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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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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21. 2018

추억과 기분

추억_리카르다 후흐

언제였던가. 먼 옛날에

나는 산기슭의 한 그루 나


자작나무 무성한 머리카락을

하이얀 손으로 달이 빗겨 주었다.


절벽이 험악한 돌바닥에서

바람에 불리며 솟아 있었다.


너훌거리는 구름 조각이

지나가는 노리개처럼 나를 안아 주었다.


마음속은 언제나 비어 있었다.

기쁨도 없이 괴로움마저


나풀거리고 시들어지고 다시 꽃을 피우고

나의 그늘에는 때가 자고 있었다.


추억

_리카르다 후흐




추억은 다소 개인적이다

자신의 진정성에 몰입할때만 발생하니까.


추억기억으로 들어가는 사이에

현실이, 타자가 개입하게 되면


추억기억이 아니라 다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억이 자연적으로 떠오른다


개인적이라서 추억은

사회생활로 소진한 자아에 회복을 주는 듯한다


나선형의 아래로 뻗힌 기억의 동굴에서는

추억들이 가는 길에 다발로 뭉쳐 있다


기억은 감정과 이미지의 연결인데

그 감정이란 희망적이거나 기분좋을 것일때


추억이 되는 기억으로

매번 꺼낼 때마가 덧붙여진다


그래서 추억은 추억할수록

더욱 추억이 된다





너른 들판으로 뛰어노는

양들의 행렬 가운데


수평선 너머로 바르게 인사하는

아침햇빛의 입맞춤


추억안에서 꺼낸 낭만적인

현실을 기대하는 오늘 아침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고 이어나가면서

또 새로운 하루를 열어내고


언젠가 오늘을 기억할 때

추억으로 남기기 위한 시간을 살아야지


자아의 동굴로 한걸음 내려가는 시간

깊이에서 흘러넘치고 몰아 부치는


감정의 거대한 

지하수와 만난다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는

생명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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