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를 떼기로 한 날

면허 30년 차, 초보운전

by 민네

정작 인생의 핵심 앞에서는 뜻밖에도 대담했다.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는데 변해있는 것들을 보면 겁이 났다.

30대가 되고 난 후 깨달은 건 이 세상에 완전한 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삶은 수학 증명처럼 참과 거짓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없는 명제이기 때문에


그래서 완전하지는 못해도 안전한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실패해도 많이 다치지 않을 선택, 넘어져도 무릎만 까지고 코는 안 깨지는 안전한 선택을 하며


내 성격에는 공무원이 딱이라는 주변사람들의 권유에 동의하며 행정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사람 손에 오래 길들여진 새가 아무리 새장 문을 열어도 날아가지 않는 새처럼 살았다.

새장 밖에는 자유가 있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인간관계도 그랬다. 많은 친구는 필요하지 않았다. 나를 이해해 줄 단 한 사람.

진심과 진실된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충분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혼자가 좋았다.


수많은 모임을 하면서도 으레 남들이 하는 대로 양식이 정해져 있는 듯한 답변만 하며

바늘로 터트리면 터져 나올 마음을 감추고 살았다.


이 견고한 울타리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럭저럭 잘 살아졌고 남들이 봤을 때에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근데 나는 어땠을까?


사람의 마음은 변하고 시절마다 나와 함께 있었던 소중한 친구들은 때에 맞춰 제 갈길을 가기 시작한다.

모든 게 완벽해서 더 행복할 수가 없을 것 같은 때도 언제 손에 쥐었냐는 듯 흘러가버린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때때로 그렇게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채로 무심히 떠난다.


안전함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두려운 게 많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 수록 무서운 게 많아지지만 결핍되어 있는 채 비어있는 곳에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 년을 쌓아 올린 절대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성벽과 몸 밖으로 느껴질 만큼 심장이 쿵쿵 뛰는 설렘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


마치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차 같아서 곧 엔진이 고장 날 것 같았다.

불완전한 나를 혼자 온전히 끌어안으며 살까.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로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면 되는 게 나랑 더 어울리지 않을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보기로 했다.

최근의 가장 큰 도전은, 늘 안전만 택하던 내게는 곧장 모험이었다.

타인과 가장 강렬하게 엮이는 결혼을 선택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하고 가장 불안정한 관계였을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익숙한 것만 찾던 내가, 정작 인생의 핵심 앞에서는 뜻밖에도 대담했다.

브레이크를 떼자마자 풀액셀을 밟은 셈이다. 면허 딴 지는 30년, 그러나 여전히 초보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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