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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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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25. 2018

당신과 향기

누군가를 위하여_김광규

예컨대 자기의 남편을 위하여

아들딸을 위하여


어버이와 형제자매를 위하여

또는 병든 마음과 헐벗은 몸을 위하여


쫒기는 사람들과

억눌린 이웃들을 위하여


오로지 남을 위하여 살면서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너무나 무심했던


당신이 갑자기 떠나갔다

당신의 웃음짓던 환한 모습


당신이 앉았던 풀밭의 움푹한 자리

당신이 쪼이던 가을 햇볕


당신이 부르던 정다운 목소리

모두 그대로 남겨놓은 채 혼자서 훌쩍 사라졌다


물이 되어 한강을 건너고

구름이 되어 북한산 연봉을 넘어


서북쪽으로 날아가버렸다

어쩌면 몽고의 어느 초원에 풀을 눕히는


바람이 되었을 당신

또는 별이 되어 밤새도록


어두운 지붕들을 내려다볼 당신

아니면 안개가 되어 우리를 포근히 감싸줄 당신


당신을 나는 때때로 바라보기만 했는가

당신을 우리는 그저 떠나보내기만 했는가


당신이 입던 옷을 정리하고

당신이 남긴 돈을 은행헤서 인출하고


당신이 오고 가던 길을 걸으며

당신이 언제가 다시 나타날 것만 같아


우리는 자꾸만 되돌아본다

한없이 당신을 그리워하며 이제야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려 하는가 저마다

말없이 당신을 닮아가려 하는가


누군가를 위하여_김광규




누군가의 여운이 계속

영혼의 언저리를 감도는 사이


나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걸음걸이가 고쳐지는 것을 느낀다


그의 흔적이 보여지는 곳곳마다

이전처럼 살지 않으려고 발길을 돌린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머리를 정돈하고 나서는


다른이들을 위해서

걸어갔던 당신의 향기를 누린다


영감넘치는 하루아침

깊이가 다하는 저녁마당


당신이 차려놓은 인생의 찻집

나는 한잔의 커피를 당신의 그리자와 나눈다


생명이 사랑에 달려 있듯이

온 힘을 다해서 사랑을 살아간 당신


보여지지 않은 당신의 기운 속

생동하는 이미들의 잔치를 본다


매섭게 복수하려했던 눈빛을

닫아내리고서는


새로 영업시작한 중국집마냥

반갑게 다른 이들을 맨발로 맞이한다


누군가의 향기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겠지


누군가를 위해서 사는 것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살아줬기에


그렇게 삶의 운율로 서로

짝마추어 가는 거겠지


나는 오늘 누구를 위해서

삶을 살까?


이렇게 물어볼 수 있는것도

당신의 '누군가를 위함' 때문이었음을.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당신이 살아가게 하는 방법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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