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7 : 감각이상 발동

라믹탈 증량의 무서운 대가

by 민네

1월 셋째 주 금요일,

입술 주변으로 참을 수 없는 느낌이 찾아왔다.


직접적인 통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얇고 예리한 마치 종이 같은 무언가로 입술이 베이는 감각이 생생하게 올라왔다.

입술 가운데를 세로로 베이는 느낌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라믹탈을 2정으로 용량을 높인 뒤 (100mg) 소소한 부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 복시 : 근시가 온 것처럼 멀리 있는 물체가 두 개로 보였다. 야간에는 빛 번짐으로 나타났다.

2. 팔, 다리 저림/떨림 : 복용 초기(50mg)에는 없었지만, 복용량을 올린 뒤부터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났다.

자기 전 다리가 간지러운 것도 아니고 가려운 것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 감각이 있었다.

3. 심장 두근거림 : 좀처럼 진정이 안되고, 몸이 계속 흥분하려는 기색을 보였다.


이런 부작용들은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도 않았고, 조금 버티면 사라지는 증상들이었다.

계속해서 흥분하려는 반응은 계속되던 무기력증을 완화시켜주려는 약효로 이해했다.

라믹탈정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는 피부발진 증상도 없었다.


살이 베이는 감각이 느껴진지는 2-3주쯤 됐다.

이 느낌도 약을 복용하고 잠깐동안 찾아왔다 금세 사라지곤 했었다.


근데 지난주 금요일에는 도통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반복됐다.

입술에 손을 대고 있지 않으면 (베이지 않는단 걸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일부러 날카로운 물건을 손에 쥐며 다른 부위로 통증감각을 이동시키려 해도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1시간 이상 지속되자 입술이 뜨거워지고 몸이 떨렸다. 계속해서 불안감이 차올라 참지 못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업무시간에는 절대 병원에 가지 않는데, 도저히 생경한 이 감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


예약을 안 하고 간 병원에는 두, 세 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카운터에 허겁지겁 말했다.


"예약 안 하고 왔는데 많이 기다려야 할까요"


불안에 잔뜩 질린 내 얼굴을 봤는지, 다행히 간호사 선생님이

'다음 순서로 바로 들어가실게요.'

하고 바로 진료실로 들여보내주었다.


진료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횡설수설 증상을 설명했다.

날카로운 물건에 베이는 느낌이 계속 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통증이 있는 건 아닌데 계속 장면이 떠오르고 통증이 ‘상상’이 된다고.


처음으로 진료실에서 잔뜩 흥분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신경안정제인 ‘인데놀, 삼진디아제팜정’을 처방해 주시고, 계속해서 감각이상이 있을 시 라믹탈정은 50mg로 줄여 복용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진료실을 나가서 바로 안정제를 복용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너무 서둘러 오느라 지갑을 두고 오는 바람에 계좌이체로 진료비를 납부했다.

불안증세가 너무 심했다. 손이 떨려 계좌번호를 몇 번이나 잘 못 입력했다.


겨우 진료비를 이체하고 안정제를 복용했다. 20-30분 뒤 입술을 가르던 감각이상은 사라졌다.


이후로 신경안정제는 꼭꼭 챙겨 다니고 라믹탈정은 50mg 만 먹고 있다. 다시 이 감각을 느끼는 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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