도 안되는 다짐들을

내두른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림자에 갖혀 있는 이웃들은

그림자를 만드는 구조에 갖혀 있는 것이다


사회라는 것은 제도와 문화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의 구조가 점점 더 그늘을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양지에 경쟁적으로 올라가고


우리들은 모두 닭쫓던 개

지붕이나 처다 보는 꼴이 되어 버린 현실


정권이 바뀌고 아무리 세상이 좋아 졌다지만

여전히 그늘 아래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


그들의 신음소리가 내면을 휩쓸고 가니

뼛속까지 시린 아픔이 찾아온다




몇가지 심리검사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개인과 집단의 역사 속에서


그늘에 숨죽이고 있는 이들처럼

함께 호흡하느라 요즘은 어디서든 조용히다


말뿐만 공감한다가 아니라 생각과 삶으로

실제로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되길 기대한다


미래의, 멀지 않은 미래의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어 본다


그래서 너 그때 그렇게 글도 쓰고
다짐도 했는데 그렇게 살았니?
라고 말이다


현재와 연결된 과거의 내 의식은

과연 이때를 기억할 것인가?


내 안에 들어 있는 수 많은 희망과

때론 절망들이 끌어나오는 시간


나는 나 역시 그늘에서 서성대면서

외로워하던 때를 그려본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이렇게 추운건

그늘 아래에서 떨고 있는 내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는

다른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고는,


내 스스로 망각하고는 무엇인가 된것처럼

다른이들에게 꾸어온 가치로 돈놀이나 하지는 않을지





그늘 아래에서 다시 모닥불을 피우고

사람들을 맞이해야지


춥고 얼어붙은 마음을 찾아가서

따뜻한 차한잔 말한마디 건네어야지


누군가에게만 있던 아침을

모두에게로 선물해야지 우리들의 아침을.


밝음이 찾아오고 그늘에서 피우던

모닥불들도 추억이 되게 해야지


나만 돌아보던 작은 세상에서

이 세상의 악함과 고통으로 찾아가야지


더욱더 그 구조를 만들어내는 이들에게도

찾아가서 더 이상 그늘을 그만 만들라고


그들의 방식 그대로 갚아주지 않고

사랑의 방법으로 그들의 인간이 되게 해주어야지


이미 만들어진 구조를

잘못된 강물의 흐름을 돌이켜서


새로운 대로를 만들고

새로운 줄기를 일으켜야지


내 영혼의 그늘이 거두어지는 때까지

이 소망, 이 작은 모닥불을 계속 키워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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