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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14. 2018

절망과 실존

자크프레베르_절망이 벤치위에 앉아있다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알안경에 낡은 회색옷


엽궐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고통이 더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있다_자크프레베르




절망이 앉아있는 벤치 위

심지어 새들도 앉지 않는다


인간은 수 많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폐쇄된 가능성 때문에 절망에 빠진다


끝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흩어져 버린 자유의지는 돌아오지 않는 노마드다


절망이 부르면 절대

응답하지 말아야한다


차라리 나는 실존을 선택하겠다

이전에는 그게 긍정성을 선택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서야 실존이라는 건

긍정과 부정이 함께 존재하는 그 자체라는 걸


그래서 더더욱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되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볼려고.


그런의미에서 절망은 부정성과 다르고

희망과는 완전 대척점이 있다


부정의 변증법이 오히려 희망을 찾는

지름길일지 모르니.


긍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절망인건 아니다


절망이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서는

젊은이들의 소리를 듣는다




[8회] 배연서 - 이로한(Feat.ELO, Jessi)(Prod.Padi) @파이널

http://tv.naver.com/v/3038894?openType=n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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