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생기는 것들 사이에서
심연의 가장자리까지
파도가 밀려와서
닿았다가
멀어졌다 한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이미지들 가운데
계속해서 멀어지는
이미지들이 손짓한다
아직은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어느순간에는
어떤 형상으로만 남는다
그러다가 가끔 기억에
묻어나기도 하고
때론 추억의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들기도 한다
밀려갔다가 밀려오는
파도처럼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떠도는 그림자들
감정으로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어떤 예감을
오늘도 가슴에 안고 걸어간다
스며드는 인생의
질문들 가운데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그래도 나는 잘 걸어가고 있다고
나름의 기억을 되살린다
파묻히는 바닷가 모래알 속 어딘가
나의 기억들도 박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